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소아청소년 비만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예방적 중재 수단으로 ‘설탕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27일, 국회에 개최된 소아청소년 비만 현황과 대책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현황 진단부터 재원 마련 방안, 정부 정책까지 다양한 논의가 이어졌다.

◇남성 소아청소년 비만 증가율 전세계 상위 10%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만 수준이 서구와 비교했을 때 심각하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를 부추기는 게 이른바 ‘비만의 역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비만의 역설은 체질량지수(BMI)에 따른 사망위험도 그래프가 ‘U자’ 형태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과체중, 경도비만인 사람이 정상체중인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식으로 해석된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김현창 교수는 “비만의 역설은 과체중, 경도미만인 사람이 정상체중인 사람보다 건강해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만성질환 등에 대해 조기에 개입해 심각한 합병증은 물론 다른 질환들까지 예방해서 나타나는 것”이라며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 유병률은 U자 형태 없이 체중에 비례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국내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이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5~19세 여성 소아청소년 비만 증가 속도는 200개국 중 78등인데 남성 소아청소년은 19위로 상위 10%”라며 “이러한 현상은 2010년부터 시작됐고 특히 가구 소득과 부모의 교육 수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여 사회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 비만 문제를 해결을 위해서는 신체활동을 늘리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의료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보건의료원구원 설아람 박사는 “소아청소년 비만 관리 장애 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부모들을 대면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운동이나 식단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의료기관에서 소아 비만을 진료하려면 의사 뿐만이 아니라 아동 전문 간호사, 운동치료 인력, 임상심리사 등 다학제적인 접근이 필요한데 전담 인력이 평균 1명 이하로 부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설 박사는 소아청소년 비만율을 낮추려면 정책부터 개인까지 아우르는 사회생태모델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 가족, 학교 수준의 개입은 강력한 정책적 지원 없이는 한계가 있다”라며 “보건당국이 나서서 법 제도 기반을 마련하고 의료적으로는 보험 및 수가 체계를 해소하는 등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발제하는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박은철 교수./사진=오상훈 기자
◇영국처럼 설탕세 시행해 가당음료 소비량 낮춰야
소아청소년들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설탕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박은철 교수는 “가당음료는 영양학적 가치가 거의 없는데도 청소년이 가장 많이 소비한다”며 “세계 108개국이 이미 설탕세를 시행하고 있고, 한국은 늦은 편”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칠레 등 남미 국가는 설탕세 도입 후 가당음료 소비가 크게 줄었고, 영국은 당 함량에 따라 차등 과세를 해 식품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당 함량을 줄이는 효과를 냈다.

청소년의 가당음료 소비를 줄이는 게 설탕세의 유일한 목적이라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영국처럼 당 함량에 따라 차등 과세하면 업체들이 저당 제품을 개발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며 “영국 도입 방식을 따르면 1년에 약 2000억 가량이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데 세수는 소아청소년 건강증진 사업에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혜은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정부는 2018년부터 비만 대책을 추진해왔고, 이번 정부에서는 소아 비만을 국정 과제로 삼았다”며 “교육부 소관이었던 학생건강검진이 학교 보건법 개정에 따라 건보공단으로 위탁이 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전생애의 건강검진 결과가 연계되면서 취약가구나 비만도가 높은 아동 발굴이 원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설탕세에 대해서는 정 과장은 “현장에서는 당류 저감 계획을 통해 당류 저감 식품 및 대체 소재 개발을 장려하고 있다”라며 “설탕세는 보건당국 입장에서 굉장히 반가운 정책이지만 수용성, 형평성 논란이 있어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