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얼굴에 전기 오른 듯 찌릿… '삼차신경통' 치료법은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11/09 16:21
권모(48)씨는 양치질을 하다가 한쪽 얼굴에 전기가 오르듯 찌릿한 통증을 느꼈다. 처음에는 최근 스트레스가 심한 탓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증상이 반복되자 충치가 생겼나 싶어 치과를 찾았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결국 신경외과를 찾은 권씨는 이름도 생소한 '삼차신경통' 진단을 받았다.
삼차신경통은 얼굴에 있는 '삼차신경'에 문제가 생겨 극심한 통증을 겪는 질환이다. 우리 뇌에 있는 열두개의 신경 중 다섯번째 신경은 얼굴 부위 감각과 씹는 근육을 담당한다. 그런데 이 다섯번째 신경은 뿌리가 세 갈래로 나뉜다고 해 '삼차신경'이라 불린다<그림>. 날씨가 추워지는 요즘부터 삼차신경통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삼차신경통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잘 생기고, 중년 이후 환자가 많다. 강남베드로병원이 2016~2019년 삼차신경통으로 병원에 처음 내원한 환자 8592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여성이 68.3%(5860명), 남성이 31.7%(2722명)를 차지했다. 연령대별로는 50대 34.2%(2937명), 60대 28.5%(2443명), 40대 18.1%(1556명) 순으로 많았다.
강남베드로병원 윤강준 대표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삼차신경통을 겪는 사람의 경우 신경 자체는 정상"이라며 "신경 주변에 혈관이 지나가는데 신경과 혈관 사이가 밀접하게 붙어서 마치 신경에 합선이 일어난 것처럼 자극이 돼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삼차신경통은 이마와 볼, 치아와 턱 부근에 전기가 통하는 듯한 찌릿하고 격렬한 통증이 주기적으로 나타나 초기에 두통 혹은 치통으로 오해해 무분별하게 진통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
환자들은 ‘갑자기 얼굴에 전기쇼크가 와 감전된 것 같다’ ‘얼굴 전반을 칼로 찌르는 것 같다’는 식의 무서운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 예리한 통증이 수초에서 수분 가량 지속되기도 하는데, 한번 나타나면 밤새도록 나타나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한다. 윤강준 대표원장은 "일주일에서 보름까지 아주 심한 통증이 유지되는 등 하루 만에 증상이 끝나지 않기도 하고, 하루에 수십 번씩 발생할 수도 있다"며 "양치질하거나 식사할 때 등 일과 중 예상치도 못한 순간 불시에 통증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뿐 아니라 대인기피증까지 나타나 우울감마저 높아질 수 있다.
삼차신경통은 초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경 손상이 점차 진행되기 때문에 근육 위축이 오게 되고 음식섭취가 힘들어 영양결핍이 동반된다. 통증으로 감정의 예민도가 높아져 사회생활도 어렵다.
삼차신경통은 초반에 신경통증을 없애는 진통제나 항경련제 등을 활용한 약물치료부터 시작한다. 약물치료를 해도 재발이 잦고 악화되는 경우 미세혈관감압술이라는 수술적인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미세혈관감압술은 귀 뒷부분을 4~5cm 절개해 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혈관에 '테프론'이라 불리는 의료용 솜을 삽입해 혈관과 신경 사이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완치율은 90% 이상이다. 윤강준 대표원장은 "수술기법이 발전했고, 정밀한 MRI로 확인 후 치료하기 때문에 치료 예후가 상당히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