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외과

“소리 없이 찾아오는 뇌동맥류… 터진 후에 오면 사망 위험” [헬스조선 명의]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뇌동맥류 명의’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유찬종 교수

뇌혈관 질환은 한국인 사망 원인 4위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중증 질환이다. 뇌동맥류는 주요 뇌혈관 질환 중 하나로, 뇌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병이다. 머리카락 정도의 작은 혈관이 터지거나 막혀서 발생하는 것이 뇌졸중이라면, 뇌동맥류는 2~3mm 정도의 비교적 큰 혈관에서 나타난다. 뇌동맥류는 파열 전까지 증상이 거의 없다.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 후 발견하면 이미 파열됐을 가능성이 높다. 뇌동맥류 파열 시에는 사망에 이르거나 중증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천대 길병원 뇌혈관센터장인 신경외과 유찬종 교수를 만나 뇌동맥류 치료법과 예방법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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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유찬종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Q. 뇌동맥류는 어떤 병인가?

뇌동맥류는 혈관 가지에 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면서 나뭇가지에 열매가 달리거나 가지가 부푼 것처럼 보이는 뇌혈관 질환이다. 뇌동맥류가 발생하면 혈관 벽이 약해져 박리되거나, 부풀어 커지면서 벽이 얇아진다. 종국에는 파열과 함께 출혈을 일으키는데, 뇌동맥류가 터져 뇌출혈이 발생하면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사망할 수 있다.

Q. 다른 뇌혈관 질환과 뇌동맥류의 차이점은?

발병 원인이 되는 혈관 크기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모든 뇌혈관 질환은 선천적이거나 외상·염증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혈관 탄력이 저하되고 혈관 성질이 변하며 나타나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중풍은 미세한 혈관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며, 뇌동맥류는 2~3mm 크기의 혈관이 파열되며 나타난다. 출혈이 일어날 경우 뇌동맥류는 머리 전체로 피가 퍼지는 반면, 중풍에 의한 뇌출혈은 국소적으로 출혈이 발생한다. 중풍 성 뇌출혈양이 적을 시에는 뇌동맥류에 비해 후유증이 경미할 수 있지만, 뇌동맥류에 의한 뇌지주막하 출혈은 머리 전체에 영향을 미쳐 많은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Q. 뇌동맥류의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등이 주요 원인이다. 외상이나 선천적인 경우도 있으며, 혈관이 가지를 낼 때 비정상적인 혈류의 흐름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드물지만 동맥의 감염과 약물 남용(코카인) 등에 의해 혈관 벽이 약해지면서 발생 할 수 있다.

Q. 연령·성별에 따라 발병률이 다를 수 있나?

젊은 연령층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나, 주로 혈관 탄력성이 저하되기 시작하는 40대 이후에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남성보다 여성 환자가 조금 더 많은데, 이는 폐경기 이후 여성 호르몬이 저하되며 혈관 탄력성을 급격히 떨어트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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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동맥류는 주요 뇌혈관 질환 중 하나로, 뇌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병이다./사진=가천대 길병원 제공

Q. 증상이 거의 없나?

파열되지 않은 뇌동맥류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다만 터지지 않았을 때에도 안검하수가 발생하거나 얼굴에 감각이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기존에 느껴보지 못한 두통 등을 겪을 수도 있다.

파열 시에는 참을 수 없는 두통을 느끼거나, 두통이 발생하고 점차 심해지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또 안검하수가 발생하거나 동공이 커질 수 있으며, 사물이 두 개로 보이는 등 얼굴 감각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위약감이 발생하거나 목이 뻣뻣해지기도 하고, 의식을 잃고 쓰러지지거나 간질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다.

Q. 뇌동맥류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발견될 경우 바로 치료하는지?

뇌동맥류가 의심되는 증상이 있을 경우, 자기공명 촬영·혈관단층 촬영·뇌혈관 조영술에 의해 진단되며, 건강검진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파열성 뇌동맥류일 경우 응급에 해당되므로 가능한 빨리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건강검진으로 발견했을 시에는 뇌동맥류의 크기나 위치·모양 등에 따라 치료 또는 관찰한다. 뇌동맥류 크기가 3mm정도라면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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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동맥류를 조기 발견하기 위해서는 5년 단위로 뇌혈관자기공명 촬영이나 혈관단층촬영으로 뇌혈관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Q. 뇌동맥류 치료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수술법은 뇌동맥류 결찰술과 코일 색전술이 있다. 뇌동맥류가 발견된 나이와 뇌동맥류 크기·위치·모양·전신 건강상태·가족력 등을 고려해 치료 방법을 선택한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치료 방법의 장단점을 설명하고 의사 조언 하에 치료 방법을 선택 하도록 한다.

Q. 뇌동맥류 결찰술과 코일 색전술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뇌동맥류 결찰술은 두개골을 열고 뇌 물줄기를 따라 혈관을 보고 하는 수술이다. 뇌동맥류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어 재발률이 높지 않다. 뇌동맥류의 경부가 넓거나 작은 경우에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 뇌동맥류가 약간 남아 있는 경우에도 리모델링할 수 있다.

하지만 직접 두개골을 열기 때문에 두부에 상처가 날 수밖에 없다. 환자나 보호자의 심리적 안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직접 두개골을 열고 수술하다보니, 수술 후 뇌손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코일 색전술은 두부를 절개하지 않고 사타구니 쪽 대퇴동맥을 통해 뇌혈관 내에서 치료 하는 것으로, 환자나 보호자가 느끼는 감정이 좀 더 안정적이다. 또 뇌 깊은 곳에 위치한 뇌동맥류를 수술할 경우에도 합병증에 대한 우려가 적고, 노령이나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들에게도 효과적일 수 있다.

다만 코일 색전술 도중 뇌동맥류가 파열되거나 혈전이 발생하게 되면 즉각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뇌동맥류를 완전히 막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또 작은 뇌동맥류인 경우나 뇌동맥류의 경부가 넓은 경우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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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유찬종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Q. 약물 치료는 불가능한가. 후유증이나 합병증은 없는지.

뇌동맥류는 혈관 일부가 약해지며 부풀어 오른 것이기 때문에, 약물을 통해 부풀어 오른 혈관을 국소적으로 줄여 주는 방법은 아직까지 없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마비나 감각이상·시야장애·의식 장애·식물인간·사망 등 다양하게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Q. 뇌동맥류 예방을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은?

40대가 넘으면 혈관 탄력성이 저하될 수 있으므로, 5년 단위로 뇌혈관자기공명 촬영이나 혈관단층촬영으로 뇌혈관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뇌동맥류가 발견됐다면, 신경외과 전문의와 상의해 치료하면 된다. 뇌동맥류 역시 혈관 퇴행성 변화 및 탄력성 저하에 의해 유발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혈압이나 당뇨병·고지혈증 등과 같은 만성병 관리가 필요하다. 만성병 관리는 젊을 때부터 관리하는 것이 좋다. 또 혈관이 처지지 않고 탄력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주기적인 운동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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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유찬종 교수/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유찬종교수는?

전북 의대를 졸업하고 한양의대 석·박사 과정을 거쳐, 현재 가천의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이자 뇌혈관센터장이다. 대한 신경외과학회 상임이사·대한 뇌혈관 학회 실행이사·대한 뇌혈관내학회 이사·대한 신경통증학회 상임이사 등을 재임하고 있다. 뇌혈관 수술 시 환자들의 통증과 수술 자국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혈관 내 수술을 동시에 실시하는 ‘뇌혈관 하이브리드 서저리(Hybrid Surgery)’를 추구한다. 이 외에도 미래에 인간의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뇌에 전기적 자극이나 칩을 심을 경우나 혈관치료를 위한 금속물질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나노파티클의 독성에 대한 실험 연구도 꾸준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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