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다리 절뚝거리던 1살 아기, ‘치매’ 증상이라는데… 무슨 일?

임민영 기자

[해외토픽]

이미지

호주에서 사는 벨라 베이커(1)는 지난 6월부터 다리를 절뚝거리기 시작했는데, 소아 치매의 증상으로 추정되고 있다./사진=Kidspot
호주 1살 아기가 치매를 겪고 있는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24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벨라 베이커(1)는 지난 6월부터 다리를 절뚝거리기 시작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벨라의 어머니 에이브 베이커는 병원에 데려갔지만, 골절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 에이브 베이커는 “뼈가 부러진 건 아니니까 서서히 나아질 줄 알았다”며 “하지만 벨라 상태는 계속 악화했다”고 말했다. 증상이 처음 나타난 지 2주 지났을 때 벨라는 언어 능력도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병원에 다시 가자, 의료진은 벨라에게 소아 치매가 발병했다고 추정했다. 에이브 베이커는 “벨라에게 ‘퇴행성 신경질환’이 있다고 했다”며 “소위 말하는 치매에 걸린 것이다”라고 말했다. 벨라는 정확한 진단명을 위해 여러 검사를 받았으며, 검사 결과는 11월에 나올 예정이다.

◇산필리포 증후군, 치매 증상 일으켜
벨라처럼 소아 치매를 겪으면 ‘산필리포 증후군(Sanfilippo syndrome)’일 수 있다. 산필리포 증후군은 뮤코다당질축적증의 한 종류로 상염색체 열성 유전 질환이다. 뮤코다당질축적증은 ‘글리코사미노글리칸’이라는 물질이 축적되고 소변으로 과도하게 배설되면서 퇴행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산필리포 증후군은 뮤코다당질축적증 III형이며, 헤파란황산염을 분해할 때 필요한 효소가 부족해서 발생한다. 산필리포 증후군은 전 세계 신생아 7만 명 중 1명꼴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필리포 증후군 환자들은 1~3세까지는 정상적인 성장 속도를 보인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성장이 느려지고, 중요한 성장 단계를 건너뛰기도 해 키가 작거나 골격계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환자들은 6세 전부터 ▲청력 상실 ▲언어 장애 ▲지적 장애 ▲통제가 어려울 정도의 행동 과다 등을 보인다. 이런 증상은 질환이 진행되면서 심해지고, 악화 속도도 빠르다. 산필리포 증후군 말기에는 관절의 움직임에 제한이 생기고, 자주 경련을 일으킨다. 산필리포 증후군 환자 대부분은 청소년기에 사망한다.


산필리포 증후군은 아직 완치할 수 없다. 환자들은 보통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를 받는다. 특히 호흡곤란, 청력 상실, 관절 통증 등을 겪는 환자가 많아 이런 증상을 치료할 때가 많다. 산필리포 증후군은 가족력이 있으면 발병 위험이 크다. 따라서 가족이나 친척 중 산필리포 증후군 환자가 있다면 미리 유전자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바텐병, 신경계에 치명적
한편, 소아 치매를 유발하는 질환에는 ‘바텐병(Batten disease)’도 있다. 바텐병은 주로 영유아기에서 아동기 사이에 발병하며 뇌와 신경계에 치명적인 희귀질환이다. 바텐병은 부모가 모두 신경세로이드단백질(CLN, ceroid lipofuscinosis neuronal protein)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을 때 발현된다. CLN 유전자는 리소좀을 담당하는데, 리소좀은 세포에 쌓이는 노폐물이나 지방질, 단백질 등을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곳이다. CLN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리소좀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분해되지 못한 물질이 세포에 쌓이게 된다. 특히 신경세포에서 이런 현상이 제일 먼저 일어나서 퇴행성 신경질환의 일종인 바텐병이 발병하는 것이다.

바텐병에 걸리면 시력이 서서히 떨어지고 인지능력과 행동이 더딘 모습을 보인다. 또한 발작을 보일 수 있으며 또래보다 발달 속도가 느리기도 하다. 병이 진행되면서 발작은 더 자주 일어나게 되고 뇌 기능이 떨어져 말을 더듬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바텐병 환자들은 유형에 따라 진행되는 속도가 다르지만, 증상이 일찍 나타날수록 기대수명이 짧아진다. 전문가들은 아동기에 진단을 받으면 평균적으로 5~6년 이상 생존이 힘들다고 판단한다.

바텐병도 특별한 치료법이 아직 없다. 환자들은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실제로 발프로에이트(valproate)나 라모트리진(lamotrigine)과 같은 항경련제를 사용하면 바텐병의 경련 증상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알려졌다.


헬스조선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