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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이온음료는 일반 이온음료보다 수분 흡수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운동 후나 탈수 증상일 때 수분 보충용으로 찾는 이온음료. 최근엔 ‘제로 슈거’ 트렌드에 맞춰 소비자의 수요를 맞추기 위한 제로칼로리 이온음료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당을 이용한 ‘제로 이온음료’는 수분 충전이라는 본래의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온음료는 원래 운동 중 빠져나간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수분 흡수율을 높이려면 단순히 물을 마시는 것보다 적절한 양의 포도당과 나트륨, 칼륨 등의 전해질이 함께 있어야 한다. 포도당은 장내 수분 흡수를 촉진하는 운반체 역할을 해, 체내로 수분이 더 빠르게 들어올 수 있게 돕는다.

하지만 제로 이온음료는 포도당 대신 수크랄로스, 에리스리톨 등 대체 감미료를 사용한다. 이 성분들은 당만큼 충분히 삼투압을 유지하거나 수분 흡수를 돕지 못한다. 따라서 운동 중이거나 구토·설사 후 탈수 증상이 있을 때 제로 이온음료를 마시면 수분 흡수가 느려질 수 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소아과학회(AAP)는 탈수 시 수분 보충용 음료로 ‘적당한 당과 염분을 포함한 음료’를 권장하고 있다.

차의과대학 스포츠의학과 이민철 교수는 “스포츠음료에는 포도당 등 단순 탄수화물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소장에서 수분과 나트륨의 공동 흡수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며 “제로 이온음료는 대체감미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포도당이 없어 SGLT1(포도당-나트륨 공동흡수 경로)를 자극하지 못하고, 이에 따라 일반 음료 대비 수분 흡수 속도가 약간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자신에게 맞는 음용 목적에 따라 적절한 제품을 섭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민철 교수는 “고강도 운동이나 더운 환경처럼 땀 손실이 많을 때는 제로 이온음료가 전통적인 이온음료보다 체액 회복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며 “제로 음료는 수분 재흡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릴 뿐만 아니라, 에너지원 보충 측면에서도 피로회복과 글리코겐 회복에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염으로 인한 설사나 구토 등으로 탈수가 심한 상황에서는 제로 음료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며 “특히 나트륨이나 다른 전해질만 높은 제로 음료는 삼투성 설사 등을 유발해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대체감미료 과다 섭취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 이민철 교수는 “일부 연구에서는 대체감미료가 장내 미생물 군집 변화, 인슐린 민감도 변화, 당 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며 “장 질환이 있거나, 대체감미료 민감성이 있는 사람은 일반적인 이온 음료나 경구 수액 보충액(ORS)을 섭취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다만 평소 단순 갈증 해소나 칼로리 조절이 목적이라면 제로 이온음료가 유용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일상생활과 운동량이 많지 않은 저강도 활동에서는 과도한 당 섭취를 피하면서 물보다는 빠른 수분 보충을 위해 제로 음료를 선택할 수 있다”며 “제로냐 아니냐의 단순 구분보다는 자신의 목적과 상황에 맞춰 선택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