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면역조절자' HDL 콜레스테롤… 코로나19 방어력 높인다

신은진 기자

항산화·항염증·항응고… 면역세포 기능 향상
HDL 수치 높을수록 감염 위험·질병 중증도 낮아
'면역 고속도로' 혈관 깨끗이 하고 혈전 생성 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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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면역력 강화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착한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HDL 콜레스테롤'이 높아질수록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줄어든다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HDL 콜레스테롤은 코로나19와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HDL 8㎎/㎗ 높아지면, 코로나19 감염 9% 낮아져

영국 UCL대학교 연구팀이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연구 참가자들 31만7306명을 대상으로 참가자들의 HDL 수치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위험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일수록 코로나 감염 위험이 낮았다. 이들은 코로나로 인한 입원 치료 등의 질병 중증도도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HDL 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라 각각 8㎎/㎗씩 높아질 때마다 코로나19에 감염될 확률은 약 9%씩 낮아졌다. 연구팀은 HDL 콜레스테롤이 직접적인 면역조절자로서 뿐만 아니라, 면역세포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역할을 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HDL 콜레스테롤은 20여 종이 넘는 단백질과 항산화 효소를 갖고 있어 항산화, 항염증, 항응고, 혈소판 응집 억제 등의 기능을 하며 죽상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HDL 콜레스테롤은 면역세포에 영향을 줘 염증반응과 대식세포의 항원제시기능을 조율하고, B세포와 T세포를 활성화한다. 그뿐만 아니라, HDL 콜레스테롤은 면역 고속도로인 혈관을 깨끗하고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면역을 담당하는 백혈구는 혈관을 통해 온몸을 순찰하다가 병균이나 바이러스 등을 발견하면, 그 부위로 면역세포를 내보내 이들과 싸운다. 건강한 성인은 혈액 속에 5000~1만개/㎣의 백혈구를 가지고 있으며, 이보다 몇 배나 많은 수의 백혈구가 혈관 벽에 붙어 있거나 골수 안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우리 몸의 상태의 변화에 따라 혈액 속으로 이동한다. 즉, 면역세포들이 온몸 구석구석에 잘 이동하기 위해서는 혈관을 건강하고 깨끗하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혈관 건강을 위한 HDL 콜레스테롤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HDL-C 낮고, LDL-C 높으면 혈전증 위험 커져

면역력 강화를 위한 혈관 건강의 핵심은 원활한 혈액 순환이다. HDL 콜레스테롤은 혈액 순환을 도와 면역력을 강화하는 반면, LDL 콜레스테롤은 혈전증 위험을 높여 생명을 위협한다.

LDL 콜레스테롤이 혈액 내에 많이 쌓이면 플라크가 만들어지는데, 플라크는 매우 불안정해 터지기 쉽다. 플라크 파열은 혈액응고를 유발해 혈전(피떡)을 형성하고, 혈전은 혈액을 따라 이동하다 혈관을 막을 수 있다.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막히면 심근경색이, 뇌혈관이 막히게 되면 뇌졸중, 팔다리로 가는 혈관이 막히면 신체 특정 조직이 죽는 괴사가 생긴다.

다행히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면, 혈전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네덜란드 연구팀이 정맥혈전증을 앓는 477명의 폐경 후 여성과 1986명의 건강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혈중 지질 수치와 혈전증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에서, 정맥혈전증이 있으면 중성지방은 더 높고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70㎎/㎗보다 높은 사람은 이보다 낮은 사람보다 혈전증 위험이 29% 낮았다. 반대로 중성지방이 93㎎/㎗보다 높을 때는 혈전증 위험이 2.1배 더 높았다.

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른 정맥혈전증 발병 위험도를 분석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HDL 콜레스테롤의 가장 중요한 구성성분이자, 콜레스테롤 역수송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Apo-A1의 수치가 낮을수록 위험도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평균그룹보다 Apo-A1 수치가 가장 낮은 그룹의 정맥혈전증 위험도는 50% 더 높았다.

이 같은 결과는 HDL 콜레스테롤이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HDL 콜레스테롤은 섬유소 용해과정을 자극해서 혈전 생성을 억제하고, 혈소판 과민반응을 억제해 혈전을 예방한다. 원래 혈전은 섬유소 용해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지는데,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으면 혈전 자연 소멸이 어렵게 된다.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면 우리 몸의 혈전 소멸 능력은 자연스럽게 향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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