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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 스노우 증후군’ 환자가 보는 세상은 TV 노이즈와 비슷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수신되지 않는 TV 화면처럼 시야 전체가 작은 노이즈로 뒤덮인다면 어떨까? 이렇게 눈앞이 흐릿한 점들로 가득 차 보이는 희귀한 신경학적 질환이 있다. '비주얼 스노우 증후군'이다. 눈앞에 끊임없이 흩날리는 작은 점들이 마치 눈이 내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드림성모안과의원 정충기 원장에 따르면 "비주얼 스노우는 뇌의 시각중추가 과흥분된 상태"라고 했다.

비주얼 스노우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몇 가지 추측은 존재한다. 신세계서울병원 신경과 전문의 김혜림 원장에 의하면 크게 ▲신경학적 이상 ▲편두통과의 연관성 ▲스트레스와 피로 ▲환경적 요인 ▲약물 사용의 영향이 꼽힌다. 김혜림 원장은 "뇌의 시각 정보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뉴런의 과도한 활성화가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며 "과도한 스트레스와 피로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밝은 화면에 장시간 노출되거나, 충분히 자지 못하는 생활 습관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정충기 원장은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무언가가 눈앞에 계속 아른거리는 것이지만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했다. 시야에 깜박이는 점이 떠다니거나, 빛에 유난히 민감해지며, 잔상이나 후광 효과, 어두운 곳에서의 시각 불편 등을 겪는다.


실제로 눈앞에 지속적으로 보이는 점이나 패턴은 미세하고 빠르게 움직이며 눈을 감아도 사라지지 않는다. 점들은 검은색, 흰색 혹은 색깔이 섞여 나타날 수 있으며, 밝은 햇빛이나 형광등 아래에서는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저조도 환경에서 사물을 인지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비주얼 스노우는 흔하지 않지만, 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김혜림 원장에 의하면 "일부는 만성 피로, 어지럼증, 이명, 두통 및 편두통, 광·음향·촉각에 대한 감각 과민증, 수면장애, 불안장애, 우울증 등의 비시각적 증상도 동반한다"고 했다.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서 뚜렷한 치료법도 없다. 다만 시각을 덜 쓰는 방법으로 치료를 시도한다. 스마트폰을 안 보거나 컴퓨터와 멀리 떨어지는 식이다. 정 원장은 "가장 안 좋은 습관이 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라며 "어두우면 동공이 커져 블루라이트가 더 많이 들어오는데, 블루라이트는 망막까지 쉽게 도달하는 파장으로 간접적으로 비주얼 스노우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신적인 문제와도 연관이 있을 수 있어서,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일부 사용해 보기도 한다. 규칙적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 같은 생활 습관 개선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