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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다양한 백신 개발과 확보를 위해 세계 각국에서 복잡한 셈법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제약사들의 백신을 추가 확보하는 한편, 국산 백신을 개발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추진 중이다.

◇AZ 대조백신 공급 결정… 백신 개발 청신호

지난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의 3상 임상을 기존에 승인한 백신과 효능을 견주는 '비교 임상' 방식으로 승인을 했다. 어떤 글로벌 백신 제조사가 임상용 대조 백신을 제공할 지 미지수로 남아있던 상황에서, 아스트라제네카가 팬데믹 위기 극복을 위한 공익적 취지에서 백신을 제공하기로 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지난 2월 국내 최초 코로나19 백신으로 승인된 이래, 현재까지 국내 도입된 모든 백신 가운데 가장 많은 인구가 접종을 완료했다 .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 대책본부 전문위원회 염호기 위원장(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은 "많은 백신 제조사들이 대조백신 제공을 꺼려 임상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자사 백신보다 열등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는 타 백신 임상시험에 자사 백신을 제공해 얻는 이익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스트라제네카가 공익을 위해 대승적 결정을 한 덕분에 백신 개발을 위한 큰 산을 넘은 셈"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범정부 지원위원회 사무국 유주헌 총괄팀장은 "국산 백신은 후발 주자라 백신 접종을 안받은 대상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위약 대조군 임상시험을 하기 어렵고, 팬데믹 상황에서 위약군을 둠으로써 발생하는 윤리적인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않다"며 "세계보건기구, 유럽의약청 등에서도 비교 임상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와중에 아스트라제네카에서 대조 백신 제공 결정을 통해 국산 1호 백신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 시대, 백신 다각화 필수

정부는 전 국민의 70%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마치고 나면 현재의 거리 두기 조치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했지만, 새로운 변이의 출현과 돌파감염이 증가하면서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접종 인구가 늘어나면서 예상치 못한 이상반응이 늘어나고, 백신의 중장기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기존 백신을 한 번 더 접종하는 방식의 부스터 샷 외에 각종 변이에 특화된 새로운 대응 백신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백신 수급 전략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내년도 코로나19 백신 구매 예산은 2.6조원으로 mRNA 백신 8000만회분과 아직 개발되지 않은 국산 백신 1000만회 구매분만 포함돼 있다. mRNA 백신 제조사 가운데 하나인 모더나는 올 하반기에만 수급 일정이 여러 차례 변경되면서 접종이 연기되는 등 차질을 빚고 있다. 올해 총 4000만회분을 공급받기로 한 단백질 재조합 방식의 노바백스 백신은 아직 전 세계 어디서도 승인되지 않아 언제 국내에 도입될지 알 수 없다. 이제 막 임상시험을 시작하는 국내 개발 백신은 내년에 실제 사용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 같은 팬데믹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정기석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출현하면서 코로나 종식은 불가능한 일이 됐다"며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전략, 즉 하나의 백신에만 의존하지 말고 긴급상황에 대비해 여러 플랫폼의 백신을 다양하게 확보해 위험을 분산시키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