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 공습으로 방역 패러다임 바뀌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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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코로나로 인한 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줄이는 것에 방역의 초점을 맞추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 다만 시급히 이뤄지면 안되고, 고위험군 대상으로 백신 접종이 웬만큼 이뤄졌을 때 시작해 볼 수 있다./연합뉴스 제공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전국민 70%가 접종해도 집단면역이 어렵고, 코로나 종식은 불가능하다는 비관적 의견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와 함께 살아야 하는 '위드 코로나' 전략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특히 현재 대유행 중인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에 비해 감염력이 2배 이상 높고,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는 10~30% 떨어져 집단면역을 위한 조건이 더 까다로워졌다. '코로나 종식 불가, 코로나와의 공존'이 확실해지는 가운데,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교실 정재훈 교수는 헬스조선 유튜브 라이브에서 "델타 변이 등장으로 코로나를 종식시킬 수 없다는 것이 확실해졌다”며 “이제 코로나로 인한 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줄이는 것에 방역의 초점을 맞추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시급히 이뤄지면 안되고, 고위험군 대상으로 백신 접종이 웬만큼 이뤄졌을 때 시작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 전략 택한 영국은 지금…
영국, 이스라엘 등 백신 접종이 활발하게 이뤄진 나라에서는 모임금지 등 방역 지침을 완화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기존의 방역 조치가 더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가운데, 백신 접종률이 70% 가량 되는 영국의 경우, 델타 변이 확진자가 급격히 늘었다가 최근 다시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정재훈 교수는 “백신 접종률이 70%로 높을 뿐만 아니라 전 인구의 3분의 1이 코로나19에 걸려 자연 면역을 획득했기 때문”이라며 “이 계산에 따르면 영국은 전국민의 90%가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을 가지고 있어 델타 변이 확진자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실제 델타 변이가 지배종이 되면서 미국·유럽 등에서는 백신 접종률 목표를 기존 70%대에서 80~90%대로 상향했다. 다만 백신의 효과로 사망자, 중환자는 크게 줄고 있다. 백신은 감염 예방 뿐만 아니라 중증 진행 방지 효과가 있다. 변이 바이러스의 경우 감염 예방 효과는 10~30%  떨어뜨리지만, 중증 진행 방지 효과는 크게 떨어뜨리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백신 접종률(1차)이 40% 되는 한국의 경우 영국 처럼 방역을 ‘확’ 풀지 못한다. 정재훈 교수는 “한국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인구가 2~2.5%로 영국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적기 때문에 자연 면역이 아닌 백신 접종에 의존해야 한다”며 “현재 백신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이지만 가급적 이른 시일 내 백신 접종이 완료돼야 하며, 특히 50세 이상 고위험군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흔히 50대는 코로나로부터 안전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있는데, 50대 코로나 감염자의 1.5%가 중환자로 진행된다. 50대 미만이라도 당뇨병이나 류마티스질환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역시 백신 접종을 빨리 해야 한다.

정재훈 교수는 "백신 접종이 완전히 이뤄질 때까지 일상으로의 복귀도 천천히 이뤄져야 한다"며 "예를 들면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 금지의 경우, 확 풀게 아니라 5인 이상 금지, 9인 이상 금지 등 단계적으로 방역 조치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스터샷, 선택 아닌 필수
결국 일상 회복의 전제 조건은 백신. 그러나 변이 바이러스 출현에 따라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9월부터 부스터샷에 대한 고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재훈 교수는 “부스터샷을 맞으면 항체 역가가 높아지고, 효과도 더 오래 지속된다”며 “전국민 백신 접종과 함께 부스터샷 접종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스터샷의 효과에 대한 분석이 최근 나왔다. 한국보건의료원이 국내외 의학논문을 분석한 결과, 부스터샷을 포함해 백신을 3회 접종하면 면역원성 결과가 우호적으로 나타나 2회 접종 대비 예방 효과가 적어도 비슷하거나 더 좋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백신 3회 접종 시 2회 접종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역가를 상승시켜 면역원성이 증가하였으며, 백신 투여 후 부작용을 견디는 내약성은 좋았고 심각한 이상반응은 없었다. 변이 바이러스에는 어떨까? 18-55세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알파, 베타, 델타 변이에 대한 중화항체 역가가 추가 접종 시 유의하게 증가했다.

◇독감보다 사망율 10배… 안심할 수 없는 코로나
국내 코로나 치명률은 9일 0시 기준 1%다. 독감 치명률 0.1%와 비교하면 10배 높다. 무증상 코로나 환자도 많지만, 코로나는 아직까지 안심할 수 없는 신종 감염병이다. 또한 바이러스가 변이가 된다고 해도 중증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정재훈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성이 그렇다”며 “변이가 거듭될수록 감염 시 중증도가 떨어진다는 주장은 잘못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델타 변이가 감염력뿐 아니라 중증 발현도도 더 높이고 있다. 실제 미국 현장에서는 델타 변이에 감염된 환자들의 경우 호흡 부전이 더 빠르게 나타나거나, 신부전증, 간 손상, 혈전 증상이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재훈 교수는 “현재로서는 정부가 백신 수급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고, 백신은 50대 이상 고연령층 등 고위험군을 최우선으로 맞혀야 한다”며 “고위험군 보호를 진행하면서 코로나와 공존할 시스템을 동시에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