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특진실] 새길병원
대부분 척추 수술, '골 절제' 불가피
출혈 키우고 유합술 부르는 골 절제
골 절제 없는 감압술, 출혈·회복 부담↓
의료진 경험 중요… "3년간 4300건 집도"

새길병원 이대영 병원장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골 절제 없는 감압술'을 개발했다. 이 수술은 뼈를 깎지 않고 신경을 압박하는 병변만 제거한다. 척추관과 추간공에 이어 최근에는 척추 전방전위증에도 골 절제 없는 감압술을 적용하고 있다. 이 병원장은 "골 절제 없는 감압술은 뼈와 근육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출혈이 적다"며 "척추 안정성 또한 최대한 보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척추 수술 중 골 절제, 조직 손상 유발
디스크, 척추관 협착증 등 기존 척추질환 수술은 신경이 눌린 병변을 확인하기 위해 뼈를 절제해야 했다. 특히 의사가 현미경으로 내려다보면서 진행하는 '미세 현미경 수술'은 척추뼈에 가려진 병변을 직접 볼 수 없어, 뼈를 절제해 통로를 만드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내시경 수술 역시 초기 현미경 수술의 술기를 그대로 이식했기 때문에 뼈를 일부 제거하는 게 표준처럼 정착돼 왔다.
문제는 뼈를 절제하면 출혈량이 많아지거나 주변 조직의 손상 범위가 커진다는 것이다. 뼈는 기존의 모양 자체가 구조를 지탱하는 힘을 지니는데, 수술을 위해 뼈를 절제하면 척추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환자가 고령인 경우 수술을 미루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대영 병원장은 "뼈를 절제하면 관절의 압력 분포가 바뀌어 불안정성이 생긴다"며 "약해진 척추뼈를 고정하기 위해 나사못을 사용하는 유합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골 절제 없는 감압술은 척추의 자연스러운 틈으로 접근해 병변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뼈와 근육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출혈이 적고, 척추 안정성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해당 수술법은 지난 2023년 개발돼 척추관 협착증, 추간공 협착증에 적용돼 왔다.
전방전위증, 90% 이상은 유합술 필요 없어
이 병원장은 최근 골 절제 없는 감압술을 '척추 전방전위증'에도 적용하고 있다. 전방전위증은 척추뼈가 앞으로 밀려 어긋나는 질환으로, 퇴행성 변화가 주요 원인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약물 치료, 물리 치료, 주사 치료 등으로 치료하지만, 신경이 많이 눌려 감각이 떨어지거나 간헐적 파행이 심해 오래 걷지 못하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전방전위증의 수술 치료 옵션은 감압술과 유합술 두 가지지만 대부분 환자들은 나사못을 이용한 유합술을 권유받아왔다. 감압술만 단독 적용하는 게 기술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전방전위증 환자들은 흔히 척추관 또는 추간공 협착이 동반된 경우가 많은데, 여러 마디를 동시에 감압하려면 절제해야 하는 뼈의 양도 많아지고 수술 시간도 길어진다. 경과를 관찰하다가 유합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으로 비쳤다.
그런데 전방전위증 환자 90% 이상은 사실 유합술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이 병원장의 설명이다. 뼈가 어긋나는 질환이지만 환자가 통증을 느끼는 근본적인 원인은 신경 압박이기 때문이다. 이 병원장은 "전방전위증 환자의 통증은 척추관이나 추간공이 좁아져 신경이 눌릴 때 발생한다"며 "실제 25% 이상 밀려난 2단계 전방전위라도 신경 압박이 없으면 통증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긋난 뼈를 맞추는 데 집중하기보다, 신경을 압박하는 병변만 정밀하게 풀어주는 것이 환자 회복에 더 유리하다"며 "실제 북미척추학회 가이드라인과 다수의 무작위 대조 연구에서도 같은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95세 환자도 수술… "재활 치료도 중요"
퇴행성 전방전위증에서 골 절제 없이 신경을 감압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척추관, 추간공 등 감압해야 할 부위가 많아서 손의 속도가 빨라야 한다. 뼈와 근육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병변에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내시경과 수술 도구도 잘 다뤄야 한다.
이대영 병원장은 지난 3년간 4300건 이상(척추 마디 기준) 골 절제 없는 감압술을 집도해왔다. 최근엔 95세 고령 환자에게 하반신 마취와 무수면 상태로 척추 세 마디를 감압하는 수술을 시행하기도 했다. 보통 고령 환자는 척추 한 마디를 감압하는 것도 어렵게 여겨진다.
이 병원장은 "노화가 진행된 상태에서는 같은 수술을 받더라도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며 "협착의 진행은 운동·감각 신경 손상, 코어근육·균형 감각 저하로 나타나게 되는데, 이 역시 재활로 회복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술을 미루지 않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척추 수술을 받으면 통증이 줄면서 치료가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척추 수술은 신경을 풀어주는 과정일 뿐, 허리를 바로 세우고 다시 걷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활이 필요하다. 새길병원 이대영 병원장에게 척추 수술 후 올바른 재활 방법에 대해 물었다.
-수술 후 재활이 왜 중요한가?
척추관 협착증 같은 퇴행성 척추질환은 단순히 신경이 눌려 아픈 병이 아니다. 노화로 인해 코어 근육이 약해지고, 몸을 똑바로 세울 힘이 무너지면서 나타나는 질환들이다. 수술로 신경을 풀어주면 통증은 줄지만, 약해진 근육은 저절로 회복되지 않는다. 재활을 통해 코어 근육을 강화해야 정상적인 보행이 가능하다.
-어떤 운동을 해야 하나?
척추 수술 환자에게 무조건 걷기를 권하는 건 잘못됐다. 균형이 무너진 상태에서는 걷는 것 만으로 척추에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 걷기보다는 자전거·수영처럼 허리를 숙인 채 할 수 있는 운동이 효과적이다. 그게 어렵다면 '한쪽 다리로 서서 버티기' 같은 동작도 도움이 된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걷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서 있느냐'다.
-재활은 언제부터 시작해야 하나?
많은 환자가 통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쉬다가 재활을 시작하려 한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근육이 더 약해져 있다. 재활은 수술 직후, 가능하면 다음 날부터 시작하는 것이 맞다. 수술은 통증을 없애주는 과정이고, 재활은 그 다음 단계에서 몸을 회복시키는 진짜 치료라고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