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수험생과 학부모 모두의 마음이 함께 바짝 조여드는 시기이다. 이 탓에 떨림, 초조, 높은 긴장감으로 비롯된 갑작스러운 실신 사례가 시험장 현장에서 보고되곤 하는데, 이런 실신의 대표적인 원인이 바로 ‘미주신경성 실신’이다. 수험생·학부모라면 꼭 알아둬야 하는 증상과 대처법에 대해 알아본다.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어
미주신경성 실신이란 극도의 스트레스, 긴장, 심리적 충격 등으로 인해 자율신경계 균형이 깨지면서 맥박과 혈압이 동시에 떨어지고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이다. 평소와 달리 ▲오랜 시간 서 있거나 ▲갑자기 공기가 탁한 공간에 오래 머물거나 ▲시험 전 긴장감이 최고조로 높아졌을 때 흔히 발생한다. 특별한 질환이 없어도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으므로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신체적으로 예민한 청소년 시기에 발생률이 높아, 질환에 대한 인지가 필요하다.
◇전조증상 미리 파악해 대비를
전조 증상은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식은땀이 나고 속이 메스껍고, 얼굴이 창백해지고 갑자기 어지러우면서 시야가 흐려지는 느낌이 동반된다. 시야가 흐려졌다면 뇌로 원활히 혈류가 공급되지 않았다는 신호다. 이땐 그 즉시 바닥에 눕거나 앉아서 머리를 낮춰야 한다. 뇌로 혈류 공급을 유지해 실신과 그로 인한 2차 손상(안면 열상 혹은 골절, 뇌출혈 등)을 예방할 수 있다. 시야 흐려짐 외에도 같은 이유로 평소와 달리 두근거리거나 손발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면 즉시 바닥에 앉거나 눕고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려야 한다. 주변에 도움도 요청하는 것이 좋다. 보호자 또는 주변인들은 실신자가 심하게 다치지 않도록 자세를 바꿔주고 환기가 원활한 곳에서 안정을 취하게 해야 한다.
건국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권창희 교수는 “수능 같은 극도의 긴장 상황에서 실신은 수험생뿐 아니라 보호자 감독자 모두가 주의해야 할 신체 반응이다”라며 “만약 어지럼증이나 눈앞이 캄캄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바로 주변에 알리고 혼자 참지 말고 누워서 안정을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실신 후에는 안정을 취하고 낙상 등 2차 부상이 없었는지 꼭 살펴야 한다”고 했다.
◇다리에 힘주기·양손 꽉잡기 도움
실신이 반복되거나 긴장된 상황에서 나타나는 증상이 달라졌다면 전문의 검진을 받아야 한다. 큰 외상이 동반되거나 약물을 복용 중일 때도 의료진을 찾는 게 좋다. 진단을 위해서는 혈압, 심전도, 기립경사테이블 검사 등이 활용된다.
생활 습관 변화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고혈압이 없다면 소금이나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평소 너무 타이트한 복장은 피해야 한다. 아침엔 꼭 식사를 하고 시험 대기 시간에는 가볍게 몸을 움직인다. 긴장이 심할 땐 복식호흡‧명상 등 이완 동작이 도움이 된다. 다리에 힘을 주고 양손을 손바닥이 맞닿게 꽉 잡는 간단한 동작도 효과적이다.
◇수능 당일 실신 위험을 낮추는 관리법
아침식사는 꼭 먹자. 공복 상태는 혈압 저하와 스트레스 증가 모두에 취약 요인이다. 수분 섭취에도 신경 써야 한다. 지나친 갈증이나 탈수가 없도록 평소보다 의식적으로 한두 잔 더 물을 마신다. 몸을 조이지 않는 편안한 옷과 신발을 챙기는 게 좋다. 점심시간에는 잠시 바깥 공기를 마시는 것을 권장한다. 신선한 공기는 컨디션 유지에 도움이 된다. 손가락 힘주기, 다리 교차 등 간단한 근육 수축과 이완 동작을 틈틈이 반복하면 좋다. 불안이 심할 땐 복식호흡, 심호흡 등으로 마음을 가라앉힌다. 어지럼증, 시야 흐려짐, 식은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주변에 알리고 엎드리거나 자세를 바꿔 안정을 취하는 편이 낫다. 이를 창피해하거나 감춰야 하는 상황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권창희 교수는 “수능 당일, 컨디션 관리와 더불어 중요한 건 건강이다”며 “실신의 전조 증상을 미리 인지하고 자신만의 스트레스 관리법과 생활 속 작은 실천으로 실신을 예방하고 모두 건강한 수능 날을 보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