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7시! 외치고 자면 7시에 깬다… 뇌에서 무슨 일이?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9/15 17:00
호르몬 분비 시간 '예약'할 수 있을까?… 의지로 '신경계 제어'는 가능
'7시! 쾅! 7시! 쾅! 7시! 쾅!'
베개 앞에 무릎 꿇고 앉아, 꼭 일어나야 하는 시간을 외치면서 베개를 두 손으로 두세 번 내려치면 다음 날 일찍 일어날 수 있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SNS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뇌에 강한 암시를 주면 그대로 이뤄진다는 게 골자다. 실제로 ‘다음날 시험’ 등 자연스럽게 뇌에 암시가 되는 중요한 이벤트가 있다면, 베개를 손으로 내리치는 행위 없이도 알람 없이 일어나지곤 한다. 잠에서 깰 때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마치 뇌가 인식 만하면 숨겨진 슈퍼 파워가 발현되는 듯, 마감 시한이 있는 일을 앞두고 있을 땐 전에 없던 능력이 솟구친다. 일명 정신력으로 해석되는 이런 현상들은 실제로 어떤 과정을 거쳐 나타나는 걸까?
◇의지, 뇌에서 각성 호르몬 분비해
먼저 의지는 뇌에서 각종 각성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한다. 독일의 한 연구팀이 일찍 일어나려는 의지가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 그룹에는 6시간 후에, 다른 그룹에는 9시간 후에 깨울 것이라고 알려준 뒤 두 그룹 모두 6시간 후에 깨웠다. 연구팀은 실험 참여자가 잘 때부터 깨기까지 호르몬 수치를 측정했는데, 6시간 후에 일어날 것이라고 인지했던 그룹은 깨어나기 1시간 전부터 각성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인 부신겉질자극호르몬(ACTH) 농도가 점차 증가했다. 깨어난 직후 최고 농도에 이르렀다. 그러나 9시간 후에 일어날 것으로 알고 있다가 갑자기 6시간 만에 일어나게 된 그룹은 깨어난 직후에야 ACTH 농도가 급증했다. ACTH는 간뇌 아래에 달린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부신을 자극해 수면 중 깨게 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돕는다. 지각심리학을 전공하는 한림대 심리학과 최훈 교수는 "아직 왜 의지가 호르몬 분비 작용으로 이어지는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면서도 "낯선 여행지에서 잠을 자면 뇌 반구 중 한쪽이 깨어 있어 각성 수준이 높다는 연구가 있는데, 중요하다고 인식되는 상황에서는 잘 때 뇌 일부가 깨어 있지 않을까 추측된다"고 말했다.
◇살아남기 위한 신경 작용도 활성화돼
각성 작용은 자고 있을 때보다 깨어있을 때 더 잘 작용한다. 뇌라는 중추신경의 호르몬 신호에 더해, 자율신경계도 적극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자율신경계는 눈, 심장, 피부, 폐 등 각 장기나 기관에 분포해 있는 신경으로,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뉜다. 교감신경은 생존을 위해 위기에 대처해야 할 땐 활성화되고, 부교감신경은 교감신경 효과를 상쇄시키는 역할을 한다. 생활을 영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인지되는 일을 할 때는 자연스럽게 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대사가 빨라지고, 혈압이 높아지는 등의 신체 변화로, 행동은 빨라지고 정신이 또렷해져 작업 능력이 우수해진다. 다만, 한계는 있다. 우리 몸은 너무 각성하거나, 쳐지지 않고 항상 균형을 이루도록 작용해,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뒤따라 부교감 신경도 강하게 활성화된다. 시험, 발표 등으로 각성 상태를 유지했다가, 해당 일이 끝나면 몸에 힘이 쭉 빠지는 식이다.
◇각성 오래 유지, 질환으로 이어져
각성을 얼마나 잘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업무 능력과 연결되다 보니 정신력이라고 불리며, 키워야 할 능력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그저 각자 가진 특성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정호 교수는 "선천적인 것으로, 사람마다 뇌가 반응하는 정도가 천차만별이다"고 말했다. 선천적 기질로 설명되기도 하는데, 변화에 예민하고 경계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각성이 잘 된다. 질환에 의해 각성이 잘 안되기도 한다. ADHD 등 뇌 신경계 질환, 불면증,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 관련 질환, 자율신경계 이상, 불안장애 등을 앓으면 의지와 상관없이 각성이 잘 안된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는 "정신력을 키워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한 데, 너무 과도하게 몰아치면 오히려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각성 상태가 오래 유지되면 효과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각성 상태에 익숙해져 심각한 위기 상황에 오히려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 행동과 생각이 둔해질 수 있다. 자율신경 중 교감신경만 과활성화돼, 자율신경계 균형이 무너지면서 자율신경실조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체내 호르몬 수치도 불균형해진다. 배승민 교수는 "자율신경실조증은 공황장애, 불안장애,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각성이 오래가 깊게 잠을 자지 못하면 기억력 감소, 노화 촉진, 고혈압, 비만 등 각종 정신 질환 발병 위험까지 커진다"고 말했다.
가슴이 두근거려야 할 상황이 아닌데도 심장이 뛰거나, 과도하게 오랫동안 정신이 각성해있다면 교감신경을 안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요가나 태극권 등 정적인 운동을 하고 ▲명상하고 ▲마그네슘과 비타민 D를 섭취하면 된다. 반대로 몸이 쳐지고 각성하고 싶어도 잘 안된다면 부교감 신경의 활성도를 낮춰야 한다. ▲오전에 커피, 오후엔 차가운 물을 마시고 ▲걷기, 수영, 등산 등 움직임이 많은 운동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그래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질환이 원인일 수도 있으므로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아봐야 한다.
베개 앞에 무릎 꿇고 앉아, 꼭 일어나야 하는 시간을 외치면서 베개를 두 손으로 두세 번 내려치면 다음 날 일찍 일어날 수 있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SNS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뇌에 강한 암시를 주면 그대로 이뤄진다는 게 골자다. 실제로 ‘다음날 시험’ 등 자연스럽게 뇌에 암시가 되는 중요한 이벤트가 있다면, 베개를 손으로 내리치는 행위 없이도 알람 없이 일어나지곤 한다. 잠에서 깰 때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마치 뇌가 인식 만하면 숨겨진 슈퍼 파워가 발현되는 듯, 마감 시한이 있는 일을 앞두고 있을 땐 전에 없던 능력이 솟구친다. 일명 정신력으로 해석되는 이런 현상들은 실제로 어떤 과정을 거쳐 나타나는 걸까?
◇의지, 뇌에서 각성 호르몬 분비해
먼저 의지는 뇌에서 각종 각성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한다. 독일의 한 연구팀이 일찍 일어나려는 의지가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주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 그룹에는 6시간 후에, 다른 그룹에는 9시간 후에 깨울 것이라고 알려준 뒤 두 그룹 모두 6시간 후에 깨웠다. 연구팀은 실험 참여자가 잘 때부터 깨기까지 호르몬 수치를 측정했는데, 6시간 후에 일어날 것이라고 인지했던 그룹은 깨어나기 1시간 전부터 각성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인 부신겉질자극호르몬(ACTH) 농도가 점차 증가했다. 깨어난 직후 최고 농도에 이르렀다. 그러나 9시간 후에 일어날 것으로 알고 있다가 갑자기 6시간 만에 일어나게 된 그룹은 깨어난 직후에야 ACTH 농도가 급증했다. ACTH는 간뇌 아래에 달린 뇌하수체 전엽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부신을 자극해 수면 중 깨게 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돕는다. 지각심리학을 전공하는 한림대 심리학과 최훈 교수는 "아직 왜 의지가 호르몬 분비 작용으로 이어지는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면서도 "낯선 여행지에서 잠을 자면 뇌 반구 중 한쪽이 깨어 있어 각성 수준이 높다는 연구가 있는데, 중요하다고 인식되는 상황에서는 잘 때 뇌 일부가 깨어 있지 않을까 추측된다"고 말했다.
◇살아남기 위한 신경 작용도 활성화돼
각성 작용은 자고 있을 때보다 깨어있을 때 더 잘 작용한다. 뇌라는 중추신경의 호르몬 신호에 더해, 자율신경계도 적극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자율신경계는 눈, 심장, 피부, 폐 등 각 장기나 기관에 분포해 있는 신경으로,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뉜다. 교감신경은 생존을 위해 위기에 대처해야 할 땐 활성화되고, 부교감신경은 교감신경 효과를 상쇄시키는 역할을 한다. 생활을 영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인지되는 일을 할 때는 자연스럽게 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대사가 빨라지고, 혈압이 높아지는 등의 신체 변화로, 행동은 빨라지고 정신이 또렷해져 작업 능력이 우수해진다. 다만, 한계는 있다. 우리 몸은 너무 각성하거나, 쳐지지 않고 항상 균형을 이루도록 작용해,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뒤따라 부교감 신경도 강하게 활성화된다. 시험, 발표 등으로 각성 상태를 유지했다가, 해당 일이 끝나면 몸에 힘이 쭉 빠지는 식이다.
◇각성 오래 유지, 질환으로 이어져
각성을 얼마나 잘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업무 능력과 연결되다 보니 정신력이라고 불리며, 키워야 할 능력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그저 각자 가진 특성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석정호 교수는 "선천적인 것으로, 사람마다 뇌가 반응하는 정도가 천차만별이다"고 말했다. 선천적 기질로 설명되기도 하는데, 변화에 예민하고 경계성이 높은 사람일수록 각성이 잘 된다. 질환에 의해 각성이 잘 안되기도 한다. ADHD 등 뇌 신경계 질환, 불면증, 수면무호흡증 등 수면 관련 질환, 자율신경계 이상, 불안장애 등을 앓으면 의지와 상관없이 각성이 잘 안된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는 "정신력을 키워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한 데, 너무 과도하게 몰아치면 오히려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각성 상태가 오래 유지되면 효과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각성 상태에 익숙해져 심각한 위기 상황에 오히려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 행동과 생각이 둔해질 수 있다. 자율신경 중 교감신경만 과활성화돼, 자율신경계 균형이 무너지면서 자율신경실조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체내 호르몬 수치도 불균형해진다. 배승민 교수는 "자율신경실조증은 공황장애, 불안장애,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각성이 오래가 깊게 잠을 자지 못하면 기억력 감소, 노화 촉진, 고혈압, 비만 등 각종 정신 질환 발병 위험까지 커진다"고 말했다.
가슴이 두근거려야 할 상황이 아닌데도 심장이 뛰거나, 과도하게 오랫동안 정신이 각성해있다면 교감신경을 안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요가나 태극권 등 정적인 운동을 하고 ▲명상하고 ▲마그네슘과 비타민 D를 섭취하면 된다. 반대로 몸이 쳐지고 각성하고 싶어도 잘 안된다면 부교감 신경의 활성도를 낮춰야 한다. ▲오전에 커피, 오후엔 차가운 물을 마시고 ▲걷기, 수영, 등산 등 움직임이 많은 운동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그래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는다면 질환이 원인일 수도 있으므로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