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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여름엔 물 한 잔을 마셔도 얼음을 띄우고 싶어진다. 그러나 집에서 얼린 얼음은 카페 얼음에 비해 유독 금세 녹아버린다. 냉동실 기능에 문제가 있는 걸까?

냉동실 문제라기보다는, 얼음을 얼린 방식이 문제다. 얼음은 어는 점인 0도에 최대한 가까운 온도에서 오래 얼릴수록 천천히 녹는다. 그러나 가정에서 쓰는 일반 냉동고 온도는 영하 18도 정도로 낮아, 냉동실에서 얼음을 얼리면 물이 급속도로 얼어붙는다. 빨리 만들어지는 얼음은 분자 구조가 불안정하고, 어는 과정에서 얼음 속에 기포가 남아 강도가 약하므로 녹는 속도가 빠르다. 반면, 카페나 바 등에서 제공하는 얼음은 영하 10도 정도 온도에서 28시간 이상 오래 얼린다. 다소 높은 온도에서 장시간 얼린 얼음은 분자 구조가 안정적이고 촘촘해 비교적 느리게 녹는다.

얼리는 온도만 신경 써도 잘 녹지 않는 얼음을 만들 수 있다. 얼음을 얼릴 때, 얼음 틀을 지퍼 백에 넣고 수건으로 감싸면 냉기가 천천히 전해져 어는 온도를 높일 수 있다. 냉동실보다 온도가 높은 김치 냉장고에서 2~3일 얼려도 잘 녹지 않는 얼음이 된다. 냉동실 온도를 높이는 것은 보관 중인 다른 음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추천하지 않는다.


얼음 얼리는 것에 신경 쓰기가 귀찮다면, 얼음이 그나마 천천히 녹는 컵을 쓰는 것도 방법이다. ‘국제 열 과학 저널’에 실린 멕시코 논문에 따르면 표면이 울통물퉁하거나 불규칙한 잔이 좋다. 연구팀이 잔의 모양에 따른 얼음 융해 속도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연구팀은 “코냑 잔처럼 표면이 매끄러운 잔에서 얼음이 더 빨리 녹는다”며 “음료에서 얼음으로의 열 전달이 더 잘 일어나 얼음이 유지되는 시간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한편, 불투명하고 뿌연 얼음이 아니라 깨끗하고 투명한 얼음을 만들고 싶을 때도 천천히 얼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얼음은 표면부터 얼기 때문에, 빨리 얼리면 공기가 가운데로 몰리면서 기포가 생기는 등 흔적이 남아 얼음이 불투명해진다. 반대로 얼음을 천천히 얼리면 공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해져 투명한 얼음이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