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듣는 언어, 뇌 발달에 영향 끼친다?
오상훈 기자
입력 2023/11/28 08:00
프랑스 국립학술연구원과 이탈리아 파도바대 공동 연구팀은 태아 때 뱃속에서 듣는 언어가 신생아의 언어 습득 능력에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태아의 청각 기관이 임신 24~28주차에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토대로 출생 전에도 언어 능력이 발달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런 다음 프랑스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33명의 신생아를 모집했다. 모두 언어 능력이 발달하지 않은 생후 5일 이내의 아이들이었다.
연구팀은 신생아들에게 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를 프랑스어, 스페인어, 영어 등 3개 언어로 들려줬다. 신생아들은 7분씩 각 언어로 동화를 들은 후 3분의 휴식 시간을 가졌다. 뇌 신경세포의 활성도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뇌파 측정 장치를 붙인 상태였다.
분석 결과, 신생아들의 뇌 신경세포 활성도는 부모의 모국어인 프랑스어를 들었을 때만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어에는 약하게 반응했고 영어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언어 능력이 없는 신생아가 언어를 구분해서 듣는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신생아의 언어 능력과 태아 시절 자궁에서 들은 부모의 목소리 간 상관관계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자궁 안까지 정확한 발음이 전달되지는 않지만 멜로디와 리듬은 태아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그 증거로 신생아의 뇌가 프랑스어와 운율이 비슷한 스페인어에는 반응했지만 거리가 먼 영어에는 그러지 못했다는 사실을 꼽았다.
연구의 저자 쥐디트 제르벤 교수는 “신생아는 출생 전부터 언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뇌의 언어 기능 조직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며 “출생 이후 같은 운율의 언어를 들었을 때 더 쉽게 알아듣고 익힐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또 “인간의 월등한 언어 습득 능력의 비결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다만 태아가 목소리를 듣지 못하더라도 출생 후에 언어 능력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미숙아나 국제 입양, 장애로 인해 달팽이관을 이식한 후에도 언어 능력이 충분히 발달한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