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일반

[아미랑]“다른 이들에게도 기적이 일어나길” 폐암 4기 이겨낸 80대의 소망

김서희 기자

<아미랑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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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을 극복한 노재용씨(왼쪽)와 그의 주치의인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계영 교수./사진=건국대병원
폐암 4기를 이겨낸 노재용(83·서울시 노원구)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82세라는 고령의 나이에 폐암 4기를 진단받아 여러 병원에서 “치료가 어렵다”는 말을 들었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싸웠습니다. 암과의 작별을 도운, 노씨의 주치의인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계영 교수와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눴습니다.

“치료하기 어렵다” 절망 같던 암
노재용씨가 처음 암 진단을 받은 건 2024년 12월입니다. 암 진단 받기 10개월 전부터 노씨는 객혈과 늑막염으로 6개월간 고생했습니다. 동네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복용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일상에서 계단 세 개도 오르기 힘들 정도로 숨이 차 다른 병원에 갔더니 “폐암 말기”라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폐 CT(컴퓨터단층촬영)를 찍은 결과, 폐 오른쪽 하엽에 5.5cm 크기의 종양이 있었고, 양쪽 폐에 전이성 결절이 된 상태였습니다. 문제는 나이였습니다. 병원 여러 곳을 다녀 봐도 “암의 상태가 좋지 않고 고령이라는 점에서 치료가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암을 제거하더라도, 고령으로 체력이 좋지 않아 합병증으로 사망할 위험이 크다는 이유였습니다. 가족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노씨를 치료해주겠다는 병원을 찾아, 가족 모두가 발 벗고 나섰습니다. 그렇게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계영 교수를 만났습니다.

노재용씨는 암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오히려 속이 후련했다고 합니다. 객혈 증상이 낫지 않을 때마다 ‘대체 왜 그럴까’ 과거를 반추하며 원인을 찾기에 급급했는데, 암이라는 진단명을 받고 해결책이 나와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합니다. 가족력이 없었지만, 80년갑(40년 동안 하루 2갑) 흡연자이다 보니 암을 피하기가 어려웠던 겁니다. “말기암은 ‘치료할 수 없는 암’, ‘더 이상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현존에 없을 때’를 말기암이라 부른다”며 “4기 암도, 불치병도 아닌 치료할 수 있는 병이니, 나를 믿고 따라와 달라”는 이계영 교수의 말에 용기를 얻어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두 번 만에 암세포 90% 줄어
폐암은 폐에 생긴 악성 종양으로, 암세포의 크기와 형태를 기준으로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으로 구분합니다. 폐암 가운데 80~85%는 비소세포폐암으로, 비소세포폐암은 다시 선암, 편평상피세포암, 대세포암 등으로 나뉩니다. 노재용씨가 진단 받은 편평상피세포암 A는 흉곽 외로 전이가 없는 형태로, 편평상피세포암 B(뇌, 뼈, 간, 부신 등 흉곽 외 전이)보다 치료 효과가 좋습니다.

치료는 곧바로 시작됐습니다. 항암제 탁솔주(파클리탁셀)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병용요법을 시행했습니다. 2회 치료만으로도 종양이 줄어들었습니다. 기관지를 막고 있던 종양이 깨끗하게 사라지며 호흡곤란, 흉수 등의 증상도 확연하게 줄어들었습니다. 두 번 만에 치료 효과가 긍정적이었던 건 PDL-1 수치가 높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PDL-1은 면역세포 표면에서 발현되는 단백질로, 특정 암세포 표면에서도 증가해 면역 체계를 회피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계영 교수는 “PDL-1 수치가 높으면 항암제 독성이 심하다”며 “다행히 PDL-1 수치가 많이 높지 않아 병용요법 치료 효과가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노재용씨의 적극적인 태도도 치료 과정과 예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음식도 영양 균형을 맞춰 잘 챙겨 먹고, 치료 과정이 힘들었을 텐데 내색 없이 열심히 따랐습니다. 이계영 교수는 “암 환자가 암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며 긍정적으로 일상을 보내는 게 치료 효과에 매우 영향을 끼친다”며 “노씨의 경우, 연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력이 강하고 낫겠다는 의지가 강하며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태도가 인상 깊었다”고 말했습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가족의 사랑으로 이겨내
노재용씨가 폐암 투병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건 항암 치료 부작용이었습니다. 항암 치료로 인해 손발 저림, 근육통이 심했다고 합니다. 힘든 순간들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노씨만의 긍정적인 마음가짐이었습니다. 노씨는 암에 걸리기 이전부터 낙천적이고 대범한 성격을 가졌습니다. 의료진에 대한 강한 믿음으로 완치될 거라고 반복적으로 세뇌하며 암 투병을 이어갔습니다. 입맛이 없어도 면역력을 높이고 암을 이겨내기 위해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챙겨 먹었습니다. 양배추, 당근, 버섯, 소고기, 달걀을 삼시세끼 먹으며 영양 보충에 신경을 썼습니다. 폐암 합병증에 걸리지 않기 위해 매일 한 시간 정도 집 주변 공원을 열심히 거닐었습니다.

가족들도 암을 이겨내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노씨가 암 진단을 받기 3년 전, 며느리가 유방암을 진단 받았습니다. 며느리는 같은 암 경험자로서 그 누구보다 노씨를 이해하고 잘 보살폈습니다. 노씨는 그 당시를 떠올리며 “항암 치료를 받기 전후로 며느리가 수시로 전화가 와서 안부를 묻고 응원해줬다”며 “덕분에 항암 치료 부작용을 조금이라도 빨리 완화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딸과 아들 역시 “좋아지실 거다” “불안해하실 필요가 하나도 없다”며 매일매일 아버지를 격려했습니다.

노재용씨는 현재 ‘부분관해’ 상태입니다. 종양의 축소율이 50% 이상(5.5cm의 종양이 1cm로 감소)이면서 전이가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정기적인 검사와 함께 지금처럼 건강 관리만 잘한다면 이 상태를 5년째 유지하는 해인 2029년에 완치 판정을 받게 됩니다. 이계영 교수는 “종양이 더 이상 커지지 않고 아무런 문제가 없어 완치에 이를 것이라 본다”며 “약효가 떨어지거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 한 항암 치료를 이어갈 계획이다”고 말했습니다.

<노재용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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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용씨./사진=건국대병원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큰 어려움 없이 지극히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규칙적으로 밥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합니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삼시세끼는 꼭 영양가 있게 챙겨 먹고 있습니다. 매 끼니 양배추, 당근, 버섯, 소고기 등 신선한 채소로 매일 먹다 보니, 체력이 정말 좋아졌습니다. 매일 두 시간씩 집 주변을 걷습니다. 가족, 지인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행복한 추억을 만들고 있습니다.”

-암 진단 전후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암을 계기로 제 자신에 대한 신념이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암을 겪어도 충분히 가치 있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암 진단 전보다 더 열심히 운동하고 활기찬 생활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나 자신을 더 사랑해주고 있기도 하고요.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더 풍요롭고 행복한 인생이 됐습니다.”

-폐암 4기 진단을 받으면, 많은 이들이 좌절하곤 합니다. 어떻게 그 상황에서 긍정적일 수 있었는지?
“병기 높은 암에 걸리면 부정적인 생각으로 무기력해지고 자책하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무력해질수록 손해는 자기 자신이 봅니다. 불안함은 오히려 암 치료를 방해합니다. 저는 ‘열심히 치료받으면 모든 게 지나가겠지’라는 생각으로 치료에만 집중했습니다. 입맛이 없어도 매일 여러 종류의 채소와 과일을 골고루 먹으려 노력했습니다. 잘 먹어야 체력이 올라가고, 그래야 치료를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환자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신경 써주던 이계영 교수님의 힘도 컸습니다. 치료 과정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설명해주고, 치료 과정 중 힘든 고민도 들어주셨습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 긍정적으로 암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암 투병 중인 다른 환자분들에게 한 마디.
“기적은 일어납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의학적인 치료는 전적으로 주치의를 믿고 따르고 열심히 치료 받으세요.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스스로를 믿고 조금이라도 운동하고, 입맛이 없어도 조금씩이라도 먹으면서 기력을 보충하세요. 저처럼 잘 먹고 움직이고 치료 받으시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습니다.”

<이계영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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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이계영 교수./사진=건국대병원
-노재용씨의 현재 의학적인 상태는 어떤가요?
“폐 속 종양의 크기는 1cm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2024년 12월에 비교하면 90%가 사라진 종양으로, 치료 효과가 아주 좋습니다. 항암 치료를 3주에 한 번씩 받고 계시며, ‘부분 관해’ 상태입니다. 지금처럼 꾸준히 병원에 오셔서 검사받고 건강한 생활을 영위하시기만 한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입니다. 그래도 이해되지 않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종양은 있지만 치료를 계속 받으면서 종양의 크기를 유지하기만 한다면, 남들만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노씨가 암을 이겨낸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암을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강하셨습니다. 고령에 치료 과정이 힘들었을 텐데 내색 없이 열심히 따라오셨습니다. 음식도 영양 균형 맞춰 잘 챙겨 드시고 운동을 꾸준히 하시면서 건강에 무척 신경을 쓰셨습니다. 무엇보다 가족이랑 주변 친구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며 정신적으로도 활발한 게 치료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 같습니다. 항암 치료를 받으면 뇌 손상이 오면서 치매 위험도 높습니다. 의료진을 믿고 적극적인 태도를 잃지 않으신 게 최적의 치료 효과를 끌어내며 암을 이겨내신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폐암 조기 검진이 중요한 이유는?
“폐암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사망 원인 1위인 암입니다. 매년 210만여명이 폐암을 진단받고 170만명이 사망합니다. 폐암을 비롯한 모든 암은 유전적 요인 30%와 환경적 요인 70%로 발생합니다. 폐암 조기 검진이 중요한 이유죠. 폐암을 1~2기에 빨리 발견해 수술하면 생존율이 90%에 달합니다. 저선량 흉부 CT를 통한 조기 검진을 해서 폐암을 찾아내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최근 여성, 비흡연자 폐암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로, 조기 검진의 중요성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장기간 흡연자가 아니라도, 간접흡연에 노출됐거나 직계 가족 중 폐암 가족력이 있다면 2년에 한 번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받는 것을 추천합니다.”


-폐암 환자들에게 한 말씀.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폐암 특히 4기는 불치병이란 인식이 강하지만, 이는 다 옛말입니다. 폐암의 치료 성적과 예후는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습니다. 폐암 치료제는 항암제, 면역 치료제, 표적 치료제, 항체-약물 접합체 등의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주변의 응원과 힘을 받으며 암을 이겨내세요. 의료진을 믿고, 가족과 함께 노력하다보면 꼭 완치에 이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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