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

북한보다 무서운 ‘중2’, 뇌 발달에 비밀이…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공정규의 우리 아이 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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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 흔히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지지 않는다”는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패(百戰不敗)”로 알고 있는데 승패의 의미인 '불패(不敗)‘가 아니라 '위태롭지 않다'는 의미의 '불태(不殆)'이다. 위태롭지 않다는 것은 안전하다는 의미이고, 또한 지속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자녀를 올바로 양육하고 교육시키기 위해서는 자녀를 잘 알고 부모인 나 자신을 잘 알아서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자녀도 잘 모르고 부모인 나 자신도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선 지피(知彼)편으로 청소년 자녀를 알고자 한다. 자녀를 아는 첩경은 자녀 마음을 잘 알아야 하는데 자녀의 마음은 뇌가 좌우한다. 그래서 부모들에게 청소년 자녀를 올바로 양육하고 교육시켜 자녀의 운명을 위태롭지 않게 하는 ‘우리 아이 뇌 이야기’를 연재하려고 한다.

아이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가방을 던지며 학원 숙제가 너무 많다며 불평, 불만을 터뜨린다. 아버지가 “다른 애들은 더 열심히 한다. 네가 뭘 얼마나 열심히 한다고, 겨우 그걸 가지고 힘들다고 그래. 더 열심히 해도 모자랄 성적에...” 라고 하자, 아이가 “아이씨 X같네”하며 자기 방으로 들어가며 문을 쾅 닫아버린다. 아버지도 화가 나서 “이 자식이 어디서 부모한테 욕을 해? 이리 안 나와?”라고 한다. 아이가 나오지 앉아 아버지가 기어코 아이의 방까지 들어간다. “너 같은 놈 학원비 버느라 아빠가 회사에서 나이 어린 놈 들한테 굽신 거리면서 어떻게 일하는지 알아?”라고 아버지가 말한다. 그러자, “그럼 그만 두시던가. 누가 학원 보내 달라 했나? 자기가 보내놓고는, 꼰대같이...”라고 아이가 말한다. “뭐야?” 흥분한 아버지는 아이의 컴퓨터 모니터를 집어서 던진다. 아이는 “말로 하지. 물건은 왜 부셔요? 아 이씨X”하며 자기 방을 나와 집을 나가 버린다. 다음 날은 학원을 빠지고 PC방에서 게임을 하다가 부모님에게 발각된다.

부모님들은 아이의 달라진 모습에 당황하며 흔히 이런 생각들을 한다. “부모 말도 잘 듣고 마냥 착하던 아이가 왜 이렇게 된 걸까?”,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지?” 하는 생각에 아이에 대해 배신감과 허탈감마저 느낀다. “아이가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 “내가 그 동안 아이를 잘못 키운 건 아닌지?”, “아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 이렇게 쉽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들을 기르고 있는 우리 부모님들은 그럼 어떻게 아이들이 청소년기를 잘 항해해 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이 청소년기가 되면 키와 몸무게가 성장하듯, 아이의 뇌와 마음이 예전과 다른 것은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야 한다. 청소년의 뇌와 마음은 원래 그런 시기이다. 

청소년의 뇌는 성인 뇌와 비교하여 보면, 분노, 흥분, 공격성 등 즉각적이고 강렬한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역할을 하는 감정의 중추인 변연계(limbic system) 특히 편도체(amygdala)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달한다. 반면에 자기를 인식하고 감정·충동을 조절하고 행동을 계획하는 역할을 하는 이성의 중추인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완만한 속도로 발달한다. 따라서 청소년의 뇌는 감정 반응의 브레이크 작용을 하는 ‘차가운 뇌’인 전전두엽의 힘이 감정 반응을 일으키는 ‘뜨거운 뇌’인 변연계에 비해 가장 격차가 벌어져 상대적 힘이 가장 떨어지는 시기이다. 따라서 청소년의 뇌는 성인처럼 전전두엽이 성숙하기 전까지는, 의사결정, 감정반응, 행동이 ‘뜨거운 뇌’인 변연계의 지배를 더 받게 된다. 이런 이유로 청소년 특히 중학교 2학년 전후는 감정이 이성보다 앞서, 감정을 잘 주체하지 못하고, 충동을 잘 억제하지 못하고, 본능에 더 민감하고, 쉽게 흥분하거나 좌절하게 된다. 이렇듯 뇌가 불안정하니 스스로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한때 북한이 남침을 못하는 이유가 남한의 중2가 무서워서라는 농담이 돌기도 했다.

부모님께 여쭈어 본다. 오늘 외출 했는데 조직폭력배처럼 보이는 사람이 아주 건방진 태도로 건들건들 거리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그러면 그에게 가서 "너 건들거리지 말고  담배 피우지 마라.“고 말하겠는가?

뇌의 상태만으로 보았을 때, 우리 청소년은 감정반응이 그 조직폭력배보다 좋지 않은 상태일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청소년의 뇌와 마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부모는 자녀의 부정적인 감정 반응에 직접적으로 맞대응하고 급기야 다그치고 비난하기까지 한다. 부모의 ‘무지’와 ‘이해 부족’이 많은 참사를 낳기도 한다. 참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피(知彼)해야 불태(不殆)이다.  

(*이 칼럼은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사공정규 교수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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