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상사병'으로 힘들다면… '이렇게' 이겨내야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 김소연 헬스조선 인턴기자
입력 2022/05/30 16:26
상사병(相思病)은 말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을 몹시 그리워한 나머지 생겨난 마음의 병이다. 상사병은 의학사전에 있는 용어는 아니지만, 우리는 모두 한 번쯤은 상사병을 겪고,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면, 세상에 나만 남겨진 듯 우울하고 슬픈 감정이 든다. 상사병은 시간만이 답이라는데… 과연 진짜일까?
◇일종의 불안장애·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일 수도
상사병의 증상은 한 달이 지나면 서서히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상사병이 오랜 시간 지속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다면 병일 수도 있다.
일부 학자들은 상사병은 '불안장애'의 일종이라고 설명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그립고, 그를 못 볼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빠져 초조해지는 것이 불안장애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영국 심리치료사 셀리 베이커는 "사랑에 빠진 사람은 불안과 흥분 상태가 혼재돼 나타난다"며 "상사병은 불안장애와 증상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만약, 상대와 이별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모멸감과 분노 등을 느껴 사회적으로 죽음을 당했다고 생각할 만큼 심리적 고통이 크다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볼 수도 있다. 또한, 상사병으로 인한 극심한 우울감, 불안감 등이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때, 상사병의 증상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지 여부가 상사병을 병으로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유독 상사병에 취약한 사람 따로 있어
누구나 다 상사병에 걸릴 수 있지만, 유독 상사병을 세게 앓는 사람들이 있다. ▲첫사랑과 이별한 경우 ▲어릴 때 애착 문제가 있었던 경우 ▲강박적 성격인 경우 ▲SNS에 집착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첫사랑과 이별했거나,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 경험이 없기 때문에 사랑을 지나치게 이상화 하는 경향이 있다. 한림대 춘천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노대영 교수는 "이상화가 심해질수록 현실 감각이 떨어져, 이별 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심하게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또한, 어릴 때 애착 문제가 있었던 사람은 상사병에 취약하다. 어릴 때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생긴 애착 문제는 성인이 되어서 매우 친밀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드러난다. 어린 시절,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했거나, 의존성이 강했던 경우,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전문가들은 본래 강박적 성격을 가진 경우 또한 상사병에 취약하다고 입을 모은다. 융통성, 유연성이 없고, 적응력이 약한 성격을 가진 사람의 경우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라는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상사병에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노대영 교수는 SNS에 집착하는 사람들 또한 상사병을 심하게 앓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SNS는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므로 현실감각 없는 일종의 판타지와 같다"며 "SNS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현실감각이 떨어지고 모든 것을 이상화하는 경향이 있어 상사병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비슷한 경험 있는 사람에게 말하고 조언 구해야
상사병에서 슬기롭게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상대방에게 말하는 과정과 상대의 조언을 듣는 과정에서 자신의 상황과 감정에 대한 객관화를 하게 돼 상사병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활동을 통해서 주의를 돌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운동, 취미, 일 등 자신이 쉽게 몰입할 수 있는 것으로 시각을 돌리고, 일상을 규칙적으로 바꾸면 상사병으로 인한 우울감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
상대방이 했던 말과 행동에 지나치게 빠져서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계속 생각하는 것을 멈추는 것도 중요하다. 상대방이 했던 말과 행동, 변화한 일상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상사병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노대영 교수는 "적절한 수준의 상사병은 오히려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으나, 한 달 이상 증상이 계속돼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긴다면 병원을 방문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대인관계 패턴 검사하고, 심한 경우 약물치료 병행해
상사병으로 병원을 찾으면 가장 먼저 상담치료를 받게 된다. 상담치료를 통해 자신의 증상이 자연스러운 정도인지 아닌지를 스스로가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노대영 교수는 "보통 상사병이 심한 환자들은 계속 상대를 생각하며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아 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것이 문제임을 정확히 인식시키는 상담치료를 우선으로 실시한다"고 말했다.
그 다음에는 대인관계 패턴을 파악하는 검사를 받는다. 상사병을 병적으로 심하게 앓는 사람들은 연인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인관계에서 문제가 있었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대인관계 패턴을 파악하는 검사를 통해 문제점을 찾아내고, 이를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상담치료를 진행한다.
만약, 상사병 증상이 우울증 증상으로까지 이어져 잠을 못 자고, 식이 패턴에 문제가 오는 등 신체적인 증상까지 동반돼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면, 약물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