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접종으로 예방 가능한 암… 남녀노소 HPV 백신 맞으세요” [헬스조선 명의]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10/18 07:15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자궁경부암 명의' 성빈센트병원 산부인과 윤주희 교수
자궁경부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개발됐지만, 부인암 부동의 1위는 여전히 자궁경부암이다. 국내에선 매년 6만 명 이상이 자궁경부암으로 진료받고 있으며, 매년 약 800명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한다. 자궁경부암은 HPV 감염으로 발생하는 암인데, 여성 10명 중 8명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일생에 한 번 HPV에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 접종률 확대로 언젠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되는 암이다. 여성암 치료에 매진해온 성빈센트병원 산부인과 윤주희 교수에게 자궁경부암에 관해 들어본다.
그렇다. 자궁경부암은 암인 동시에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감염병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사람을 감염시키기 위해 노출된 양이 중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러스 노출량이 적으면 심하지 않고, 많으면 심하게 앓게 되는 것이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두유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HPV)'도 마찬가지로 반복적으로 많은 양이 들어오면 자궁경부암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다행히 계속해서 변이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달리, HPV는 변이가 잘 일어나지 않아서 백신 효과가 오랫동안 지속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 번만 맞으면 평생 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또한 자궁경부는 재생이 매우 잘 이뤄지는 장기다. 임신하기 위해 생리나 출산 등을 거치다 보니 상처를 회복할 수 있도록 옛 세포가 버려지고 새로운 세포가 나는 것이다. 소량의 HPV에 감염되더라도 새로운 세포로 재생이 되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실제 HPV 감염자들을 1년간 관찰했더니 바이러스의 90%가 사라졌다는 보고도 있다. 다만, 반복적으로 많은 양, 혹은 고위험 바이러스(16·18형)에 감염될수록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암검진에서 자궁경부암은 2년에 한 번 검사한다. 이는 충분한가?
대한부인종양학회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에서도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국가암검진에 따라 받는 무료 자궁경부암 세포진 검사만으로 선별검사는 충분하다고 제시되어 있다.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물론 있다. 다만, HPV 16번이나 18번과 같은 고위험 인두유종 바이러스를 가진 분들이라면 더 자주 검사할 것을 권한다. 자궁경부암은 이처럼 선별검사와 예방접종만 잘하신다면 예방할 수 있는 암이다.
-자궁경부암 세포진 검사 결과는 크게 6가지로 나뉜다. 무엇을 의미하나?
우선 세포진 검사에서 '음성'이라면 정상을 뜻한다. 암을 의심할만한 게 없었다는 것. 이보다 조금 나쁜 것이 '비정형 세포변화(ASC-US)'다. 이상세포가 나오긴 했는데, 암세포도 아닌데 정상세포도 아닌 것을 말한다. 암을 크게 의심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정상으로 나왔을 때보다 좀 더 자주 검사를 해주면 된다. '이형성증 1기(CIN1)'는 HPV 감염을 의미하는데, 1년 안에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간다. '이형성증 2기(CIN2)' 혹은 '이형성증 3기(CIN3)'라면 질확대경 검사와 조직검사를 통해 고등급 병변 유무를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는 암세포가 발견된 것으로, 최소 제자리암 이상의 암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HPV 백신은 45세 여성까지 임상 효과가 검증됐다. 45세 이상의 여성은 연구하지 않았을 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남성에게도 효과가 있다. 인두유종 바이러스는 생식기계 바이러스로 이성에게서 상호 간에 주고받을 수 있는 감염병이기 때문에 남성도 당연히 백신을 맞으면 여성의 감염에 예방 효과를 준다. 그뿐만 아니라 HPV는 남성에게도 생식기 사마귀, 항문암 등 관련 질환을 유발한다. 2018년 기준 생식기 사마귀 유병률은 여성(35%)보다 남성(65%)이 높았다. 대한감염학회에서도 남성의 HPV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자궁경부암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치료하나?
일반적인 암 치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암은 도화지에 있는 점을 가위로 잘라내듯, 수술적 방법을 거쳐야 완치가 가능하다. 만약 수술로 완전히 도려내기 어려울 정도로 번졌거나, 자궁경부를 떠나서 자궁·방광·직장 등 다른 골반 장기로 번졌거나, 뼈·임파선·폐·뇌 등 다른 곳으로 원격 전이되거나 하면 치료 수단이 확장된다. 수술로 완치하기 어려운 경우엔 원격 전이가 없다면 방사선 기반 치료법을 많이 쓴다. 가능하다면 항암제 동시 치료도 시행된다. 국소적 치료가 어려울 땐 혈액을 통해 치료하는 전신적 항암화학요법을 쓴다. 면역관문억제제, 표적치료제 등도 사용될 수 있다.
환자나 가족분들이 로봇 수술을 많이 궁금해하신다. 암 수술에 관해서는 새로운 것이 무조건 최선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환자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한다면 개복수술도 여전히 좋은 치료법이다. 자궁경부암 분야에서도 로봇 수술이 등장했지만, 임상 연구에서 재발률이 다소 높은 경향이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다른 후속 연구에서는 암이 아주 큰 덩어리인 경우를 피한다면 여전히 장점이 많다고 보고되기도 한다. 로봇과 복강경 등 미세 침습수술이 상황에 따라 적절히 쓰이면 좋으리라 생각한다.
더불어 자궁경부암 수술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암 부스러기가 부서져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암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자궁경부와 닿는 부위를 분리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끝에 자궁경부암 전용 자궁거상기를 직접 개발했다. 전 세계에서 200여 종의 자궁거상기가 판매되고 있지만, 자궁경부암만을 위한 기구는 없었다. 의료기기 업체와 협업해 개발한 자궁거상기(BUMI)를 국내서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질경을 확인해서 기구를 삽입하면 자궁경부 부위는 잘 나오게 하면서 주변의 요로나 직장은 다치지 않게 암이 잘 잘려 나가도록 돕는다.
세계부인암의사연맹에서 가장 최근에 분류한 자궁경부암 병기는 4단계로 나뉜다. ▲1기(초기)는 암이 자궁경부에만 국한된 것 ▲2기는 자궁경부 옆으로 조금 번진 것 ▲3기는 골반이나 임파선까지 번진 것 ▲4기(말기)는 폐, 뇌 등으로 원격 전이된 것을 의미한다. 4기는 5년 생존율이 21%, 1기는 5년 생존율이 95% 정도로 보고된다. 우리나라는 특히 자궁경부암 분야 임상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1기로 진단되면 거의 나으실 수 있다고 보면 된다. 드물게 재발하더라도 의사의 권유대로 검진하신다면 재발한 자궁경부암도 치료 예후가 아주 좋다.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아무런 증상이 없으면 선별검사 프로그램에 잘 참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HPV 백신 접종도 중요한데, 백신을 접종해도 암에 걸릴 확률이 0%가 되는 것은 아니므로 선별검사를 받는 게 좋다. 성생활이 전혀 없다면 발생하지 않을 병이지만, 완전히 금지할 수는 없기 때문에 콘돔과 같은 차폐식 피임법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전한 성생활이다. 건강하게 성생활을 하고, 국가암검진에 참여하고, 백신도 맞으시면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과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의 건강도 더불어 지킬 수 있다. 자궁경부암이 사라지는 날을 위해 많은 분들이 백신을 맞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궁경부암을 걱정하는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암은 무서운 병이고, 자궁경부암 역시 그렇다. 그러나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암을 수술로 치료하기 시작한 것이 자궁경부암이며, 그만큼 의학사적으로 오랜 치료 경험이 축적된 암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부인암을 전공하는 의사들이 오랜 기간 많은 환자를 치료해온 만큼, 의료진을 믿고 치료받으면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절대로 용기를 잃지 마시고, 잘 치료받으시길 바란다. 더불어 자궁경부암은 예방할 수 있는 암이니 예방 접종을 꼭 받으시길 바란다. 여성 건강 없이 우리 사회는 건강할 수 없다. 앞으로도 여성 건강을 위해 노력하겠다.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빈센트병원 산부인과 교수이자 홍보대외협력실장을 역임하고 있다. 자궁경부암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수술 도구와 기법에도 관심이 많다. 난소종양 단일공 수술법 'GLAMOR', 자궁경부암 수술용 자궁거상기 'BUMI', 임신력 보존적 수술법 'HEEP', 골반저 이완질환 교정술 'H suspension' 등을 개발했다.
암 치료뿐 아니라 자궁이식술 분야 연구에도 관심이 크다. 2015년에는 국내 최초로 돼지 자궁이식수술에 성공한 바 있다. 이외에도 건강한 여성재단 사무총장, 대한산부인과학회 사무총장 등을 맡으며 여성들의 건강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언젠가 자궁경부암이 완전히 사라져 제가 할 일이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의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