내독소 없애려면 바퀴벌레도 박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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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바퀴벌레가 많을수록 알레르기 유발 물질인 '알레르겐'과 세균성 독소인 '내독소' 수치가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집에 바퀴벌레가 많을수록 알레르기 유발 물질인 '알레르겐'과 세균성 독소인 '내독소' 수치가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연구진은 바퀴벌레가 많은 가정과 그렇지 않은 가정을 대상으로 바퀴벌레 수와 알레르겐·내독소 농도 사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분석했다. 연구진은 약 2년에 걸쳐 저소득층 다세대 주택 37곳에 바퀴벌레 덫을 설치해 감염 수준을 파악했다. 각 가정의 바닥 먼지와 공기 필터에서 알레르겐과 내독소도 측정했다.

분석 결과, 바퀴벌레가 많이 서식하는 가정일수록 내독소 농도가 뚜렷하게 높았다. 특히 암컷 바퀴벌레의 배설물에서 더 높은 내독소 수치가 검출됐다. 암컷 배설물에는 약 2900 EU/㎎, 수컷 배설물에는 약 1400 EU/㎎의 내독소가 포함돼 있었다.

논문 공동 교신저자 마다미 카쿠마누는 "암컷이 수컷보다 더 많은 먹이를 섭취하고 배설량도 많아 독소 배출도 커진다"며 "특히 먹이가 많아 바퀴벌레가 더 많이 모이는 주방에서 침실보다 훨씬 높은 내독소 농도가 측정됐다"고 했다.


연구진은 이후 바퀴벌레가 서식하는 가정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에는 해충 방제를 실시하고, 다른 쪽은 그대로 뒀다. 3개월과 6개월 뒤 다시 바퀴벌레 수와 실내 먼지 내 알레르겐·내독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 방제를 한 가정에서는 두 물질의 농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방제하지 않은 가정에서는 바퀴벌레 개체 수와 알레르겐·내독소가 시간이 지나도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연구진은 "개체 수를 줄이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박멸하지 않으면 남은 개체들이 계속 알레르겐을 배출한다"고 말했다.

한편, 내독소는 박테리아 세포벽 성분의 일종으로, 공기 중에 퍼져 체내에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이를 흡입하면 발열, 두통, 코·목·폐 자극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호흡기 질환 환자에게는 더 큰 위험 요인이 된다.

이 연구는 '알레르기·임상면역학 저널'에 지난 9월 26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