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1200만 명이나… 고혈압 많은 우리나라, 왜?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29% 유병률… 처방약 잘 안 먹고, 나트륨 일상적 섭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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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환자의 인식률과 치료율은 높은 반면, 조절률은 낮은 실정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현재 고혈압 유병자는 약 1200만 명, 20세 이상 성인 중 유병률은 29%에 이른다. 그만큼 고혈압 환자가 늘며 고혈압에 관한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막상 혈압 관리 수준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대한고혈압학회가 발표한 '2020 고혈압 팩트시트'에 따르면 고혈압 환자의 인식률과 치료율은 각각 67%, 63%였지만, 조절률(혈압이 권장 수준으로 조절되는 비율)은 47%에 그쳤다. 2018년 기준 국민 평균 혈압은 116.1mmHg로, 10년 전(115.3mmHg)과 비교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일부 고혈압 환자, 처방약 제대로 안 먹는다
고혈압 관리 수준이 지지부진한 것은 '약물 순응도(drug compliance)'가 낮은 것이 원인으로 여겨진다. 약물 순응도는 환자가 처방받은 대로 약을 복용하는 정도를 평가한 수치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가정의학과 오승원 교수는 대한가정의학회지에 실린 사설에서 "국민의 혈압 조절률이 낮은 것은 처방받은 약을 잘 먹지 않는 것이 원인으로 추측된다"며 "고혈압 치료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약물 순응도를 감소시키는 요인을 파악해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고혈압 치료에서 약물 순응도를 떨어트리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2013년 한국사회간호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비교적 나이가 젊거나 ▲배우자가 없고 ▲질병 보유 수가 적거나 ▲흡연자인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약물 순응도가 낮았다. 지난 2018년 한국가정학회지에 실린 또 다른 연구에서는 ▲하루 5mg 이상의 나트륨을 섭취하는 사람 ▲심혈관질환 가족력이 없는 사람 ▲혈압약 외에 다른 복용약이 없는 사람 등이 약물 순응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종합하면, 고혈압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의 약물 순응도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야말로 '방심'한 사람들이 약을 잘 챙겨 먹지 않는다는 것. 예컨대 혈압을 높이는 것으로 잘 알려진 나트륨 섭취가 많다는 것은 경각심 부족의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고혈압으로 인한 후유증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으며, 오히려 젊은 환자일수록 그 위험성은 커진다는 게 문제다. 이대서울병원 순환기내과 편욱범 교수는 "최근 고혈압 조절률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는 나이든 사람들 얘기"라며 "20~30대 젊은 고혈압 환자는 고령 환자보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더욱 커 위험하지만 조절률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조절 안 되는 혈압, 환자 '맞춤형' 진료 필요해
약물 순응도만이 문제는 아니다. 의사의 처방대로 약을 잘 챙겨 먹음에도 불구하고 혈압이 떨어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 홍익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은 약물 순응도가 높은 환자들 중, 혈압 조절이 안 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영향 요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고령 ▲여성 ▲생산직 노동자 혹은 무직 ▲짧은 수면 시간 ▲당뇨병 ▲뇌졸중 등 요인이 조절되지 않는 수축기 혈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하게도 고강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은 수축기 혈압을 통제할 가능성이 컸다. 연구팀은 "스트레스로 인한 고혈압이 약물로 잘 조절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앞서 학자들이 조절되지 않는 혈압에 관해 여러 연구를 내놓긴 했지만, 아직 한국인을 대상으로 조절되지 않는 혈압의 여러 변수를 밝힌 대규모 연구는 부족하다. 고혈압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환자의 개별적인 특성에 맞춘 진료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입장이다. 오승원 교수는 "국민의 혈압 관리를 위해 약물 순응도에 미치는 요인을 밝히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고혈압 치료 또한 환자 특성에 맞춰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 교수는 "약물로도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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