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아토피 아니라고?” 피부 접히는 곳마다 물집… 갈라지고 진물도 난다는데, 무슨 병?

임민영 기자

[세상에 이런 병이?]

이미지

겨드랑이에 헤일리-헤일리 병 증상이 심해진 모습과 약물 치료로 완화한 모습./사진=The Cureus Journal of Medical Science
세상에는 무수한 병이 있고, 심지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질환들도 있다. 어떤 질환은 전 세계 환자 수가 100명도 안 될 정도로 희귀하다. 헬스조선은 매주 한 편씩 [세상에 이런 병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믿기 힘들지만 실재하는 질환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보통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물집이 생긴다고 하면 ‘아토피’를 먼저 떠오른다. 그런데, 유전자 변이로 인해 갑작스럽게 겨드랑이나 목주름 등에 물집이 잔뜩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들이 겪는 희귀질환인 ‘헤일리-헤일리 병(Hailey-Hailey Disease)’에 대해 알아봤다.

헤일리-헤일리 병의 정식 명칭은 ‘가족성 양성 천포창(familial benign pemphigus)’이다. 천포창, 또는 펨피거스는 피부와 점막에 물집을 형성하는 만성 물집 질환이다. 천포창은 외부 항원을 공격해야 할 항체들이 자신의 점막과 피부를 외부물질로 잘못 인식하고 공격해 파괴하는 과정에서 물집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이다. 헤일리-헤일리 병도 ‘천포창’이라고 부르지만, 자가면역질환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헤일리-헤일리 병 환자들은 다른 천포창 환자들과 달리 자가면역질환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온다.


헤일리-헤일리 병은 1939년 헤일리 형제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미국 피부과 의사였던 휴 에드워드 헤일리와 윌리엄 하워드 헤일리는 한 환자의 피부에 독특한 물집을 발견했다. 피부가 접히면서 주름이 생기는 부위에 증상이 나타난다는 특징을 발견한 헤일리 형제는 이 질환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1939년 헤일리 형제는 가족 사이에서 같은 증상이 나타난 사례 두 건을 발표하며 ‘헤일리-헤일리 병’을 보고했다. 1년 뒤 이들은 두 가족에서 22건이 발생한 사례도 발견해 헤일리-헤일리 병이 유전질환임을 알렸다.

헤일리-헤일리 병은 3번 염색체에 있는 ATP2C1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병한다. ATP2C1 유전자는 표피의 세포에서 칼슘 항상성(혈액 내 칼슘 농도가 좁은 범위에서 일정하게 유지되는 상태)을 유지하는 단백질을 만들 때 필요하다. 그런데, ATP2C1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칼슘 항상성을 잃고, 이로 인해 세포들이 서로 붙지 않는다. 건강한 신체의 세포는 데스모좀(desmosome)이라고 하는 세포 간 연접 구조물에 의해 서로 붙어있다. 유전자 변이에 의해 세포가 서로 떨어지다 보니 표피에도 영향을 줘 피부에 계속 물집이 생기는 헤일리-헤일리 병이 발병한다.



이미지

겨드랑이에 헤일리-헤일리 병 발병한 모습./사진=Primary Care Dermatology Society
헤일리-헤일리 병 환자들은 보통 피부가 접히고 주름지는 부위에 대칭적인 피부 발진이 나타난다. 피부 병변이 생기는 주기는 환자마다 다르다. 주로 겨드랑이나 목, 서혜부에 계속 물집이 생긴다. 엉덩이나 가슴에 증상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피부 병변은 노랗고 딱딱하게 굳으며, 갈라지면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땀이나 마찰은 증상을 악화할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 헤일리-헤일리 병이 심한 경우 진물이 나거나 피부가 갈라져 세균 감염의 위험도 커진다. 따라서 환자들은 제때 치료를 받아 증상을 완화해야 한다.

헤일리-헤일리 병은 아직 완치법이 없다. 환자들은 물집을 빠르게 완화하거나 악화를 막는 치료법을 시도한다. 환자들은 항생제나 진통제를 처방받아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corticosteroid), 클린다마이신(clindamycin) 등이 있다. 두 약물은 염증을 줄일 때 효과적이라고 알려졌다. 생활 습관 개선도 중요하다. 환자들은 부드러운 천의 옷을 입고, 자외선을 피해야 한다. 과체중인 경우 살집이 접혀 증상 악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




이미지

가슴 아래에 헤일리-헤일리 병 발병한 모습/사진=American Osteopathic College of Dermatology
헤일리-헤일리 병 같은 피부 질환은 물집이 나타나는 양상이 비슷해서 오진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헤일리-헤일리 병은 환자마다 증상이 시작하는 시기가 달라 제때 진단받지 못하기도 한다. 환자들은 대부분 청소년기에 증상을 겪기 시작한다. 피부가 접히는 부위에 못 보던 물집을 발견했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고 신속히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의료진은 정확한 진단을 위해 피부 조직 검사를 시행하고 가족력을 파악한다. 미국 희귀질환기구(NORD)에 따르면 헤이리-헤일리 병은 5만 명 중 1명꼴로 발병할 정도로 희귀하다. 다만, 정확한 환자 수는 집계되지 않았다.


세 줄 요약!
1. 헤일리-헤일리 병은 피부가 접히고 주름지는 부위에 대칭적인 피부 발진이 나타나는 질환.
2. 헤일리-헤일리 병은 3번 염색체에 있는 ATP2C1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병.
3. 아직 완치법이 없어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약물 치료와 생활 습관 개선 실천하는 게 중요.


헬스조선 서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