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병원_강남차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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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차병원 한세열 총괄원장(가장 왼쪽)이 난임센터 산부인과 전행준 교수, 여성의학연구소 연구진과 함께 배아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한 해에 국내 출생아의 5%가 차병원난임센터에서 탄생한다. 난임으로 고통받던 환자들이 낳은 선물 같은 아기다. 이를 가능케 한 난임 치료 기술은 대부분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에서 개발됐다. 최근, 국내 1세대 난임 명의로 손꼽히는 한세열 교수가 이곳에 총괄원장으로 부임했다. 한평생 습득한 난임 치료 비법을 쏟아부어, 명실상부한 난임 치료 선도 병원으로 거듭나기 위함이다.

'36년 차 난임 치료 베테랑' 1세대 난임 명의 합류

강남차병원은 일종의 '난임 4차 병원'이다. 전국 각지에서 난임 병원을 전전하다 '이번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강남차병원에 올라오는 사람이 많다. 그만큼 방문자 대부분이 고난도 난임 환자다. 강남차병원 한세열 총괄원장은 "우리 병원에서도 안 되면 환자들이 더는 갈 병원이 없다"며 "강남차병원이 자체 여성의학연구소에서 난임 분야 신기술 개발과 도입에 정진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에 강남차병원은 난임 치료 분야 '최초' 타이틀이 많다. 1986년에 국내 민간병원 최초로 시험관 아기 출산과 나팔관 인공 수정 아기 출산에 성공했다. 1989년에는 세계 최초로 미성숙 난자를 체외에서 배양(IVM)해 성숙시켜, 출산에 성공했다. 미성숙 난자는 태아가 될 수 없다는 당시 관념을 깬 것이다. 1999년에는 세계 최초로 난자 은행을 설립했다. 이밖에 ▲유리화 난자 동결법 ▲난자 내 정자 직접 주입법(ICSI) 등 난임 치료 신기술도 모두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한세열 총괄원장은 유리화 난자 동결법 연구에 참여한 장본인이다. 36년간 난임 치료에 몰두하며 1만 건 가까이의 임신을 성공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그중에는 쌍태아 임신에 성공한 국내 최고령 57세 산모도 있었다. 그는 구미, 대구, 일산 등 전국 각지의 차병원에서 진료하며 지역 환자들을 두루 만나고, 한 달여 전 총괄원장으로 강남차병원에 합류했다. 한세열 총괄원장은 "강남차병원이 국내 난임 치료의 마지막 보루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도록 하려 한다"며 "앞으로도 여성의학연구소 연구진이 최신 난임 의료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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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난임 치료술 두루 도입… 기술 공개 예정도

강남차병원은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이다. 실시간 배아 관찰기인 '엠브리오스콥'이 그중 하나다. 과거엔 일정 시간 간격을 두고 배아 분열 과정을 확인했지만, 강남차병원은 배아 하나당 하나의 엠브리오스콥을 배치해 성장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배아 분열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배양액을 교체하는 등 재빨리 대처할 수 있다. AI 기술도 접목했다. 과거엔 사람 눈으로 봤을 때 가장 좋아 보이는 배아를 골라서 이식했다. 그러나 지금은 임신 성공률이 가장 높은 배아를 골라내는 AI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정상 배아를 선별하는 착상 전 유전검사(PGT)로 임신 성공률도 높였다. 35세 이상 여성에서 만들어지는 배아의 절반 이상은 비정상 염색체가 있다. 40세에선 그 비율이 70%에 달한다. 비정상 염색체가 있는 배아인지 모르고 이식하면 산모가 유산을 거듭할 수 있다. PGT로 비정상 염색체가 확인되지 않는 배아를 골라서 이식해야 유산 위험이 대폭 낮아진다. 다른 예비 산모의 배아를 실수로 이식하는 일이 없도록 ART 안전관리시스템도 도입했다. 인공 수정과 시험관 시술 전 과정에서 정자, 난자, 배아를 추적해 본인의 배아가 정확히 이식되게 하는 감시 체계다. 예비 산모와 연구자가 각각 하나씩의 ID카드를 받고, 이 카드를 둘 다 집어넣었을 때만 해당 예비 산모의 배아를 배양기에서 꺼낼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성과는 차병원이 '차여성의학연구소'라는 자체 연구소를 꾸준히 운영해온 덕분이다. 그간은 비공개 됐던 기술이지만, 차병원은 조만간 난임 치료 비결을 의학계에 공개하려 한다. 난임 치료를 선도하는 병원으로서 국내 난임 치료 기술의 상향 평준화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최근 판교 차바이오컴플렉스에는 난임 연구원들이 교육 받을 수 있는 난임 트레이닝 센터가 만들어졌다. 차병원 소속이 아닌 연구자도 와서 최신 난임 치료 기술을 배워갈 수 있다. 이 센터는 10월 말에 문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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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차병원 한세열 총괄원장(앞줄 왼쪽), 난임센터 산부인과 전행준 교수(앞줄 오른쪽), 여성의학연구소 연구진(뒷줄). /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난임 인식 변화도 앞장서… '난자 적금' 들기 권장

난임 치료 선구자로서, 강남차병원은 '가임력 보존'에 대한 대중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40세는 난자 질이 떨어지기 시작해 임신이 본격적으로 어려워지는 시점이다. 이 전에 난자를 채취해 보관할 수 있도록 1999년 차광렬 연구소장이 강남에 세계 최초의 난자은행을 설립했지만, 당시만 해도 학계에선 난자 은행의 효용성에 회의적이었다. 임신과 출산 시기가 과거보다 늦어진 지금은 아니다. 오늘날 난자은행은 임신 가능성을 열어둔 미혼 여성이 고려할 수 있는 가임력 보존의 한 수단이다. 나이를 굳이 정해두지 말고, 최대한 젊을 때 일종의 '난자 적금'을 드는 것이 권장된다. 한세열 총괄원장은 "결혼과 임신 시점이 아직 멀었더라도, 언젠가 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있다면 미리 난자 냉동을 해 둬도 좋다"며 "건강한 난자만 확보돼 있다면 40∼50대 임신도 그리 어렵지만은 않은 일이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병원을 두려워하지 않게 힘쓰고도 있다. 난임 치료는 마음먹는 게 절반이다. 병원에 가겠다고 결심하기가 어렵지, 일단 가면 전문가들에게 체계적 도움을 받을 일만 남는다. 강남차병원에는 환자 상황에 따른 맞춤형 임신 계획을 상담하는 전행준 교수가 있다. ▲반복적 착상 실패 ▲반복적 유산 ▲다낭성난소증후군 ▲고령 임신 등 다양한 난임 원인마다 최적화된 임신 전략을 세우는 게 골자다.

전행준 교수는 "요즘은 난임이 아니더라도 임신 상담을 위해 병원을 빨리 찾아오는 사람이 늘었다"며 "환자의 나이뿐 아니라 직업 등 일상생활까지 고려해 시험관 아기, 인공 수정, 자연 임신 중 어떤 방식으로 임신을 시도할지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성과

- 1986년 
민간 병원 최초 시험관 아기 출산

- 1987년 동양 최초 난소 없는 여성의 임신 성공

- 1988년 미성숙 난자의 체외 배양 임신 성공


- 1988년 국내 최초로 산부인과 복강경 수술 도입

- 1994년 국내 최초 복강경 이용한 미세 난관 복원술 여성의 임신 성공

- 1994년 동양 최초 난자 내 정자 직접 주입 통한 분만 성공

- 1994년 국내 최초 유전 질환의 착상 전 진단 성공

- 1998년 세계 최초 유리화 난자 동결 보존법(난자 냉동) 개발

- 1999년 세계 최초 난자 은행 설립

- 2014년 세계 최초 성인 체세포 이용한 체세포복제줄기세포주 확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