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 톡톡' 명의 인터뷰
'자궁경부무력증 명의'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이근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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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이근영 교수가 자궁경부무력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제공
아이 한 명이 귀한 시대다. 올해 통계청이 발표한 여성 한 명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는 0.75명. 한 명이 되지 않은 지 오래다.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해도, 쉽게 임신하기도 어렵다. 고령 산모가 증가하면서, 매년 시험관 시술 건수도 증가 중이다.

어렵게 품은 아이를 예고도 없이 순식간에 잃어버리는 질환이 있다. 자궁경부무력증이다. 한 번 나타나면 반복되고, 자궁암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는 더 잘 나타난다. 수많은 임산부가 안전하게 출산하도록 도운 공로로 대통령상을 받은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이근영 교수에게 치료법에 대해 물어봤다.

-자궁경부무력증이란 어떤 질환인가?
"임신이 되면 자궁이 양수, 태반 등으로 500~1000배가량 늘어난다. 자궁 크기와 상관없이 자궁 경부는 단단하게 닫혀있는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일부에서는 임신 16~24주에 자궁 문이 열려서 양수가 터지고 태아가 배출될 수 있다. 이로 인해 건강한 아이를 잃을 수 있는 질환을 자궁경부무력증이라고 한다. 24주 미만으로 태어나는 초미숙아는 살리기가 어렵다. 거의 자각 증상 없이 갑자기 생긴다."


-이 질환을 겪는 임산부가 많은가?
"전체 임산부 중에서 약 0.5~1% 정도로, 매우 많지는 않다. 다만 정상인 태아를 잃는 질환이다 보니, 유럽연합(UN)·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 전 세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주요한 인류 공통 과제로 보고 있다."

-예방이 가능한가?
"가능하다. 14~24주 사이에 정기적으로 자궁 입구를 질식 초음파로 확인해 길이를 확인하면 된다. 정상적인 길이는 40mm이고, T자 형태로 자궁 입구가 닫혀있어야 한다. 24주 전에 TYVU 모양으로 자궁 입구가 열리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자궁 입구 길이가 25mm 미만이면 조산 위험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본다. 전 세계적으로 14~24주 질식 초음파를 모든 임산부에게 제공해야 하는지 고위험군만 제공하는 게 나을지 효율성을 논의하는 중이고, 지난 2022년 세계산부인과초음파학회 가이드라인에는 모든 임산부가 검사하는 게 낫다고 결론이 나오긴 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지원해 주고 있다. 간혹 복부 초음파만 보고 질식 초음파를 보지 않아 놓치는 경우가 있으므로, 혹여 주치의가 놓쳤다면 산모가 검사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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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무력증 진행도(왼쪽)와 이때 보이는 자궁경부의 변화./사진=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제공​
-자궁경부무력증은 왜 생기는가?
"30년 가까이 보고 있는데, 명확한 원인은 아직도 모른다. 교과서적으로는 선천·후천적 원인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중복자궁 등 선천적 기형, 후천적으로 생긴 부상 등이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부상 원인으로는 ▲자궁 경부에 생긴 병변(암)을 원뿔 모양으로 잘라내는 원추절제술 ▲유산 등으로 자궁 내막을 긁어내는 소파술 등이 있다."

-첫 임신에서는 이상이 없었는데, 이후 임신에서 갑자기 질환이 생길 수도 있는가?
"그럴 수 있다. 첫 임신에서 문제가 없었다고 안심하다가, 두 번째 임신에서 자궁 경부가 열릴 수도 있으므로 임신 14~24기에는 항상 검진을 잘 받아야 한다. 물론 첫 임신 때 유산이나 조산을 한 사람은 25~30%에서 자궁경부무력증이 나타날 정도로 위험도가 올라간다."


-자궁 경부가 짧아진 게 확인이 되면, 어떻게 치료하는가?
"치료 방법은 발견되는 시기나 임산부의 과거력에 따라 달라진다. 과거 조·유산한 적이 있다면, 자궁 경부가 열리기 전인 12~14주에 미리 '예방적 질식 자궁 경부 봉합술'을 한다. 자궁경부를 특수 봉합사로 묶는 시술이다. 14~24주 사이 초음파 검사 중 자궁 경부가 짧아진 것을 확인했다면 '긴급 자궁 경부 봉합술'을 실시한다. 더 나아가 열린 자궁 경부로 양막(태아를 둘러싸고 보호하는 막)이 나오기 시작했다면 기구로 양막을 넣은 후 진행하는 '응급 자궁 경부 봉합술'을 해야 한다. 과거에는 응급의 경우 수술 성공률이 매우 낮았다.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10년 전 양막을 넣는 수술 기구를 개발했고, 이후 지금은 거의 100% 수술에 성공하고 있다. 암 등으로 자궁 경부가 없거나, 질식 자궁 경부 봉합술을 했는데도 조·유산이 반복된다면 '복식 자궁 경부 봉합술'을 한다. 배를 열어서 자궁 동맥과 자궁 사이를 특수 봉합사로 묶는 수술이다. 복식 자궁 경부 봉합술을 했을 땐 제왕절개를 해야 하고, 나머지 수술에서는 자연 분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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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자궁 경부 봉합술에서 이근영 교수가 개발한 수술 기구를 이용한 후, 양막 파열 위험도가 크게 줄었다./사진=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제공​
-봉합술 외에 프로게스테론 주사로도 치료한다던데?
"프로게스테론은 임신을 유지하게 하고, 태아를 성장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을 자궁 경부가 짧은 사람에게 투여했더니, 의미 있게 조산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프로게스테론 주사와 예방적 질식 자궁 경부 봉합술을 함께 사용하는 '병합요법'이 가장 각광받고 있다."

-치료받으면 임신을 끝까지 유지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교과서적으로 예방적 수술을 한 경우에는 약 80~90%, 긴급 수술은 70~80%, 응급 수술 시에는 50~70%다. 복식 자궁 경부 봉합술은 더 높다. 현장에서는 모두 더 성공률이 높다."


-치료 후에도 임신을 유지하지 못하는 환자는 어떤 경우인가?
"모든 원인은 알 수 없다. 다만, 자궁선근증(자궁내막조직이 자궁 근육층을 파고들거나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질식 자궁 경부 봉합술을 성공적으로 했는데도 지속해서 조·유산이 반복되는 고위험 환자군이 나와, 해당 그룹의 공통점을 분석했다. 그 결과, 자궁선근증이 확인됐다. 이런 환자 그룹은 자궁선근증을 먼저 절제하는 치료를 하고, 예방적 질식 자궁 경부 봉합술을 하니 성공적으로 출산이 가능했다. 한 환자는 이 방법으로 세 번 연속 성공적으로 임신하고 출산하기도 했다. 임신 계획이 있다면, 먼저 자궁선근증이 없는지 본인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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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이근영 교수가​ 응급자궁경부봉합술을 자료 화면으로 보여주며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사진=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제공​
-온라인에는 자궁 경부 무력증과 관련해 "무조건 누워 있어야 한다", "성관계는 절대 금지"다 등과 같은 이야기가 퍼져있다. 사실인가?
"아니다. 임신이 되면 적절한 운동이 필요하다. 운동을 아예 하지 않고 누워있으면 골반저근, 유연성 등이 오히려 안 좋아진다. 스트레스 수치도 올라간다. 공원이나 상가를 걸어 다니는 정도는 괜찮다. 환자 중에 수술 후 직장을 다니는 사람도 많다. 성교도 수술 직후만 아니라면 꼭 금지할 필요는 없다. 다만 환자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주치의와의 상담은 필수다."

-최근 자궁경부무력증과 관련해 새롭게 주목받는 연구나 기술이 있는가?
"최근 자궁경부무력증이 질 내 마이크로바이옴과 연관이 있는지 확인하는 연구가 많이 나오고 있다. 질에도 장처럼 다양한 미생물이 살고 있는데, 구성 균의 변화가 자궁경부무력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유전체, AI 등을 이용한 치료법이 연구되고 있다."

-자궁경부무력증 환자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한다면?
"자궁경부무력증은 미리 발견하고 잘 처치하면 큰 문제 없는 질환이다. 적절한 조치로 태아를 안전하게 만날 수 있으므로, 꼭 임신 중기에 초음파 검사를 하기 바란다. 또 초기부터 주치의에게 모든 병력과 과거력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이근영 교수는…
중앙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림대강남성심병원에서 산부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근영 교수는 명의 중 명의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병원장, 한림대의료원 부의료원장, 대한산부인과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보건복지부 장관상은 여러 번 수상했다. 지난 2022년에는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미 2000년대 영국의 '21세기를 이끌어갈 인재 1000명 인명록'에 3년 연속 등재됐었고, 미국 인명록에도 세 번 등재됐다.

이근영 교수가 살린 생명은 말 그대로 셀 수 없다. 응급 자궁 경부 봉합술은 약 7000례, 복식 자궁 경부 봉합술은 약 800례 정도 시행했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비교해도 상위권이다. 한 번은 자궁경부암으로 근치자궁목절제술을 받은 후 쌍둥이를 임신한 여성에게 복식자궁경부봉합술을 시행해, 세계 최초로 쌍둥이 출산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또 이근영 교수는 응급 자궁 경부 봉합술에서 양막 파열을 막을 수 있는 수술 기구인 'Lee's Cerclage Balloon'를 직접 개발해, 수술 성공률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 기구는 미국산부인과학회지 표지에 소개됐었다. 현재는 자궁경부무력증 바이오마커 개발과 유전자 연구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직접 만난 이근영 교수는 모든 환자를 아끼는 사람이라는 게 강하게 느껴졌다. 간절한 고위험군 산모가 전국 각지 때로는 세계에서 찾아오다 보니, 모든 환자에게 진심이었다. 이 교수는 "건강하게 커서 찾아오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매우 보람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