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알고보니 코로나19' 공포… 증상은 장염뿐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장염 호전 중에 뒤늦게 발열, 호흡기 증상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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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 후 장염 증상만 나타난 62세 남성의 사례가 보고됐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감염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은 발열과 기침이다. 근육통, 피로, 후각 상실 등이 함께 나타난다고도 알려졌지만, 대개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없으면 코로나19를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장염 증상만으로 내원했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남성의 사례가 학계에 정식으로 보고됐다. 앞으로는 열이 나지 않아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적어도 검사를 받는 게 안전하다고 말한다.

◇발열, 기침 없었는데… 알고 보니 코로나19 환자
대구파티마병원 의료진은 대한내과학회지에 '급성 대장염과 유사한 코로나19 감염 사례'를 보고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62세 남성 A씨는 1주일 전부터 복통과 함께 하루 평균 3~4회의 설사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다. 발열이나 기침, 인후통 등 호흡기 증상은 전혀 없었으며 입원 당시 촬영한 흉부 엑스레이 검사에서도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의료진은 A씨가 급성 장염인 것으로 판단해 항생제와 수액을 투여했다. 치료 후 상태가 호전되던 중, 입원 5일째에 38℃의 발열이 나타났고, 6일째 진행한 폐 CT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됐다. 이후 진행한 코로나19 검사에서 A씨는 양성 판정을 받았다. 감염내과로 이전돼 치료받은 A씨는 입원 25일 후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했으며, 이때까지도 호흡기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의료진은 코로나19가 장염을 유발한 기전에 대해서는 'ACE2 수용체'와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 몸에 침투하기 위해 ACE2 수용체를 이용한다. 이 수용체는 폐에 존재해 폐렴을 유발할 뿐 아니라, 장(腸)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상부식도의 '중층편평상피'와 대장의 '흡수성 장상피세포'에 분포돼 다량 분포돼 있다. 이로 인해 인체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장 상피세포의 흡수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면서 설사 등 소화기 증상을 유발한다는 게 가장 유력한 가설이다(중국 상하이 교통대 의대).


◇열 안 나도 의심된다면 코로나19 검사받아야
이전에도 A씨와 유사한 환자 사례가 몇몇 나오긴 했지만, 국내 학계에 정식으로 보고된 것은 처음이다. 국내에서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또한 장염 증상으로만 발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대구파티마병원 의료진은 논문에서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이 확대되는 현재 상황에서 원인 불명의 설사가 발생한다면 코로나19에 의한 장염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정진원 교수 또한 "코로나19 환자 중 소화기 증상이 나타나는 비율은 10% 미만으로 적긴 하다"며 "그럼에도 10명 중 1명이라는 의미이므로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따라서 설사와 같은 소화기 증상만 있더라도 가능하면 코로나19 검사를 받아보는 게 안전하다. 정진원 교수는 "중앙대병원에서는 장염 증상만 있더라도 코로나19 검사를 선제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며 "발열이 없어도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해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선제적 검사는 열이 나지 않는 게 착각일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다. 정진원 교수는 "노인의 경우 발열이 약하거나, 열이 나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열이 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도 확실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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