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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궤도 우주'는 제 2의 바다… 우주인 양성 미뤄선 안 돼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우주의학②] 발사체만큼 우주인이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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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산업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우주인 선발·육성이나 우주의학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낮은 상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1961년 4월 12일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지구 궤도를 돈 후 지난해까지 총 600명이 우주에 도달했다. 미국, 러시아와 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그 사이 많게는 수십 명씩 우주인을 배출했고, 우리나라도 한국인 최초 우주인을 육성·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매년 우주인 숫자가 늘어날수록 우주의학의 역할과 중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인간이 안전하게 우주에 나가고 생활하며 지구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모든 과정에 우주의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언제가 진행될 두 번째 우주인 선발에 대비해 우주의학에 대한 연구·개발이 이뤄져야 하는 것 또한 이 같은 이유다.

◇2000년대 뒤늦게 시작된 국내 우주의학… 현재는 ‘정체’
국내 우주의학 연구의 시작은 2000년대 ‘한국우주인배출사업’ 진행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항공, 즉 하늘을 주 무대로 하는 조종사, 승무원 등의 질환 예방, 건강관리 관련 연구는 해방 후 공군 주도로 일찍이 시작됐으나, 우주인만을 대상으로 한 우주의학은 한국 최초 우주인을 선발하고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처음 관련 연구가 진행됐다.

냉정하게 말해 현재 국내 우주의학은 당시보다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고 보긴 어렵다. 2008년 4월 19일 우주인 이소연 씨가 우주에서 돌아온 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단 한명의 우주인도 탄생하지 않았으며, 우주인을 대상으로 하는 우주의학 역시 연구 필요성이 떨어진 채 정체하게 됐다. 당시에 진행된 연구들도 처음 시도됐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지만, 현재 주요 선진국들이나 글로벌 제약사들이 진행 중인 시험 수준의 깊이 있는 연구가 진행된 것은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이소연 씨가 ISS에서 9박 10일간 머물면서 수행한 18가지 우주과학 실험 역시 얼굴 부기 비교, 소음 측정 등 우주에서 진행된다는 사실 자체에만 의미를 둔 실험들이 대부분이었다.

◇우주인 없는 한국, 전문 의료진도 ‘0명’
현재로썬 국내에서 항공전문의사가 아닌 우주의학만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의료진 역시 ‘0명’이라고 볼 수 있다. 우주의학을 연구 중인 전문가들은 모두 전문 진료과목을 둔 임상의사로 일하면서 우주의학을 부차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들 조차도 전체 숫자가 10명 남짓이며 우주생명과학까지 범위를 넓혀도 25명 내외에 불과하다.

이처럼 국내에서 우주인이나 우주의학에 대한 관심도가 적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 우주산업 자체에 대해 ‘가성비가 낮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특히 유인우주선 개발이나 우주인 육성은 수십조원을 투자해도 당장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이미 벌어진 타국가와 격차를 줄이기 어려운 분야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쉽게 말해 ‘투자 대비 효율성이 낮은 사업’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 국적의 우주인이 있거나 우주인을 육성할 계획이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ISS 내에 단 한명의 한국인 우주인이라도 있다면 우주의학에 대한 연구가 계속해서 이뤄질 수 있지만, 현재 국내 우주산업은 우주인 육성이나 유인우주선보다는 발사체, 탑재체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하대병원 이비인후과 김규성 교수(한국항공우주의학협회장)는 “그동안 우주는 우리에게 상징적인 공간이었고, 관련 사업 역시 가성비가 낮은 투자로 인식됐다”며 “당장 우리 힘으로 인간을 우주에 보낼 수 없다면 ‘올라갈 수 있는 수단이라도 만들자’는 생각으로 우주의학·화학·생물학 등 우주기초과학보다는 발사체, 위성 탑재체 등에 대한 투자가 주로 이뤄졌다”고 진단했다.

◇우주인 보유, 우주 경쟁서 핵심 역할… 우주의학 연구 선행돼야
모든 나라가 반드시 우주인을 보유하고 우주의학을 연구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향후 우주인 보유 여부가 우주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 많은 선진국들이 이 같은 사실에 착안해 우주인 육성 및 우주생명과학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는 점 등은 한 번쯤 고려해볼 문제다. 또한 현재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과 우주인을 보유한 국가들의 위상, 규모 등도 비교해봐야 한다. 많은 우주 전문가들은 2030년대에 접어들면 바다가 그랬듯 우주 저궤도 공간 또한 사회·경제활동이 가능한 공간이 될 것이며, 이때 각 국가의 우주인 보유 여부와 관련 기술력, 연구개발 수준이 우주 소유권 경쟁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규성 교수는 “미지의 공간인 우주는 사람의 능력이 반드시 요구되는 곳으로, 로봇과 협업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사람의 능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며 “사람 한 명이 우주에 나가있는 것은 위성 여러 개를 쏘아 보낸 것만큼 막강한 힘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주의학 연구는 결국 우주인 육성·보유와 궤를 같이한다. 미래 우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우주인을 보유할 필요가 있고, 우주 환경으로부터 우주인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지켜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주의학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한편으로는 신약개발이나 질환 치료기전 등 우주에서 진행되는 여러 연구들이 지상에서 국가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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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발사되는 모습./사진=연합뉴스DB
◇“누리호처럼… 우주의학도 장기적 연구·투자 필요”
우리나라의 경우 우주산업 육성에 대해서는 정부와 민간 기업 모두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다. 이미 정부 주도로 여러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며, 기업에서도 우주 관련 사업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주인이나 우주의학보다는 발사체·탑재체 개발에 지원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는 지난 10여년 간 노력 끝에 독자 개발 기술로 누리호를 개발하고 세계적인 수준의 망원경 기술을 확보했듯, 우주의학에도 장기적인 계획과 함께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 교수는 “1945년 이후 30~40년 만에 항공에서 엄청난 변화가 있었던 것처럼, 2030년대에는 저궤도에서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우주여행이 지금보다 많이 가능해지고 우주에 가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우주의학 연구도 당연히 필요해지는 만큼, 미리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장 우리 국적의 우주인이 없더라도, 우주인 선발부터 우주인 건강상태 확인, 질환 대응, 지구 복귀 후 건강 유지 및 회복 등 우주인이 필요한 시점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우주의학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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