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늙었어'라는 생각이 몸에 미치는 영향은?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늙는다는 인식, 스트레스로 작용 항염증 작용 감소… 면역력 떨어져 나이 인정하고 장점 봐야

▲ 늙었다고 생각하면 더 빨리 늙는 것으로 나타났다./일러스트=박상철


"나 진짜 늙었나 봐"

누구도 노화는 피해갈 수 없다. 어느 순간부터 몸이 이전과 다른 게 실감 난다. 그래서인지 허리가 아파도, 어깨가 아파도, 머리가 아파도, 피부가 칙칙해져도, 우리는 쉽게 '늙어서 그래'라는 이유를 댄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생각이 우리를 더 늙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늙었다고 생각하면 더 늙어
건강하게 살려면 스스로를 젊다고 생각해야 한다. 미국 오리건 주립대 사회 행동 건강학과 로버트 스타우스키(Robert S Stawski) 박사 연구팀은 최근 늙었다고 자주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노화가 촉진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52~88세 105명을 대상으로 노화에 대한 태도를 먼저 설문조사하고, 100일 동안 스트레스 수준과 피로, 통증 등 다양한 신체적 증상에 대해 보고하도록 했다. 그 결과, 늙었다고 자주 생각하고, 노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스트레스를 받는 날도, 통증을 느끼는 정도도 심했다. 연구팀은 "인지된 스트레스와 신체 건강 사이에는 강한 관계가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노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일상적인 스트레스가 신체 건강에 미치는 증상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국내에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있다. 부경대 행정학과 오영삼 교수팀은 65~84세 9653명을 대상으로 자신을 늙었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본 뒤, 건강 상태를 확인했다. 그 결과, 늙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건강 상태가 안 좋은 것으로 나왔다. 연구팀은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여기기 시작하면 의존적이고 소극적으로 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적이 있는데, 이런 것들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염증 많아지고, 뇌 쪼그라들어
늙었다는 생각이 우리 몸에 도대체 어떤 영향을 미치길래 이렇게나 뚜렷하게 몸이 더 나빠지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일까? 사회적으로 노화는 부정적인 이미지다. 사회적 역할이 줄고, 위축되고, 외모도 변한다. 늙는다는 인식은 결국 스스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게 한다. 이는 뇌를 포함해 신체 전반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교수는 "스스로 나이 들었다고 생각하면,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PA) 축을 기반으로 스트레스 시스템이 작동돼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작동하게 된다"며 "이는 항염증 작용을 떨어뜨려 면역력이 떨어지게 하고, 사고력 등을 주관하는 전두엽의 기능도 떨어뜨려 뇌 노화를 촉진한다"고 말했다. 이 작용은 나이와 상관없이 일어난다. 조서은 교수는 "물론 20~30대 젊은 층에도 해당되는 내용"이라며 "특히 이 시기에는 나이에 따른 활동, 결과 등을 남과 비교하기 쉬워 나이와 관련한 스트레스에 취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점과 생활습관 바꿔야
젊어지려면 나이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조서은 교수는 "본인의 나이대에 잃어버린 것에 집중하지 말고, 갖춘 것에 초점을 맞추면 오히려 노화를 늦출 수 있다"며 "나이가 들면 경험이 많아지고, 생각이 깊어지고, 긴장감도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고 말했다. 나날이 몸은 쇠퇴하지만, 정신은 지속해서 발달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나이를 인정한 뒤, 자신의 삶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주변 사람과 친밀감을 유지하고 ▲재편되는 관계를 받아들이고 ▲남은 시간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하고 ▲그 가치를 재생산하는 데 집중하면 된다.

관점을 바꾸는 것과 함께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도 노화를 늦추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신체 나이를 측정하는 여러 방법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으로 텔로미어(telomere) 길이 측정이 있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부분 DNA를 말하는데, 세포가 분열할수록 텔로미어 부분은 완벽하게 복제하지 못해 짧아진다. 더 이상 줄어들 수 없을 만큼 짧아지면 세포는 복제를 멈추고 죽는다. 텔로미어 길이가 짧을 수록 신체 나이가 많다는 뜻이다. 다행히 후천적인 노력으로 텔로미어 길이를 늘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규칙적인 운동, 특히 장거리 달리기 등 지구력 운동하기 ▲폭식, 과식 등 불규칙한 식습관 버리기 ▲단백질 위주 소식하기 ▲하루 7~8시간 이상 충분히 자기 ▲스트레스 잘 해소하기 등으로 텔로미어 길이를 늘여 노화를 늦출 수 있다. 한편, 텔로미어 길이는 간단한 채혈 검사만으로도 측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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