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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치료하려다, 턱수염 생긴 20대 女… 왜 이런 당혹스러운 일이?
김예경 기자
입력 2025/06/13 23:00
[해외토픽]
프랑스 디종대학병원 의료진에 따르면 프랑스 여성 A(28)씨는 안드로겐성 탈모와 견인성 탈모 치료를 위해 미녹시딜 스프레이를 하루 두 번 사용했다. 미녹시딜은 모낭으로의 혈류 유입을 도와 모발 성장을 촉진해 탈모 완화에 도움을 주는 성분이다. A씨는 치료 후 두 달 만에 뚜렷한 발모 효과를 봤지만, 동시에 얼굴과 팔과 다리에 과도한 털이 자라는 ‘다모증’이 발생했다. 아침에 눈 주변이 붓는 증상도 나타났다.
A씨는 낮에는 가발을 착용하고 밤에는 모발 보호를 위해 꽉 조이는 수면 모자를 착용했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이로 인한 지속적인 두피 폐쇄가 미녹시딜의 피부 흡수를 증가시켰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A씨는 다모증 발생 후 미녹시딜 사용을 중단하고 레이저 제모 치료 5회를 받았다. 이후 다모증이 점진적으로 완화됐다. 의료진은 “미녹시딜을 권장 용량(하루에 2mL 사용)을 초과하거나, 고농도로 사용하거나, 가발이나 꽉 조이는 모자 등으로 두피를 폐쇄할 경우 미녹시딜의 피부 침투가 증가할 수 있다”며 “부적절한 사용은 다모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A씨가 사용한 미녹시딜은 원래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됐는데 머리와 팔·다리에 털이 나는 부작용이 발견되면서 탈모 치료제로 쓰이기 시작했다. 보통 2% 또는 5% 농도로 먹는 약 또는 바르는 약으로 출시된다. 미녹시딜 부작용으로 A씨처럼 다모증이 나타날 수 있다. 다모증뿐만 아니라 미녹시딜 부작용으로 두피 가려움증, 발진, 부기, 홍반 등이 생길 수 있다.
한편, A씨가 겪은 다모증은 신체 어디에든 털이 과도하게 자라는 질환이다. 다모증 환자들은 ▲생후 몇 주 내에 떨어져야 하는 솜털이 계속 자라거나 ▲색이 살짝 있는 가는 털이 자라거나 ▲두껍고 어두운 색깔의 털이 자라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성별과 상관없이 나타날 수 있고, 발병 시기도 제각각이다. 선천적인 다모증은 주로 태어날 때부터 긴 솜털이 있으며, 손바닥과 발바닥을 제외한 몸 전체에 긴 털이 있다. 다모증 환자들은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해 비만, 당뇨 등 대사성 변화를 겪을 수 있고, 여성의 경우 월경 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다모증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족력이 있으면 발병할 확률이 높다. 유전자 변이 때문에 다모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선사 시대 때 털이 길게 자라도록 유도한 유전자는 인류가 진화하면서 사려졌다. 하지만 이 유전자가 다시 발현되면서 다모증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까지 환자 수가 전 세계 100명 미만일 정도로 희귀하다.
다모증은 아직 완치법이 없다. 환자들은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털을 제거하는 단기적인 방법을 활용한다. 주로 레이저 제모, 제모기, 왁싱 등으로 일시적인 효과를 얻고자 한다. 하지만 털을 잠시 없애려다 오히려 피부에 자극을 주고 내생모(피부 속으로 파고들어가 자라는 털)를 유발할 수 있다. 다모증을 예방하는 방법도 없다. 다만, A씨처럼 후천적인 다모증 중 일부는 미녹시딜(탈모 치료제)이나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단백질 합성을 도와 근육을 키워주는 남성호르몬제의 일종) 등을 복용해서 발병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이런 약물을 피하면 후천적 다모증 발병 위험을 낮출 수는 있다.
이 사례는 ‘미국 사례 보고서 저널(American Journal of Case Reports)’에 지난 9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