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아요]中·상담이 필요한 아이들

부산 해운대구의 여고생 세 명 사망 사건을 계기로 학생들의 정신 건강 지원 실태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학교가 심리적 어려움에 부닥친 아이들을 발굴하고, 상담이나 치료로 연결하려고 노력하지만 여의치 않다. 보호자 동의가 있어야 실제로 상담 또는 치료가 이뤄질 수 있는데, 동의해주지 않는 보호자도 많다.
◇교사들 “부모가 아이 상담, 정신과 치료 동의 안 해줘”
현재 고등학교에서는 매년 전 학년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학생건강검사,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등을 통해 학생들의 정신 건강 상태를 확인한다. 스트레스나 우울 등이 심한 고위험군으로 판정되면 위클래스 상담 또는 교육청과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등에서 운영하는 무료 상담으로 연계하는 것이 학교 매뉴얼이다. 다만, 이것이 다 성사되지는 않는다. 서울 지역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담하는 전문상담교사 A씨는 “학생을 학교 밖 상담으로 연계해주려면 보호자에게 구두로 동의를 받고, 서면으로도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며 “그러나 체감상 상담 연계가 필요한 학생의 보호자 중 30%에서 40%는 ‘우리 애는 상담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다’라며 동의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A씨의 한 학생은 먼저 ‘외부 상담을 받고 싶다’고 두 번이나 얘기했지만, 학생이 받아온 보호자 동의 서류는 ‘비동의’ 쪽에 체크가 되어 있었다. A씨가 사유를 묻자 그 학생은 “엄마랑 얘기해서 안 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상담이 아닌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로 연계할 때는 저항이 더 심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여부가 학교 생활기록부에 나오지 않아 대학 진학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교사들 간에 이 정보가 공유되지도 않는다고 설명해도 그렇다. A씨는 “자녀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넌지시 권하면 교사에게 화를 내는 부모도 있다”며 “상담 센터보다 정신건강의학과에 더 큰 거부감을 보이는 편”이라고 말했다. 부산교사노동조합 김한나 위원장 역시 “교사가 학생의 심리 건강 적신호를 포착해 학교 밖 상담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연결해주려 해도, 일부 학부모가 강한 거부감을 보여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보호자 동의 필요하긴 해 “약물 오남용 관리 때문”
그렇다고 보호자 동의 없이 아이를 외부 상담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로 연계하기도 어렵다. 크게 두 가지 이유다.
첫째로, 정신건강의학과에 연계될 경우 보통 약물치료를 받게 되는데, 아이들의 처방 약 오남용 사례가 잦다. 처방 약을 올바르게 복용하도록 관리 감독하기 위해서라도 부모가 자녀의 정신건강의학과 방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 좋다. A씨는 “고등학생 정도 나이가 되어도 처방받은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의 복용법을 지키지 않고 마음대로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약효가 빨리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 알만 먹어야 할 신경안정제를 한 번에 두세 알 과다 복용해, 몸이 축 처지고 정신을 제대로 못 차리는 등의 부작용 사례를 자주 목격한다”고 말했다. 이 경우, 학생에게 처방 약 전체를 맡길 것이 아니라, 약을 보호자가 가지고 있으면서 매일 하루 치 약만 내어주는 것이 좋다. A씨는 “전문상담교사와 보건교사가 정신건강의학과 처방 약을 받은 학생들에게 복용법을 지켜야 한다고 계속 지도해도, 아이들이 잘 지키지 않아 가정에서 부모가 관리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인권’ 문제 때문이다. 아직도 한국에는 정신 질환이 없는 사람을 정신 질환자로 몰아 억지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게 하거나 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에 대한 대중적 공포가 있다. 이에 지금은 당사자나 그 보호자 동의 없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게 했다가 ‘인권 침해’ 논란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 동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사공정규 교수는 “동의를 받는 것이 절차라 의사나 상담사로서도 환자와 그 보호자 의사에 반해 상담 또는 치료를 시도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 의과대학 교수 역시 “보호자 동의 없이 치료했다가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어,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보호자 없이 청소년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가 어렵다”고 했다.
◇몸처럼 마음의 아픔도 적극 치료해야 자살 막아
어떠한 이유에서든, 보호자 동의하에 학생이 상담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다. A씨는 아이가 외부 상담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싶다고 알려왔을 때, 보호자를 어떻게든 설득하려고 노력한다. A씨는 “전문상담교사, 담임교사, 보건교사가 모두 설득해도 보호자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학교에 방문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며 “이 경우에 교감 또는 교장, 학생 생활 상담부장 등 교내 관리자를 모두 모아 학생 심리 지원에 관한 회의를 열고 보호자가 그 회의를 참관하게 하면 설득이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말했다.
자녀를 사랑한다면, 상담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가로막아선 안 된다. 사공정규 교수는 “체력이 떨어졌을 때 헬스장에 가서 몸을 단련하는 것은 사람들이 당연시하면서, 마음의 힘이 떨어졌을 때 상담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로 마음의 근력을 키우는 데에는 이상하게도 거부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병·의원을 주기적으로 찾아와 치료를 잘 받던 환자가 ‘왜 그런 델 가냐’는 가족의 등쌀에 방문 빈도가 점점 줄어들다가, 어느 날 그 환자 대신 환자의 가족이 방문하는 사례를 겪곤 한다. 가족에게 환자는 요즘 왜 안 오느냐고 물어보면 그 사이 자살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사공정규 교수는 “아이가 힘들다고 할 때 상담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막을 것이 아니라 권장해야 한다”며 “골절은 눈에 보이면 바로 치료하면서, 3개월 내 자살 위험이 일반인보다 50배에서 70배나 큰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아이가 직접 상담이나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아이가 아직 우울증을 진단받을 정도는 아니고 부모가 정 거부감을 떨치지 못하겠다면, 부모라도 상담 또는 치료를 받으라는 것이 전문가 견해다. 사공정규 교수는 “아이가 우울증 등 정신 질환을 진단받을 정도가 아니라면 아이의 스트레스와 우울이 부모와의 불통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며 “부모라도 상담이나 치료를 받고 아이를 대하는 태도를 달리해야 자녀의 정신 건강이 개선된다”고 말했다.
◇교사들 “부모가 아이 상담, 정신과 치료 동의 안 해줘”
현재 고등학교에서는 매년 전 학년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학생건강검사,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등을 통해 학생들의 정신 건강 상태를 확인한다. 스트레스나 우울 등이 심한 고위험군으로 판정되면 위클래스 상담 또는 교육청과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등에서 운영하는 무료 상담으로 연계하는 것이 학교 매뉴얼이다. 다만, 이것이 다 성사되지는 않는다. 서울 지역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담하는 전문상담교사 A씨는 “학생을 학교 밖 상담으로 연계해주려면 보호자에게 구두로 동의를 받고, 서면으로도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며 “그러나 체감상 상담 연계가 필요한 학생의 보호자 중 30%에서 40%는 ‘우리 애는 상담이 필요한 정도는 아니다’라며 동의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A씨의 한 학생은 먼저 ‘외부 상담을 받고 싶다’고 두 번이나 얘기했지만, 학생이 받아온 보호자 동의 서류는 ‘비동의’ 쪽에 체크가 되어 있었다. A씨가 사유를 묻자 그 학생은 “엄마랑 얘기해서 안 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상담이 아닌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로 연계할 때는 저항이 더 심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여부가 학교 생활기록부에 나오지 않아 대학 진학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교사들 간에 이 정보가 공유되지도 않는다고 설명해도 그렇다. A씨는 “자녀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넌지시 권하면 교사에게 화를 내는 부모도 있다”며 “상담 센터보다 정신건강의학과에 더 큰 거부감을 보이는 편”이라고 말했다. 부산교사노동조합 김한나 위원장 역시 “교사가 학생의 심리 건강 적신호를 포착해 학교 밖 상담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연결해주려 해도, 일부 학부모가 강한 거부감을 보여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보호자 동의 필요하긴 해 “약물 오남용 관리 때문”
그렇다고 보호자 동의 없이 아이를 외부 상담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로 연계하기도 어렵다. 크게 두 가지 이유다.
첫째로, 정신건강의학과에 연계될 경우 보통 약물치료를 받게 되는데, 아이들의 처방 약 오남용 사례가 잦다. 처방 약을 올바르게 복용하도록 관리 감독하기 위해서라도 부모가 자녀의 정신건강의학과 방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 좋다. A씨는 “고등학생 정도 나이가 되어도 처방받은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의 복용법을 지키지 않고 마음대로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약효가 빨리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 알만 먹어야 할 신경안정제를 한 번에 두세 알 과다 복용해, 몸이 축 처지고 정신을 제대로 못 차리는 등의 부작용 사례를 자주 목격한다”고 말했다. 이 경우, 학생에게 처방 약 전체를 맡길 것이 아니라, 약을 보호자가 가지고 있으면서 매일 하루 치 약만 내어주는 것이 좋다. A씨는 “전문상담교사와 보건교사가 정신건강의학과 처방 약을 받은 학생들에게 복용법을 지켜야 한다고 계속 지도해도, 아이들이 잘 지키지 않아 가정에서 부모가 관리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인권’ 문제 때문이다. 아직도 한국에는 정신 질환이 없는 사람을 정신 질환자로 몰아 억지로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게 하거나 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에 대한 대중적 공포가 있다. 이에 지금은 당사자나 그 보호자 동의 없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게 했다가 ‘인권 침해’ 논란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 동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사공정규 교수는 “동의를 받는 것이 절차라 의사나 상담사로서도 환자와 그 보호자 의사에 반해 상담 또는 치료를 시도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 의과대학 교수 역시 “보호자 동의 없이 치료했다가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어,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보호자 없이 청소년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가 어렵다”고 했다.
◇몸처럼 마음의 아픔도 적극 치료해야 자살 막아
어떠한 이유에서든, 보호자 동의하에 학생이 상담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다. A씨는 아이가 외부 상담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싶다고 알려왔을 때, 보호자를 어떻게든 설득하려고 노력한다. A씨는 “전문상담교사, 담임교사, 보건교사가 모두 설득해도 보호자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학교에 방문하도록 요청할 수 있다”며 “이 경우에 교감 또는 교장, 학생 생활 상담부장 등 교내 관리자를 모두 모아 학생 심리 지원에 관한 회의를 열고 보호자가 그 회의를 참관하게 하면 설득이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말했다.
자녀를 사랑한다면, 상담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가로막아선 안 된다. 사공정규 교수는 “체력이 떨어졌을 때 헬스장에 가서 몸을 단련하는 것은 사람들이 당연시하면서, 마음의 힘이 떨어졌을 때 상담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로 마음의 근력을 키우는 데에는 이상하게도 거부감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병·의원을 주기적으로 찾아와 치료를 잘 받던 환자가 ‘왜 그런 델 가냐’는 가족의 등쌀에 방문 빈도가 점점 줄어들다가, 어느 날 그 환자 대신 환자의 가족이 방문하는 사례를 겪곤 한다. 가족에게 환자는 요즘 왜 안 오느냐고 물어보면 그 사이 자살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사공정규 교수는 “아이가 힘들다고 할 때 상담이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막을 것이 아니라 권장해야 한다”며 “골절은 눈에 보이면 바로 치료하면서, 3개월 내 자살 위험이 일반인보다 50배에서 70배나 큰 우울증을 치료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아이가 직접 상담이나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아이가 아직 우울증을 진단받을 정도는 아니고 부모가 정 거부감을 떨치지 못하겠다면, 부모라도 상담 또는 치료를 받으라는 것이 전문가 견해다. 사공정규 교수는 “아이가 우울증 등 정신 질환을 진단받을 정도가 아니라면 아이의 스트레스와 우울이 부모와의 불통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며 “부모라도 상담이나 치료를 받고 아이를 대하는 태도를 달리해야 자녀의 정신 건강이 개선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