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청소년의 뇌는 "하지 마라"는 말에 반응하지 않는다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공정규의 우리 아이 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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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부모들은 “왜 우리 아이는 하지 마라 하면 더 어긋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하곤 한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것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한 청소년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이는 아이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청소년 시기의 뇌가 부정적인 명령에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뇌는 도파민의 불균형적인 분포가 특징이다. 전전두엽 부분에서는 도파민이 상대적으로 증가되어 있고, 중격의지핵(nucleus accumbens)을 비롯한 보상회로에 도파민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전전두엽의 도파민 과잉은 임상적으로 조현병 또는 기분이 들뜨는 조증과 연관이 있다.

청소년 시기 전전두엽의 도파민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면, 자신감 넘치는 기분으로 좀 더 도전적이 된다. 사려 깊은 생각 없이 바로 충동적으로 행동할 확률도 높아진다. 눈앞의 긍정적인 면만 보고 후에 초래될 부정적인 결과는 무시한다. 청소년은 즉, 부정적인 결과보다는 긍정적인 결과에 훨씬 더 큰 의미를 부여하여 ‘비현실적 긍정주의(unrealistic positivity)’로 가득 차 있다. 비현실적인 긍정주의, 쉬운 말로 하면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무모한 도전정신이 창조성을 이끌기도 한다. 역사를 돌아보면, 위대한 천재들과 예술가들은 조현병과 조울증(양극성장애)을 앓은 경우가 많다. 대표적 인물로 17세기 최고의 물리학자·수학자·천문학자인 아이작 뉴턴, 후기 인상파 화가로서 서양 미술사의 거장인 빈센트 반 고흐 등이 있다. 

내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잠깐 할까 한다. 나는 2013년~2014년에 ‘청소년표준선도프로그램’ 개발연구의 총책임자로서 참여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폭력 가해자와 비행 청소년을 올바른 방향으로 선도하는 ‘한국형 정신치유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 수행 중 4명의 중학교 남학생을 면담한 적이 있다. 내가 학생들에게 “이 프로그램에 무슨 일로 참여하게 되었느냐”고 물어보니, “길을 가다가 다른 사람의 오토바이를 잠시 여기서 저기까지 옮겨놨어요”라고 말했다. 별일 아닌 것 같지만, 함께 온 경찰관의 말로 그들은 다른 사람의 오토바이를 타고 2km를 질주했다. 경찰관에 의하면, 이는 절도죄에 해당하고 특히 2인 이상이 합동하여 절도를 저질렀으므로 절도 중에서도 죄질이 나쁜 ‘특수절도’에 해당한다. 청소년들은 ‘근자감’으로 가득 차 있어 눈앞의 즐거운 면만 보고, 후에 자신들이 한 행동이 가져다 줄 엄청난 결과, 즉 특수절도죄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못한다.

만약 내가 그 4명의 학부모를 만났다면, 부모들은 아마 ‘우리 아이는 괜찮은데 나쁜 친구를 만나 그렇게 되었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자신의 아이가 나쁜 일을 한 것은 나쁜 친구에게 동료압력(peer pressure)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동료압력은 ‘나이, 관심사, 경험, 지위가 비슷한 동료들이 상호간에 가치관, 신념, 태도, 행위 등에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보이지 않는 힘’을 말한다. 이러한 동료압력의 영향력은 청소년기에 특히 강하게 나타난다. 대부분 집단동조의 형태다. 예를 들면, 유사한 옷, 말투, 행동양식을 가지는 식이다. 청소년들의 ‘근자감’으로 인한 비행 행동이 동료와 함께할 땐,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상호 폭발력’을 일으킨다. 혼자일 때는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서 조금 인식한다 하더라도, 무리를 지어 다수가 함께할 때는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 무시하게 되는 경향이 더 강해진다. 불법적인 일이 가져다 줄 엄청난 결과를 더욱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동료압력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신경과학자 로렌스 스타인버그(Laurence Steinberg)는 청소년과 어른을 대상으로 가상 운전 게임을 하게 했다. 교통신호가 초록색에서 노란색으로 바뀔 때 누가 더 기꺼이 모험을 거는지를 측정하는 실험이었다. 사고를 내면 참가자에게는 벌점이 부여되었다. 혼자 있을 때와 동료가 옆에 있을 때, 모험하는 비율이 어른들은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13~16세 청소년들은 동료가 옆에 있을 때 모험하는 비율이 3배 증가하였다. 이렇듯, 일반적으로 경중의 차이는 있겠으나, 자신의 아이가 나쁜 일을 했다는 것은 내 아이, 남의 아이 할 것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나쁜 영향을 증폭시켰기 때문이다.

이런 뇌의 영향으로 청소년기는 부모들이 보기에 소위 일탈행위(逸脫行爲)가 많다. 일탈의 사전적 의미는 “정해진 영역 또는 본디의 목적이나 길, 사상, 규범, 조직 따위로부터 빠져 벗어남” 또는 “사회적인 규범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타인과 사회에 위해(危害)를 가하는 청소년의 행위에 대해서는 즉각적이고 합당한 제재(制裁)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청소년기의 모든 일탈을 도덕적 일탈 행위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청소년기의 대부분의 일탈은 자연스럽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상과정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부모 입장에서 자신의 청소년기 시절을 떠올려 보고, 자녀의 입장에서 공감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일탈이라고 부르는 많은 행위는 거의 청소년기에 시작된다. 그러나 이를 방지하려 ‘그 행동은 후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므로 안 된다’라는 부정적인 말을 하면 어떨까? 단언하건대 효과가 없다.

예를 들어, 금연교육으로 ‘담배를 계속해서 피우면 여러 끔찍한 결과가 발생함을 알려주는 것’은 성인들에게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청소년들에게는 효과가 없다. 청소년들에게는 오히려 ‘담배를 생산하는 회사가 청소년에게 흡연을 세뇌시켜서 돈을 벌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담배를 팔아서 부자가 되려는 어른에 맞선다는 긍정적인 가치에 집중할 때 청소년들이 반응할 수 있다. 이는 공중보건 담당자들의 연구로부터 얻어낸 결과다.

생각해 보라! 우리 역사를 움직인 2.28 민주운동이나 4·19 혁명 등은 모두 청소년들의 정의감에 기반한 긍정적인 메시지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시위하면 잡혀가 죽을 수도 있으니 하지 마라”는 부정적 메시지보다 “지금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으니 우리가 나서서 정의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긍정적인 메시지에 그들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안다면, 부정적인 명령을 그만 멈춰야 한다.

(*이 칼럼은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사공정규 교수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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