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세상이 흑백 텔레비전 화면처럼 보여… ‘비주얼 스노우 증후군’의 시야는 어떨까?
임민영 기자
입력 2024/08/30 07:15
[세상에 이런 병이?]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흑백 텔레비전으로 방송을 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컬러텔레비전으로 전부 교체됐지만, 가끔 ‘지지직’ 거리면서 노이즈가 발생할 때가 있다. 정말 드물게 생기는 일이지만, 사람들은 그 짧은 순간에도 스트레스를 받고는 한다. 그런데, 희귀질환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마치 흑백 텔레비전처럼 노이즈가 가득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비주얼 스노우 증후군(Visual Snow Syndrome)’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다.
비주얼 스노우 증후군은 세상이 흑백 텔레비전 화면처럼 보이는 신경질환이다. 비주얼 스노우 증후군 환자들의 시야는 텔레비전 화면에 노이즈가 발생했을 때와 비슷하다. 이 질환은 1944년 미국 의사 프랭크 캐럴이 학술지 ‘Transactions of the American Ophthalmological Society’에 보고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환자들이 증상을 설명했을 때 스노 글로브(snow globe)를 흔들었을 때 보이는 모습이 연상돼서 ‘Visual Snow Syndrome’이라고 불리게 됐다.
비주얼 스노우 증후군 환자들은 항상 노이즈가 있는 시야를 본다. 이는 눈을 감았을 때도 나타난다. 이외에도 사람이나 사물 등이 사라진 후에도 그 잔여 영상이 남아 있는 시각 장애인 ‘반복보임(palinopsia)’이 동반되기도 한다. 빛에 과민반응하는 ‘광선공포증(photophobia)’이나,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들어갈 때 적응을 못하고 어두운 곳에서 사물을 보지 못하는 ‘야맹증(nyctalopia)’도 나타날 수 있다.
비주얼 스노우 증후군 환자들은 정상적인 시야를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각종 신체 증상도 함께 겪는다. 극심한 편두통과 불면증이 나타날 수 있고, 자주 어지럽고 이명에 시달리기도 한다. 머릿속이 뿌연 안개가 낀 것처럼 집중이 잘 안되고 멍한 상태가 지속되는 ‘브레인 포그’ 현상을 겪기도 한다. 심할 경우 자신의 시야에 혼란을 느껴 ‘이인성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이인성 장애가 있으면 자신을 평소와 달리 낯선 사람으로 느끼는 이인증과 외부 세계가 갑자기 달라졌다고 느끼는 비현실감이 발생한다.
비주얼 스노우 증후군은 아직 완치법이 없으며, 뚜렷한 치료법도 정해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경두개 자기자극법(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TMS)’을 활용하는 치료법을 연구 중이다. 경두개 자기자극법은 머리 가까이에 코일로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켜 뇌의 특정 부위를 자극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우울증 치료에 많이 이용된다.
비주얼 스노우 증후군은 예방법도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염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에 따라 증상이 나아질 수 있지만, 악화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비주얼 스노우 증후군이 있으면 꾸준히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증상이 심해지면서 우울증, 불안감 등이 나타날 수 있는데, 스트레스 관리 등을 통해 정신질환을 예방하는 게 도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