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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방사선 세상… 우주여행 시대의 건강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우주의학➀] 우주의학 태동

1950년대 후반. 우주경쟁을 벌이던 미국과 소련은 개, 원숭이 등을 잇달아 우주선에 태워 보냈다. 지구로 돌아오지 못한 몇몇 동물들의 안타까운 희생이 있은 뒤 인류는 유인 우주선 발사·비행에 성공했고, 그렇게 우주 환경에서 우주인 신체 변화에 대한 연구, 즉 ‘우주의학’ 연구도 첫 걸음을 뗐다. 이후 60여년이 흘러 민간인 우주여행 시대를 맞은 지금, 지구와 우주에서는 다양한 우주의학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주에서 이뤄지는 연구들이 우주인에게 나타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지상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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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 환경에서는 심혈관, 근골격, 면역계 등 신체 전반적으로 변화가 일어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무중력과 방사선의 세계… 심혈관·근골격·면역계 영향
의학적 측면에서 우주라는 환경의 가장 큰 특성은 ‘무중력’과 ‘방사선’이다. 지구상에서 우리 몸은 상당 부분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 중력에 따라 혈액을 비롯한 체액이 위에서 아래로 이동하고, 뼈와 근육이 기능·발달한다. 그러나 우주에 나가는 순간 중력의 영향에서 벗어나 지금과 전혀 다른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체액은 위아래가 없어진 채 머리, 발 등 몸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이로 인해 얼굴이 붓고 안압이 높아지는 증상을 겪게 된다. 중력이 사라지다 보니 뼈를 이루는 칼슘과 근육도 빠른 속도로 소실되는 양상을 보인다. 근골격계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우주인도 우주선 내에서 여러 운동을 하지만, 운동만으로 보충이 안 될 만큼 빠르게 근육손실과 골 손실이 일어난다. 실제 우주에 다녀온 이들이 근육 손실·골 손실에 따른 운동능력 감소로 인해 오랜 회복 기간을 거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우주에서 칼슘 감소는 골다공증과 함께 신장, 비뇨기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밖에 귀의 전정기능이 상실되면서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균형감각을 잃거나 어지럼증, 구토를 겪는 경우도 있다.

잘 알려져 있듯 우주에는 은하와 태양으로부터 발생하는 매우 강한 수준의 우주방사선이 존재한다. 무중력에 의해 나타나는 변화들이 심혈관·근골격·신경계 문제라면, 방사선은 면역계를 비롯한 골수와 혈관, 중추신경계, 위장 등에 문제를 유발한다. 노출량에 따라서는 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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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11월 3일 소련 스푸트니크 2호에 태워진 최초의 우주견 ‘라이카’./사진=연합뉴스DB

◇우주인 건강부터 지상 의약품 개발까지
우주에서는 이외에도 기압·온도 등 모든 환경이 급변한다. 우주인은 우주로 나갈 때와 지구에 귀환할 때 각각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을 거치며, 이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건강상 문제를 겪기도 한다.

우주의학이란 이 같은 문제들을 연구하는 분야로, 지구와 다른 우주 환경에서 우주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예방의학 측면과 우주에서 발생한 질환에 대응하는 측면에서 주로 연구가 이뤄진다. 뿐만 아니라 방사선, 기압 변화 등 우주 환경을 활용해 지상에서 의약품, 의료 소재를 개발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우주산업이 발전할수록 우주의학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는 추세다. 인하대병원 이비인후과 김규성 교수(한국항공우주의학협회장)는 “우주의학의 시작은 우주인의 역사와도 같다. 동물을 우주로 보내 유인 우주선 비행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이 시기가 우주의학의 태동기라고 볼 수 있다”며 “중력, 방사선과 같이 기술력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이 우주에 나가는 거리가 멀어질수록, 우주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주의학의 중요성 또한 커지고 있다. 체류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방사선 노출량과 무중력에 따른 근골격 손실량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화성의 경우 왕복 시간과 체류 시간을 합하면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며 “이 기간 방사선에 노출된다면 면역계, 종양 문제, 심하면 인지기능 문제까지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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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 스콧 켈리(오른쪽)와 쌍둥이 형 마크 켈리./사진=연합뉴스DB

◇우주는 초대형 ‘실험실’… 20여년간 3000건 이상 연구
전문가들은 넓은 의미에서 우주를 ‘실험실’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만큼 우주에서는 지구에서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현상이 나타나며, 지금도 그러한 현상, 변화들에 대한 연구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실제 지난 20여년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진행된 화학, 생물학, 물리학 등 과학 실험 건수만 3000건이 넘는다.

최근 가장 주목받은 연구는 우주인 스콧 켈리 쌍둥이 형제에 대한 연구결과다. 340일 간 ISS에서 생활한 우주인 스콧 켈리와 같은 기간 지상에 머문 그의 일란성 쌍둥이 형 마크 켈리의 신체 변화를 비교한 것으로, 유전자와 체격 등 신체조건이 대부분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이뤄진 최초 연구였다. 2019년 ‘사이언스’에 게재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주에 다녀온 직후 스콧에게 유전자 패턴 변화, 세포내 DNA 손상 등과 같은 변화가 발견됐으나 6개월 후 대부분 원상태로 회복됐다. 대사물질인 젖산이 증가하고 노화를 결정짓는 텔로미어(염색체 끝부분 DNA, 길이가 짧을수록 수명 단축)가 길어졌지만, 이 역시 일정 기간 후 원상태로 돌아갔다. 결과적으로 두 형제의 신체에는 큰 차이가 없었던 셈이다.

이밖에도 ISS에서는 우주의 무중력 환경을 이용해 지상에서 발생하는 여러 질환의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연구와 치매 치료제, 항암제 등 지상에 필요한 약제를 개발하는 연구 또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무중력 상태에서 일어나는 단백질 합성 변화를 이용해 지상에서 합성 불가능한 성분을 개발하고, 나노입자들의 결정(結晶)을 만드는 식이다. 김규성 교수는 “그동안 지구 저궤도가 우주인의 활동 무대였다면, 앞으로는 달 표면, 화성까지 도달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며 “심우주에서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넓히는 방향으로 우주 의학 또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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