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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 코로나, 백신 접종 속도 유지하면 10월 가능”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9/08 07:00
서울아산병원 김성한 교수 연구, 코로나 확진자 4분의 1 비밀접 접촉자
밀접 접촉 없어도 감염… '위드코로나' 불가피
정부가 ‘단계적 일상 회복’의 전제조건으로 ‘고령층 90%, 전체 성인층 80% 이상 접종 완료’를 제시한 가운데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7일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로 방역을 완화하는 ‘위드코로나’ 전환 시점을 10월 말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델타 변이 출현 이전에도 코로나19 감염자 4분의 1은 비밀접 접촉자(확진자와 접촉은 있었으나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지 않은 자)였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강력한 감염력을 가진 델타 변이를 비롯해 예측 불가능한 감마, 뮤 변이와 돌파 감염자가 꾸준히 발생하는 상황에서 10월 '위드코로나' 전환은 실현 가능한 얘기일까?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성한 교수를 만나 10월 위드코로나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마스크 소용없었다"… 확진자 1/4 비밀접 접촉자
대개 코로나19 감염은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이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김성한 교수팀은 대한의학회지(JKMS)에 이 같은 생각을 뒤엎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의 연구에서 델타 변이 이전(2020년 3월~2021년 3월) 기준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된 우리나라에서조차 실제 코로나19 확진자의 최소 4분의 1은 비밀접 접촉자였음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14명의 코로나19 감염자로부터 36명의 2차 감염자가 추가 발생했음을 확인했는데, 36명의 2차 사례 중 26명(72%)은 밀접 접촉으로 분류됐고 나머지 10명(28%)은 비밀접 접촉으로 분류됐던 사람들이었다. 비밀접 접촉자 중에는 마스크를 쓰고 감염자와는 대화조차 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보통 15분 이상 대화 등 상호작용이 있을 때 밀접접촉자로 분류되는데, 일부는 감염자와 함께 있는 시간이 5분도 되지 않았다. 화장실 등 공동 다용도실을 동시에 사용하는 정도의 접촉만 있었다.
김성한 교수는 "밀접 접촉자의 정의는 2m 내에서 15분 이상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인데, 이는 절대적일 수 없다는게 연구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무턱대고 밀접 접촉자의 범위를 넓히기보단, 밀접 접촉자 범위를 더욱 유연하게 검토할 필요한 상황이 됐다는 의미이다”고 설명했다.
◇불가피한 위드코로나… 10월 실현은 ‘가능’
변이가 발생하기 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초감염재생산지수(감염력)가 약 2.5 수준인데, 비밀접 접촉자의 4분의 1을 감염시켰다. 코로나19 델타 변이의 기초감염재생산지수는 약 6.5로 변이 전 바이러스(우한 균주)보다 약 3배 높다. 감염력이 매우 높은 델타 변이가 이미 확산한 상황에서 '위드코로나' 논의는 자칫 위험해 보인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으로 델타 변이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으며, 위드코로나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성한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가 이전보다 더욱 유연한 코로나19 대응책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감염력이 더 강한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나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위드코로나’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한 교수는 "델타 변이가 없던 상황이라면 지금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백신 접종으로 일일 확진자 수가 100명대로 줄어들었을 것이나, 감염력이 너무 높은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한 상황에선 환자를 예전 수준으로 줄이고 나서 일상생활로 복귀하는 일은 다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1년 더 학교에 가지 않고, 여행 가는 걸 막는다고 해서 코로나19가 해결되는 건 아니기에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위드코로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게 환자를 진료하는 이들의 의견이다"고 밝혔다.
그는 백신 접종 속도가 지금 상태를 유지한다면, 10월 위드코로나 전환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김성한 교수는 "기존 코로나19 백신들이 델타 변이 예방 효과는 떨어진다고 알려졌으나, 1차 접종만 해도 중증 진행 예방에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차 접종을 마치면 델타 변이라도 중증으로 진행 될 확률이 크게 낮아지고, 예방 효과도 60% 이상은 되기에 2차 접종자 수가 국민의 60%를 넘으면, 중환자와 신규 확진자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10월이면 위드코로나로 전환해도 되는 환경이 충분히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위드코로나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시행시기 예측이 쉽지 않지만, 지금과 같은 백신 접종 속도가 유지된다면 정부가 목표한 10월 위드코로나 전환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위드코로나 '골든타임'은 지금
그렇다면 위드코로나 10월 실현을 위해 백신 접종 속도 유지 외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는 위드코로나를 위한 과제로 ▲사회가 감당 가능한 중환자 수 유지 방안 ▲실효성 있는 경증환자의 자가모니터링 방안을 제시했다. 김성한 교수는 "감당할 수 있는 중환자 수를 유지하면서 사회를 가동하면, 학교도 매일 가고 여행도 다니는 위드코로나가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생활치료센터에서 지금보다 더 많은 환자를 감당하기 어렵기에, 경증 환자가 자가치료 중 중증으로 진행됐을 때 신속대처할 수 있는 실질적인 시스템을 고민해야 혹시 모를 겨울 대유행까지 대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김성한 교수는 위드코로나를 위해 밀접 접촉자 격리 기간 단축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미국 CDC는 이미 밀접 접촉자를 1주간 자가격리하고 나서 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모니터링만 1주일 더하는 지침을 적용하고 있다. 김 교수는 "자가격리 후 코로나19로 확진될 가능성은 1주일 한 사람은 5%, 10일 한 사람은 1%인데, 2주 자가격리를 한다고 해서 완벽히 통제가 가능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격리기간 동안 사회활동이 불가능해 생기는 문제들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위험요소에 어떻게 대응하며 살아가야 할 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