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눈물 아니라고?! 눈에서 ‘크리스탈’이 뚝뚝… 전 세계 2000명 앓는 희귀질환

임민영 기자

[세상에 이런 병이?]

세상에는 무수한 병이 있고, 심지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질환들도 있다. 어떤 질환은 전 세계 환자 수가 100명도 안 될 정도로 희귀하다. 헬스조선은 매주 한 편씩 [세상에 이런 병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믿기 힘들지만 실재하는 질환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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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서 투명한 결정이 나온 하스나 무하메드 사진/사진=AP News
매일 눈에서 크리스탈이 나오면 어떤 기분일까. 외국에 한 소녀는 매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크리스탈 눈물을 흘린다. 실제로는 크리스탈이 아닌 아미노산의 일종이 결정화된 물질이다. 이 소녀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된 희귀질환인 ‘시스틴증(cystinosis)’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시스틴증은 아미노산의 일종인 시스틴이 체내에 축적되면서 발생하는 희귀 유전성 대사질환이다. 시스틴증은 1903년 스위스 생화학자 에밀 압데르할덴이 생후 21개월 아기의 사망 사례를 보고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당시 압데르할덴은 아기가 사망한 뒤 몸에서 과도하게 많은 양의 시스틴이 축적된 것을 발견했다. 이후 1924년 네덜란드 병리학자 조지 리냑이 시스틴증의 기전을 파악해 병명을 정했다.

시스틴증을 유발하는 시스틴은 수용성 아미노산으로 세포의 대사 과정에서 생산된다. 손상된 피부와 머리카락 같은 체모를 복구하는 데 필요하며, 근골격계와 결합 조직, 면역 세포, 체모, 피부 등에 존재한다. 시스틴증 환자들은 CTNS 유전자 변이가 있어 체내 시스틴의 이동 장애를 겪는다. CTNS 유전자는 세포의 리소좀 막 맞은편에서 시스틴을 이동시키는 시스티노신 단백질 생산에 필요하다. 리소좀은 세포에 쌓이는 노폐물이나 지방질, 단백질 등을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곳이다. 그런데, CTNS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시스티노신 단백질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시스틴이 제때 이동하지 못하고 축적돼 세포에 손상을 입히고, 서서히 몸의 기관들을 파괴하는 육각형이나 사각형의 시스틴 결정(結晶)을 만든다. 시스틴증은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돼 환자는 부모 모두에게 변이 유전자를 물려받는다.

시스틴증 환자들은 공통으로 신장과 눈에서 초기 증상을 겪는다. 시스틴이 신장에 쌓이면 물질 여과 기능이 떨어져 당질과 무기질이 배설되고, 혈중 나트륨과 칼륨 농도가 낮아진다. 환자들은 지나치게 소변을 자주 보며, 이로 인해 전해질 이상도 나타난다. 시스틴이 눈의 결막과 망막에 쌓이면 빛에 과도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눈이 가렵거나 화끈거린다.

시스틴증은 총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영아 신장병성 시스틴증’은 생후 6~12개월에 증상이 시작되는 경우다. 시스틴증 중 증상이 가장 많이 나타나고 정도가 심하다. 환자들은 눈의 흰자에 반점이 생기고 빛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2세 정도에는 눈의 각막에 결정이 생기기 시작한다. 신장 손상도 심해 인산이 과도하게 소변으로 배출된다. 인산은 뼈를 단단하게 하는 물질로, 환자들은 뼈가 휘거나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시스틴증은 치료하지 않으면 10세 전에 신부전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근육에도 시스틴이 축적돼 근육이 위축된다. 이로 인해 걷고 말하거나, 음식을 삼킬 때 어려움을 겪는다. 췌장에 시스틴이 쌓이면 췌장 기능이 손상돼 당뇨병이 생길 수 있다. 췌장에 있는 베타세포는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성장이 지연되지만, 지능 저하를 보인 사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또 다른 시스틴증으로는 ‘청소년 시스틴증’이 있다. 영아 신장병성 시스틴증과 증상이 비슷하지만 증세가 가벼운 편이며 10대에 증상이 시작한다. 대부분 뼈 형태 변형이 나타난다. 세 번째 유형인 ‘성인 시스틴증’은 증상이 가장 가벼우며, 눈에 가려움증과 화끈거림을 느끼지만 다른 증상은 보이지 않는다.

시스틴증은 2010년 레바논 출신의 12세 소녀 하스나 무하메드가 “눈에서 크리스탈이 나온다”고 밝히며 대중에 알려졌다. 당시 하스나는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하루에 시스틴 결정이 7번 정도 눈에서 나온다”며 직접 그 모습을 공개했다. 실제로 하스나의 눈에서는 투명한 결정이 나왔는데, 이에 대해 그는 “통증이 느껴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하스나는 이런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의학적 진단을 받지 않았으며, 시스틴증으로 추정될 뿐이다.

시스틴증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10대에 신부전이 발생해 투석이나 신장 이식이 필요하다. 시스틴은 근육, 관절, 뇌 등 다른 장기에도 축적될 수 있어 여러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있다. 미국 희귀질환기구(NORD)에 따르면 필요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시스틴증 환자는 10세 이전에 사망할 수 있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성인기까지 생존한다.

시스틴증 환자는 신장 손상을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과도하게 배출되는 소변으로 인해 수분과 염분, 무기질이 모두 손실돼 이를 보충해야 한다. 환자들은 시스틴의 축적을 막기 위해 약물 치료를 진행한다. 눈에 시스틴 결정이 심하게 축적됐다면 각막 이식을 시도하기도 한다. 시스틴증으로 인해 근육이 위축됐다면 약물과 물리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한다.

시스틴증은 매우 희귀해 아직 정확한 예방법이 없으며, 연구가 진행 중이다. NORD에 따르면 시스틴증 환자는 미국에서 약 500명 보고됐다. 전 세계에는 2000명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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