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물집 잡히면 대상포진? 헤르페스 감염증일수도
김경원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3/02/10 09:18
이민영(36·서울 영등포구)씨는 최근 아들(6)의 입술 주변에 빨갛게 부어오르다 못해 흉하게 물집까지 생겨서야 병원을 찾았다. 평일 어린이집과 학원을 다니고, 주말에는 썰매장과 실내놀이터에서 뛰어놀아 피곤해서 생긴 것으로 처음에 여기다가 물집이 들불처럼 번진 것. 피부과 의사는 "면역력 저하로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라고 말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 최근 급증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은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돼 나타나는 질환을 말한다. 피부점막이나 손상된 피부, 성관계로 우리 몸에 들어와 평생 감각신경에 잠복하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자주 재발을 하는 병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병원 진단을 받은 사람이 매년 꾸준히 증가해 지난 2011년에만 66만 여명이었다. 이는 2009년(56만9922명)보다 9만5106명, 16.6% 늘어난 것이다.
성별로는 여성이 39만5523명, 남성이 26만9505명으로 여성 환자가 12만6018명 더 많았다. 연령별로는 0~9세 어린이 환자가 14만9660명(22.5%), 40대 10만6110명(16%), 50대 9만9899명(15%), 30대 9만8404명(14.8%) 순이었다. 또, 발병률은 0~9세가 높았지만 증가율은 50대가 최고치를 기록했다. 50대는 2년 사이 환자수가 2만2211명이 늘어 28.5% 증가했다. 0~9세와 70대 이상도 각각 27%, 20%로 환자수가 3만1817명, 6583명 늘었다.
10세 이하에서 가장 많이 생겨
10세 이하에서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이 많이 발병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요즘 아이들은 인스턴트, 패스트푸드와 같은 고열량의 음식 섭취로 덩치가 커졌지만 균형 잡힌 식습관을 갖지 못해 과거 같은 연령에 비해 면역력이 떨어진다. 어릴 때부터 이어지는 학업 스트레스, 아토피 피부염 유병률 증가도 한 몫을 차지한다. 또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몸에 침투한 초기에 반응이 가장 활발해 이 병에 처음 걸린 10대 이하의 어린이에게서 증상이 극심하게 나타난다. 더구나 기온 차가 심한 겨울철에는 면역력이 저하되기 쉬워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이 더 높아, 요즘 특히 유병률이 올라갈 위험이 높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피부과 김혜원 교수는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돼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느는 것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재발이 늘어난 데다 아토피 피부염, 면역억제제 복용으로 면역상태가 저하됐기 때문"이라며 "입술 주위에 물집이 잡히는 1형 단순포진에 걸린 어른이 5세 이하의 아이에게 뽀뽀를 하는 것만으로도 전염될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은 80~90%가 성관계로 감염
이 병은 성인도 예외는 아니다. 그 이유는 피로나 스트레스를 풀길 없는 바쁜 생활이 한 몫을 한다. 식사를 거르는 것도 면역력을 떨어뜨려서 몸 속에 숨어있던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자극한다. 또한, 입술 주위에 증상이 나타나는 1형 외에도 성기 주변에 물집이 생기는 2형 환자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과거에 비해 성에 대해 자유로워진 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실질적으로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은 성관계가 아닌 단순 접촉만으로도 전염된다. 성관계에 의한 감염률은 여자가 80~90%, 남성이 50% 정도다. 이밖에도 상기도 감염과 같은 열성 질환, 과도한 햇볕 노출, 월경 등도 바이러스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물집 잡히면 병원에서 항바이러스제 복용
헤르페스 감염증의 대표적 증상은 물집(수포)이다. 특히 증상이 어느 곳에 나타났느냐에 따라 1형과 2형으로 구분한다. 구강 또는 입술 주변에 생겼다면 1형, 생식기 주변에 발병했다면 2형이다. 심하게는 허벅지 안쪽과 엉덩이, 항문 등에도 생긴다. 만약 물집이 다른 세균에 감염되면 진물이 나고 사타구니의 임파선이 부어올라 걷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통증의 강도는 세지 않다. 대상포진일 때의 통증보다 덜하다.
일반적으로 물집과 궤양은 2~3주면 없어지지만 한 달 가량 지속되기도 한다. 증상이 없다 해도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지만 보균자나 감염자가 사용한 변기와 목욕탕, 수건을 썼다고 해서 감염되지는 않는다. 이 병은 완치가 불가능한 데다 재발율이 70~80% 정도로 높다. 대상포진의 재발율이 10% 미만인 것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이 병은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감염 기간과 증상의 정도, 전염력을 줄일 수 있다. 특히 바이러스가 증상 발현 초기 때 가장 활발하게 작용하는 특성상 물집이 생기기 전, 통증과 발열감이 있기 전이나 발생 직후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아 증상 악화를 막는다. 2형의 경우 성관계를 금하고 파트너와 함께 치료받는다.
또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손을 자주 씻고 아이들과 접촉을 주의한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태아에게도 유전된다. 따라서 임신 중이라면 주치의에게 이 사실을 알려 아이로의 전염을 막는다. 2형의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을 앓은 적이 있는 임산부에게는 일반적으로 제왕절개술을 권한다.
물집이 잡힌 부위는 미지근한 물로 닦고 자연 건조시키거나 헤어드라이어로 말려 보송보송한 상태를 유지한다. 물집을 터뜨리면 흉터가 생기고 세균에 감염될 확률이 높은 만큼 삼간다. 손에 묻은 균이 다른 부위에 닿아 전염시킬 수 있으므로 물집은 그대로 둔다. 잘못된 국소 도포제 역시 병을 지속시킬 수 있으므로 의사의 지시를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