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질환

“아기 보자마자 슬퍼 눈물”… 태아 때 ‘이 바이러스’ 감염돼 온몸 빨개, 무슨 일?

임민영 기자

[해외토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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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해일은 태어나기 전 헤르페스 1형 바이러스에 감염돼 온몸이 빨갛게 변한 채 태어났다./사진=Wales Online
영국에서 12주 일찍 태어난 아기가 바이러스 때문에 온몸이 빨갛게 변한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7(현지시각)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브룩 해일(28)은 작년 12월 12일 영국의 한 병원에서 아기를 낳았다. 아들 루카는 12주 일찍 태어났으며, 출생 당시 몸무게는 1.13kg이었다. 루카의 몸은 전부 빨갛게 변한 상태였고, 오른쪽 눈 시력도 잃었다. 임신 20주차까지도 루카의 건강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해일은 임신 7개월이 지난 시점인 작년 12월 8일 극심한 통증을 겪어 병원을 방문했다. 의료진은 가진통(임신 중반부터 후반에 걸쳐 출산을 위해 자궁이 준비하면서 발생하는 불규칙한 자궁 수축)이라고 했지만, 며칠 뒤 양수가 터져 그는 곧바로 병원에 실려 갔다. 해일은 “아기가 나오고서 보자마자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며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라고 말했다. 루카는 곧바로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해일은 “다음날 신생아 중환자실에 있는 루카를 봤는데 눈물이 났다”며 “피부가 다 벗겨졌고, 아파서 작게 칭얼거리는 모습이 너무 가슴 아팠다”라고 말했다.

의료진은 처음에 희귀질환을 의심해 여러 검사를 진행했지만, 태어나기 전 자궁에서 헤르페스 1형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오른쪽 눈 시력을 잃은 것도 바이러스가 각막으로 퍼진 탓이었다. 해일 부부는 둘 다 헤르페스 1형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지만, 두 딸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아 루카에게만 나타난 것이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해일은 “전신 화상을 입은 것처럼 새빨간 상태였고 정말 작았다”라며 “이젠 행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하기만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루카는 중환자실에서 12주 동안 입원했으며, 지난 2월 22일 퇴원했다. 지난 10월에는 각막 이식 수술도 받았으며 건강을 회복 중이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8종으로 구분되는데, 대표적으로 1형과 2형이 있다. 헤르페스 1형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입 주변에 단순포진이 발생하며, 2형은 주로 성기 주위에 증상이 나타난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작은 포도송이 같은 물집이 피부와 점막에 무리지어 생긴다. 물집은 가렵고 따갑고 짓무르기도 하며, 이 물집과 접촉하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물집이 없어져도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지면 활성화돼 다시 물집을 만든다.

루카처럼 면역 체계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태아가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성인보다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헤르페스 1형 바이러스가 태아에게 전염되면 피부 수포나 결막염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간혹 산모의 성기 주변에 헤르페스 2형 바이러스에 의한 물집이 있다면 출산 과정에서 아기도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제왕절개를 시행하게 된다.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은 피부에 국한된 경우가 많아 대부분 병변을 깨끗하고 건조하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낫는다. 환자에 따라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해 합병증을 예방하고 증상을 줄이기도 한다. 헤르페스 바이러스 증상을 최소화하고 싶다면 입술 주변의 가려움증 등 초기 증상이 나타날 때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거나 연고를 바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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