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유발 바이러스 ‘HPV’, 여성보다 남성이 더 취약

신은진 기자

▲ 남성은 HPV 바이러스 감염에 더욱 취약하다. 여성보다 HPV로 인한 두경부암 발생률은 최대 9배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많은 사람이 HPV(인유두종바이러스)는 자궁경부암만을 일으키기에 HPV 백신도 여성만 접종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HPV는 자궁경부암이나 질암, 외음부암 외에도 구인두암,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등 각종 암과 질환을 유발한다. 심지어 남성은 HPV 바이러스에 선천적으로 더 약한데도 이를 아는 경우는 많지 않다.

국제유두종바이러스협회(IPVS)에 따르면, 모든 종류의 암 중 5%는 HPV와 관련 있다. 자궁경부암 환자의 99.7%는 HPV 감염이 확인되고, HPV 16, 18형은 두경부암, HPV 6, 7, 16, 32형은 두경부암 중에서도 구강암과 관련이 있다. 두경부암으로 분류되는 구강암과 인두암의 80%에서 HPV 감염이 원인이다.

최근 10년 사이 급증한 두경부암은 성별에 상관없이 발병하는데, 남성 환자의 비중이 특히 높다. 두경부암의 남녀 환자 비율은 최대 9:1로 알려졌다. 두경부암의 주요 원인은 흡연과 음주인데, 남성의 흡연·음주율이 여성보다 높은 걸 감안해도 큰 차이이다.

전문가들은 남성 두경부암 환자가 많이 늘어난 건 남성이 선천적으로 HPV 바이러스에 더욱 약한 데 원인이 있다고 전한다.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이세영 교수는 "HPV 감염은 성관계 상대가 여럿일수록, 흡연을 할수록 확률이 상승한다"며, "남성이 여성보다는 성관계 대상이 여러 명인 경우가 많은데다 개인위생도 여성보다 좋지 않고, 흡연율은 높고, HPV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도 잘 형성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여성의 경우 HPV에 감염돼도 60~70%는 항체가 생기는데, 남성은 약 30%만 항체를 형성한다"며, "이는 선천적인 차이인데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남성은 여성보다 HPV 바이러스 면역원성이 낮다. 면역원성이란 바이러스 감염성을 없애거나 낮추는 중화항체 증가 비율을 의미한다. HPV 백신에 포함된 일부 유형(HPV 6, 11, 16, 18형)에 대한 항체 생성률을 기준으로 보면, 남성은 12.2%, 여성 32.5%로 알려졌다. 그 때문에 HPV 바이러스로 인한 남성 암환자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에선 HPV 감염으로 인한 두경부암 발생률이 자궁경부암 발생률을 앞질렀다.

두경부암 감염위험은 계속 커지고 있으나, 다행히 두경부암은 HPV 백신 접종을 통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일부 남성이 HPV 백신은 여성에게만 도움이 되는 백신이며, 여성만 접종하면 남성은 감염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남성 역시 백신을 접종해야 두경부암을 비롯한 각종 HPV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암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이세영 교수는 "HPV 바이러스 전파율은 남성과 여성이 비슷한데, 남성은 선천적으로 HPV에 대한 면역이 더 약하므로 백신을 적극적으로 접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암이 되기 전인 전암 단계에서 조기발견하고 대처할 수 있는 자궁경부암과 달리 두경부암은 전암 단계가 없고, 초기 증상도 없어 예후가 좋지 않다"며, "HPV는 예방법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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