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토픽]

이미지
로지(4)는 두 살이 됐을 때부터 언어 발달이 더딘 모습을 보였는데, 희귀질환인 바텐병을 진단받았다./사진=인디펜던트​
갓 두 살이 됐을 때 희귀질환을 앓기 시작해 1년간 3000회의 발작을 겪은 영국 여자 아이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9월 23일(현지시각) 인디펜던트 등 외신에 따르면 엠마 부키치(38)와 맥스 브리지(38) 부부는 딸 로지(4)가 두 살이 됐을 때부터 로지의 언어 발달이 또래보다 더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로지에게는 퇴행 징후도 발견됐다. 처음에 부모는 자폐 스펙트럼을 의심했는데, 2024년 9월 첫 발작을 보인 후 로지는 지금까지 크고 작은 발작을 무려 3000회나 겪었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로지는 지난 8월 치매와 마비를 일으키는 희귀 유전질환인 ‘바텐병(Batten disease)’을 진단받았다. 로지의 부모는 “이 병은 진행될수록 걷거나 말하거나 보거나 음식을 삼키는 능력을 잃는다고 한다”며 “다행히 치료를 시작했지만 이미 치매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질환이 있으면 기대수명이 10~12세라고 하는데 로지가 떠난다고 생각하니까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지
바텐병 치료를 받고 있는 로지./사진=인디펜던트
◇뇌 기능 떨어지고 발작 자주 나타나
로지가 겪고 있는 바텐병은 유아 치매 또는 ‘신경세포세로이드라이포푸스신증(Neuronal Ceroid Lipofuscinosis)’이라고도 불리며 총 13가지 유형이 있다. 이 질환은 주로 영유아기에서 아동기 사이에 발병하며 뇌와 신경계에 치명적인 희귀질환이다. 환자들은 시력이 서서히 떨어지고 인지능력과 행동이 더딘 모습을 보인다. 또한 발작을 보일 수 있으며 또래보다 발달이 느리기도 하다. 병이 진행되면서 발작은 더 자주 일어나게 되고 뇌 기능이 떨어져 말을 더듬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바텐병은 유형에 따라 진행되는 속도가 다르지만, 증상이 일찍 나타날수록 기대수명이 짧아진다. 전문가들은 아동기에 진단을 받으면 평균적으로 5~6년 이상 생존이 힘들다고 판단한다.

◇세포에 쌓인 노폐물 분해 못 해 발병
바텐병은 부모가 모두 신경세로이드단백질(CLN, ceroid lipofuscinosis neuronal protein)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을 때 발병한다. CLN 유전자는 리소좀을 담당하는데, 리소좀은 세포에 쌓이는 노폐물이나 지방질, 단백질 등을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곳이다. CLN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리소좀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분해되지 못한 물질이 세포에 쌓이게 된다. 특히 신경세포에서 이런 현상이 제일 먼저 일어나서 퇴행성 신경질환의 일종인 바텐병이 발병하는 것이다.


◇약물 치료로 증상 완화해
바텐병만의 특별한 치료법은 아직 없으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여러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국제학술지 ‘Seizure – European Journal of Epilepsy’에 따르면 발프로에이트(valproate)나 라모트리진(lamotrigine)과 같은 항경련제를 사용해 바텐병의 경련 증상을 감소시킬 수 있다. 지난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치료제인 브리뉴라(Brineura)도 바텐병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브리뉴라는 2주마다 환자의 뇌척수액에 직접 투여하는 치료제로, 두피 부종이나 발진과 같은 급성 합병증이 없을 경우에만 투여할 수 있다. 근육의 퇴화를 늦출 수 있지만, 다른 증상들을 완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