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입구에 힘이 없어서 조기에 자궁이 열리고 태아를 싸고 있는 양막이 조금씩 빠져 나와 결국 태아를 잃게 되는 자궁경부무력증. 이 질환은 느슨해진 자궁입구를 묶어주는 자궁경부봉합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하지만 수술을 한 후에도 다시 양막이 질 쪽으로 빠져나와 태아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 간혹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태아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거의 교과서처럼 인정되어 오던 국제 기준이었다.

그러나 자궁경부봉합술을 반복적으로 시행하면 임신을 유지하며 신생아 생존력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왓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이근영 교수팀은 1차 자궁경부봉합술 이후에 다시 양막이 질 쪽으로 돌출된 임신부들 중 임신을 포기하지 않고 반복 수술을 시행한 군(12명)과 안정 가료(침대에 누워 안정을 취하는 것)만을 받은 군(12명)을 대상으로 신생아 생존력을 비교한 결과, 반복자궁경부봉합술을 시행한 군에서 그렇지 않은 군보다 22배 가량 높은 신생아 생존력을 보였다.

일단 반복 수술을 시행한 경우 평균 35.8일 동안 아기를 자궁 안에서 더 키워서 출산할 수 있었다. 안정가료만 받은 경우보다 평균 34일 이상 긴 시간이었던 것다.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이근영 교수는 "하루라도 더 오래 엄마의 자궁 안에 머물러있는 것이 태어난 아기의 건강상태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며 "그 차이는 태어난 아기들의 출생시 평균체중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반복수술을 받은 경우는 1.18㎏으로, 안정가료만 받은 경우 490.8g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안정가료만 받은 12명 중에는 출산시 8명의 아기가 사망하고, 7일 이내 3명이 사망, 1명의 아기가 생존한 반면, 반복수술을 받은 12명 중에서는 출산시 2명, 7일 동안 2명의 아기가 사망하고 총 8명의 아기가 생존했다.

자궁경부무력증은 전체 임신 중 0.5~2%에서 발생하고, 전체 조산율의 약 15%를 차지한다.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감염 및 출혈, 인공유산 등 자궁경부 손상, 호르몬에 의한 영향, 노산 등으로 추측한다. 보통 임신 26~32주 사이에 발생한다. 그러나 임신부가 초산이거나 과거에 자궁경부무력증의 경험이 없었다면 그대로 지나치게 되어 위험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자궁경부무력증의 유일한 치료법은, 느슨해진 자궁 경부(입구)를 묶어주는 것이다. 질 안쪽에서 자궁경부를 묶어주는 질식(膣式) 수술법과 배를 열고 자궁경부를 묶어주는 복식(腹式) 수술법이 있다. 이근영 교수는 "과거에 2~3회의 질식 자궁경부봉합술을 실패한 경우나 자궁경부 열상이 심한 경우에는 복식 자궁경부봉합술을 시행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