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
바이든이 앓았던… '터지면' 병원 도착 전 30%가 사망하는 병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12/15 07:10
뇌동맥 일부에 결손이 생겨 그 부분이 꽈리처럼 돌출되는 증상인 ‘뇌동맥류’는 터질 경우 100명 중 병원 도착 전 약 30명이 사망할 만큼 치명적인 질환이다. 미국 46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조 바이든 당선인이 과거 뇌동맥류로 인한 뇌수술을 두 번이나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뇌동맥류 환자는 2015년 5만 8541명에서 2019년 11만 5640명으로 늘어나 15년 대비 97.5%나 증가했다. 특히 겨울철에는 혈압의 변동폭이 커지면서 뇌동맥류 파열 확률이 높아진다. 일단 파열되면 높은 사망률과 영구적 후유장애를 남기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뇌혈관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병
뇌동맥류는 인구 200-300명당 1명 정도가 가지고 있을 정도로 꽤 흔한 질병이다. 뇌혈관은 보통 3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혈관내벽의 손상 및 결손으로 혈관벽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병을 뇌동맥류(뇌혈관 꽈리)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뇌의 아래쪽인 굵은 근위 뇌동맥부위에 90% 이상이 발생된다. 대부분 뇌동맥류 크기는 10mm 이하인 경우가 많지만 간혹 25mm 이상의 거대 동맥류가 발견되기도 한다. 부풀어 오른 동맥류의 모양에 따라서 가장 흔한 낭상 뇌동맥류가 있으며 그 외에도 방추상 뇌동맥류, 해리성 뇌동맥류로 나눈다. 이러한 뇌동맥류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만성적으로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에게서 잘 발생하며, 또한 후천적으로 혈관벽의 손상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가족력으로 발생하는 가족성 뇌동맥류도 있으며, 다낭성 신증후군 같은 유전성 질환의 경우에도 호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 없어…우연히 발견되는 경우 많아
뇌동맥류의 경우 환자가 출혈이 되지 않은 상태로 내원하는 환자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편이다. 특별한 뇌동맥류 연관증상으로 발견 되었다기보다는 건강 검진이나 단순 두통 및 어지러움증이 있어 시행한 뇌혈관 검사(MRA or CTA)로 우연히 발견된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비파열성 뇌동맥류는 관련 증상이나 징후는 없는 편이나 간혹 뇌동맥류가 거대하여 주변 신경을 눌러 발생부위에 따라 관련 증상이나 징후가 나타날 수 있다. 뇌동맥류가 파열되어 뇌출혈을 유발하는 경우 환자에게 큰 신경학적 후유증을 남길 뿐만 아니라 약 20-30%의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따라서 두통이 갑작스럽게 발생하거나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두통이 만성적으로 진행하는 경우, 갑자기 정신을 잃게 되는 경우는 반드시 뇌혈관 신경외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뇌동맥류가 터지게 되어 뇌출혈(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하면 앞서 언급한대로 30%의 환자는 심각한 신경학적 후유증을 안게 되고 약 30%는 정상으로 회복되지만 약 30%는 사망에 이르게 된다. 뇌동맥류가 파열이 발생한 경우 대부분의 경우 다시 지혈이 되어 멈추게 된다. 혈관 외 공간 즉 지주막하 공간에 생긴 출혈량에 따라 환자의 예후가 대부분 결정되게 된다. 파열된 환자의 경우 재출혈이 발생되는 빈도가 매우 높으며 이로 인한 사망률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에 응급치료를 요하게 된다.
◇5mm넘으면 적극 치료를
뇌동맥류가 발견됐다고 무조건 다 치료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일산백병원 신경외과 구해원 교수는 "일반적으로 5mm가 넘는 뇌동맥류는 부위를 막론하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뇌동맥류의 치료 방법에는 크게 ‘클립결찰수술’과‘코일 색전술’로 나눌 수 있다. 클립결찰수술의 경우 개두술을 통해 미세현미경으로 직접 뇌동맥류를 확인한 후 동맥류 입구를 클립으로 결찰시키는 방법으로 재발률이 낮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코일 색전술’의 경우 머리 피부의 절개 없이 사타구니에 있는 대퇴 동맥을 통하여 뇌혈관까지 접근하여 치료하는 수술법으로 최근 많은 수술장비의 눈부신 발전으로 파열 및 비파열 뇌동맥류 대부분의 경우를 코일 색전술로 치료할 수 있으며, 상처 및 통증이 없고 재원기간이 매우 짧아 의료진 및 환자 모두에게 선호되고 있다. 수술방법은 의사와 환자간의 충분한 상의 후 결정하는 것이 좋으며 ‘클립결찰술’과 ‘코일색전술’을 겸할 수 있는 의사와 만난다면 환자에게 치료의 선택권이 높아 질 수 있다.
◇예방적 치료 필요할 때도
앞서 말했듯이 뇌동맥류가 발견됐다고 해서 무조건 다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뇌후교통동맥이나 전교통동맥 처럼 파열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거나 기저동맥이나 척추동맥처럼 위험한 부위의 경우는 3-4mm 의 뇌동맥류라 하더라도 혈관조영술을 하여 예방적 치료를 권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3mm 이하의 뇌동맥류는 보통 1년에 한번 전문의의 진단을 통해 크기나 모양이 변화하는지를 확인하면서 경과 관찰하는 경우가 많다. 구해원 교수는 "뇌동맥류 크기가 커지거나 모양이 변하는 경우 파열이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그때는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며 "그외 다발성 뇌동맥류나 어린 나이에 발생한 뇌동맥류 환자의 경우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검사 및 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추운 환절기나 겨울에는 혈관의 수축과 이완이 발생하면서 혈압의 변화로 파열의 위험성이 높아져 뇌동맥류 환자가 많이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 데이터를 보면 계절별로 파열 환자의 쏠림 현상은 많이 줄어들고 있으며 사계절 고루 파열 환자가 발생하는 추세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계절에 조심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 평상시에도 조심해야할 질환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 40세 이상에서는 선별 검사를 위해 뇌혈관 검사(CTA or MRA)를 할 것을 권유하며 평소 위험인자가 될 수 있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그리고 술 담배 등에 대하여 관리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