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모씨(33세)는 임신 21주차에 자궁경부가 열리고 태아를 둘러싼 양막이 밖으로 빠져나왔다. 자궁경부의 길이가 1cm 이하였고, 밖으로 보이는 양막의 지름이 2.5cm에 달해 매우 위급한 상황이었다. 개인 병원에서 “아기를 포기해야 할 수 있다”는 말까지 들은 김 씨는 낙담했지만, 대학병원으로 옮긴 그에게 담당 의사는 “아직 가능성이 있다”며 서둘러 응급수술을 시행했다. 양막을 자궁 안으로 밀어 넣고 자궁경부를 네 차례 묶었다.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 김 씨는 감염 등의 부작용 없이 임신중기인 28주를 넘어 현재까지 임신을 유지하고 있다.​ 김 씨의 수술을 담당한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산부인과 경규상 교수는 "자궁경부를 최대한 자궁 안쪽으로 묶으면서도, 방광과 같이 묶이지 않도록 했다"며 "​최근 이렇게 자궁경부무력증으로 급히 병원을 찾는 산모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고위험산모가 임신 18~23주경 주의할 게 자궁경부무력증이다. 자궁경부무력증은 태아를 지탱하는 자궁경부에 힘이 없어, 진통 없이 태아가 나와 조산이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자궁경부무력증은 조기 증상이 특이하지 않아, 발견이 어렵다. 응급수술도 무조건 하면 안 된다.

경규상 교수는 “자궁경부무력증으로 응급수술을 받은 산모는 조기진통이나 양막이 다시 빠져나와 유산할 확률이 70%에 달한다”며 “자궁경부무력증은 조기발견이 쉽지 않은 만큼 정기적인 진단을 받고 증상이 있을 시 즉시 대학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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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무력증은 증상이 특이하지 않아 조기 발견이 어렵다./클립아트코리아

자궁경부무력증을 미리 알 수 있는 증상으로는 잦은 배뭉침과 질 분비물의 증가 등이 있지만 이는 임신 중 겪는 일반적인 증상과 비슷해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어 자궁경부무력증을 조기에 발견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자궁경부무력증 환자는 오랫동안 양막이 밖으로 노출돼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또한, 모든 산모에게 응급수술이 가능한 건 아니다. 양막이 오랜 시간 외부에 노출되면 손상되거나 세균감염이 일어났을 수 있어 항생제 사용 후 수술을 시도해야 한다. 항생제를 쓰면 자궁 수축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이때 길게는 하루 이상 경과를 지켜봐야 해 응급수술이 힘들어질 수 있다. 또 염증으로 조기진통이 있을 경우, 응급수술이 오히려 자궁수축을 자극하여 조산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

경규상 교수는 “자궁경부무력증 환자 중에는 안타깝지만 태아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다”며 “부적합 환자에게 무리하게 응급수술을 하는 경우 출산이 계속해서 진행되며 자궁경부가 찢어지고 흉터가 남아 다음 임신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경 교수는 “자궁경부무력증이 진단되면 양막이 질로 빠져나와 있어, 이를 복원시키기 위해 자궁경부결찰술을 시행하지만 응급수술의 경우 조기진통이 생기거나 양막이 파수될 확률이 높다”며 “자궁경부무력증으로 진단되면 다음 임신부터는 임신 12~13주에 예방적 자궁경부결찰술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