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죽지 않는 병’이라는 인지가 치료 첫걸음" [헬스조선 명의]

강수연 헬스조선 기자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공황장애 명의' 세브란스 정신건강의학과 강지인 교수



 

공황장애는 과거 ‘연예인 병’이라 불릴 정도로 소수의 사람만이 앓던 질환이었다. 하지만 이제 공황장애는 연예인만 앓는 질환이 아니다.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 수가 늘고 있다.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공황장애 진료 환자 수가 2017년 14만4943명에서 2021년 22만1131명으로 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황장애가 여전히 낯설거나 ‘나도 공황장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을 위해 공황장애 증상, 치료법 등에 대한 내용을 공황장애 명의 세브란스 정신건강의학과 강지인 교수에게 물었다. 

▲ 세브란스 정신건강의학과 강지인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공황장애란?
공황장애(Panic disorder)란 예기치 않은 공황발작이 반복적으로 나타나 일상에 지장을 주는 질환으로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갑작스럽게 별 이유도 없이 극도의 공포감과 신체불안이 밀려오는 공황발작이 반복되는 질환이다.

-공황장애가 잘 나타나기 쉬운 사람은?
가족이 공황장애나 불안장애가 있는 경우에 공황장애가 더 생기기 쉽다. 대개 그 유전적 영향이 20대 초에 발현한다. 그러나 20대 외에도 전체 연령에서 공황장애가 나타날 수 있고, 가족력이 없는 경우에도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공황장애를 겪을 수 있다.

-공황장애 증상과 진단기준은?
공황발작은 공황장애가 아닌 다른 정신질환에서도 나타나고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황이나 두려운 상태,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밥을 먹는 등 일상생활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공황발작 ▲‘또 그러면 어쩌나 두려워하는 감정’ ▲ 관련된 상황이나 낯선 장소를 회피하는 등의 회피행동이 한 달 이상 지속될 때 공황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 공황발작이 시작되면 주로 십 분 내에 다양한 불안과 공포증상이 최고조에 달한다. 갑자기 숨이 막히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등의 불안한 신체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죽을 것 같고 조절력을 잃을 것 같은, 정신을 잃거나 미쳐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이는 감정이 나타난다. 매스껍거나 속이 울렁거리고 손발이 떨리거나 손발이 저리며 어지러운 증상이 있는 경우도 있다.

-발병 원인은?
공황장애의 발병 원인은 아직까지 확실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많은 연구에선 유전적, 신경생물학적, 심리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동해 뇌의 변화를 일으켜 공황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생물학적인 관련성은 뇌에서 감정이나 불안을 관장하는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강지인 교수가 공황장애가 악화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증상이 더 악화하는 경우도 있나?
공황장애 환자들은 공황발작이 왔던 순간이나 상황, 외출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염려증이 동반돼 몸이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경우 공황발작이 더 자주 오고 공황장애 경과가 악화할 수 있다. 또한, 술은 증상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공황장애가 있다면 술은 피하는 게 좋다. 그 외에도 불면증이나 우울증 등 동반 질환이 있다면 증상이 악화하기 쉬워 함께 치료하는 것이 좋다.

-완치 가능한 질환인가?
완치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따라 생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완치가능하다. 조절력을 찾아 공황발작을 경험할 때 불편하긴 하지만 공황발작으로 인해 죽거나 쓰러지지 않는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 ​강지인 교수가 공황장애 치료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공황장애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병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공황발작의 반복을 줄이고 예기불안을 낮추기 위해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SSRI)와 같은 항우울제가 치료에 사용된다. 인지행동치료는 공황장애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인지 오류인 재앙화사고(공황장애가 나타날 때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는 것)를 바로 잡기 위한 인지 치료와 행동치료가 포함된다. 행동치료의 대표적인 게 바로 노출 치료다. 공황발작을 경험한 이후 비슷한 신체 경험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되는 상황을 회피하게 되는데, 오히려 그러한 상황에 자신을 노출하는 것이다.

-공황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게 증상 완화에 도움 되나?
밝히든 안 밝히는 그 자체가 핵심은 아니다. 스스로 공황에 대처하지 못하는 단계에 있을 땐 도움은 될 수 있다. 이때 가족 등 가까운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환자의 상황을 비난하기보단 공감하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좋다.

-공황장애 약 복용 도중 부작용이 나타난다면?
공황장애의 주 치료제인 세로토닌 조절제 자체는 졸리거나 몽롱한 부작용이 거의 없다. 다만 빠른 진정과 안정에 도움이 되는 신경안정제 또는 항불안제가 졸음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항불안제 용량이 높거나 자주 의존적으로 사용하는 환자가 운전이나 업무를 할 때 졸음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이 계속된다면 주치의와 상의해서 항불안제 사용을 줄이고 인지행동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공황장애로 인한 공황발작이 왔을 때 환자와 그 주변인들의 대처법은?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공황이 일어났을 때 큰일 나지 않는다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공포스런 신체반응이 있더라도 '큰일 나지 않는다, 지나간다' 하면서 스스로를 안심시키면서 공황발작이 안정되는 것을 경험하면 점차 더 조절감을 찾아갈 수 있다. 곁에 있는 사람은 환자를 안심시키면서 릴랙스하게 해주고 호흡을 천천히 가다듬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좋다. 특히 공황발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고통스런 공포경험을 가까운 사람들이 이해해주지 못해 섭섭해하는 경우도 흔이 있다. 응급실에서나 불편한 신체검진에 대한 검사결과가 정상이 나왔을 때 일단 안심이 되기도 하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마음에 답답하기도 하고 꾀병인 것 같이 취급받아 속상해하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 공황증상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의지가 약하다고 다그치거나 부담을 주지 말고, 힘들었겠다는 공감을 전하는 것이 좋다.

▲ ​세브란스 정신건강의학과 강지인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마지막으로 공황장애 환자분들께 한 말씀
누구나 공황발작이 찾아올 수 있다. 공황장애로 진단받았다고 해도 일반적으로 공황장애는 치료가 잘 되는 병이다. 공황발작으로 죽게 되거나 미쳐버리거나 큰일 나지 않으니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감을 갖고 치료를 시작하길 권한다. 

▲ 세브란스 정신건강의학과 강지인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강지인 교수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세브란스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학술위원, 상임고시위원과 대한정신종양학회 연구이사, 대한불안의학회 홍보이사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공황장애 외에도 정신신체장애, 신경성신체증상, 불안장애, 스트레스 분야를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강지인 교수는 인생의 벼랑 끝에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진료하다 환자들이 증상이 호전돼 일상생활을 회복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앞으로도 환자의 마음을 공감하고 그들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의사가 되고자 한다. 
지니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