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주변이 커졌다 작아져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는 질환 [세상에 이런 병이?]

임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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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은 앨리스처럼 눈앞에 있는 물건이나 사람 등이 왜곡되어 보이는 질환으로, 주변 환경이 실제보다 크거나 작게 보이기도 한다./사진=CNN
세상에는 무수한 병이 있고, 심지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질환들도 있다. 어떤 질환은 전 세계 환자 수가 100명도 안 될 정도로 희귀하다. 헬스조선은 매주 한 편씩 [세상에 이런 병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믿기 힘들지만 실재하는 질환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주인공 앨리스는 크기가 커졌다가 작아지면서 주위 환경이 크고 작게 보인다. 앨리스처럼 실제로도 사물이 크게 보이거나 작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에 대해 알아보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Alice in Wonderland Syndrome)은 뇌에서 시각적 정보를 처리할 때 오류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은 1955년 영국 정신과 의사 토드(John Todd)가 자신의 논문에 언급하면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작가인 루이스 캐럴이 편두통 환자여서 이런 증상을 겪었고, 소설을 썼다는 설도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은 두 가지 유형의 증상이 나타난다. 우선 주변 사물이나 사람을 왜곡해서 보는 유형이 있다. 환자들은 주변 환경이 실제보다 크거나 작게 느껴질 수 있다. 실제보다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다고 느끼는 환자도 있다. 두 가지를 동시에 겪을 때도 있다. 환자들은 사물이 찌그러졌다고 인식하기도 한다. 다른 유형으로는 자기 자신의 신체를 왜곡해서 보는 것이다. 신체 일부가 너무 커 보이거나 작아 보이며, 심할 경우 자신의 신체와 자신의 정신이 분리되어있다고 생각하는 환자도 있다. 환자들은 두 유형을 모두 겪을 수 있지만, 대부분 주변 환경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증상을 겪는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을 환각을 겪는 질환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환각은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가 보이는 현상이다. 반대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은 눈앞에 있는 물건이나 사람 등이 왜곡되어 보이는 것이라 엄연히 다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의 측두엽에 이상이 생겨 발생한다고 추측되고 있다. 이외에도 환자 대부분은 편두통의 병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군발두통(매우 심한 통증이 밤마다 주기적으로 몇 주 또는 몇 개월에 걸쳐서 나타나는 두통)이나 복부 편두통이 있으면 발병 위험이 커진다. 바이러스 감염도 이 질환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에 감염됐거나 라임병, 성홍열 등을 앓았다면 이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이 있으면 우선 원인이 되는 질환이 있는지 파악하고, 치료를 진행한다. 이 질환은 갑작스럽게 나타날 때가 많아 예방하기 힘들다. 그리고 연령대와 상관없이 발생할 수 있지만, 70%의 환자가 18세 미만일 때 첫 증상을 보였다. 다행히 환자 대부분은 증상을 일시적으로 겪는다. 실제로 처음 보고된 1955년부터 2016년까지 지속 기간이 길거나 증상이 심한 환자는 200건 미만 발견됐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은 그 증상만으로는 생명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환자에 따라 뇌졸중이나 감염에 의한 증상일 수 있어서 주변이나 자기 자신이 왜곡되어 보인다면 병원을 방문해 검사받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