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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한 미식일기] ‘천의 얼굴’ 된장국에 한계는 없다

이지형 헬스조선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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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국의 종류는 몇 개나 될까. 셀 수 없다. 야채, 고기, 생선에 때론 과일까지 된장국에 못 넣을 식재료는 없다. ‘천의 얼굴’ 된장국에 한계란 없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추석 연휴가 시작되고 나흘 내리 북한산에 올랐다. ‘닷새 내리’는 위험하다. 가사 노동력의 상시적, 의도적 이탈에 대한 우려가 집안에서 나올 테니까. 연휴 마지막 날 아침엔 산 대신 부엌으로 향했고, 된장국을 끓였다. 뭉근한 불에 완도에서 올라온 다시마만으로 국물을 냈다. 연한 투명 갈색의 감칠맛 육수에 무얼 투하하나. 명절 끄트머리의 즐거운 고민으로 머릿속이 맑다. 다시마 국물만큼 따뜻하고 맑았다.

된장국 레시피가 114개나?
서른 넘어 감동적으로 읽은 책 중 하나가 일본 요리연구가 오토모 이쿠미의 ‘미소시루 한 그릇’이다. 부제만으로 내용을 알 수 있다. 출판사는 ‘어떤 재료로도 맛있게 5분 완성! 건강한 미소장국 114’라고 부제를 달았다. 책에는 미소장국 끓이는 114가지 방법이 담겨 있다. 그것뿐이다. 그런데 된장국 끓이는 방법이 114가지나? 크게 놀랐다가는 금방 마음 놓았다.

된장국엔 정말 아무거나 넣어도 되는구나!


114가지 미소장국의 재료 중엔 양파, 감자, 파슬리, 순무, 버섯, 연근 등 채소가 있는가 하면, 고등어, 닭고기 완자, 소고기, 방어, 달걀프라이 등 육류도 있다. 심지어 방울토마토가 들어간다. 문화적 충격 같은 걸 받았다. 요리적 충격이라 해야 옳을라나. 된장국에 한계는 없구나, 된장국은 정말 ‘천의 얼굴’을 가진 극강(極强)의 요리로구나.

114가지의 미소장국을 만난 뒤, 집에서 끓이는 된장국에도 한계가 사라졌다. 된장국의 전통적 재료는 대개 두부, 애호박, 미역, 버섯 등이다. 그러나 서른 이후, 감동의 독서 이후 된장국 레시피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 같은 게 사라졌다. 냉장고에 남은 자투리 식재료 어떤 것이든 된장국의 훌륭한 재료가 됐다. 일본 요리연구가가 114개 종류의 미소장국을 만들었다면, 나는 365개 스타일의 된장국을 완성하리라, 그래서 매일 다른 된장국을 맛보고 말리라……. 그렇게 다짐했다. 다짐이 그랬다는 얘기이고, 실제론 20개 안팎의 식재료를 활용했을까, 말까. 어쨌든.

해초를 담뿍 넣은 된장국은 어떨까?
그래서 명절 연휴 마지막 날, 새로운 된장국의 재료는 모둠 해초였다. 연휴 직전 장 보러 가신 어머니가 해초 모둠 한 봉을 가져다 주셨다. 꼬시래기, 곰피, 미역, 미역줄기, 다시마, 톳, 감태 등등. 냉장고 야채실 구석엔 눈처럼 흰 소금을 뒤집어쓴 모둠 해초가 명절 동안의 홀대와 무관심을 이겨내고 오롯이 제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한 움큼, 해초를 쥐어 큼지막한 그릇에 넣고 물을 부었다. 한 삼십분, 소금기를 뺐을까. 우려 놓은 다시물에 넣어 약한 불로 잠깐 데치듯만 끓이고, 오랫동안 데웠다. 된장을 넣고, 국그릇에 담아내니……. 거슬리지 않을 만큼 아주 미묘하게만 걸쭉한, 해초 된장 수프가 완성됐다. 마른 미역을 불려 미역된장국을 끓인 적은 있다. 소금을 뒤집어쓰고도 아직 탱탱하고 싱싱한 해초들로 된장국을 끓인 건 처음이다. 계획 없이, 리허설 없이 끓인 된장국은 기존의 된장국을 뛰어넘어 가슴 뭉클하게 할 만큼의 맑은 수프로 거듭났다. 잠깐 아삭하다가,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해초 모둠,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뜨끈한 국물……. 연휴의 끄트머리에서, 몸과 맘이 호강했다.

미역은 늘 옳다, 된장국도 늘 옳다
미역은 늘 옳다……고 언젠가 썼다. 벌써 20여 년 전 거제의 한 등대에서, 친절한 어느 가족의 호의로 갑작스레 먹게 된, 남해의 싱싱한 물미역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던 자리였다. 미역은 정말 늘 옳지 않나. 물미역 초무침, 미역국, 미역줄기 볶음, 미역귀 간장 무침 그리고 미역 냉채까지, 미역은 항상 옳았고, 지금도 옳다. 미역에 대한 사랑은 변함없다.

20년이 지나 또 하나의 사랑을 고백하자면, 된장국은 늘 옳다. 채소로부터 육류, 때론 생선까지, 때론 과일까지 어느 것 하나 품지 않는 게 없다. 그렇게 모든 걸 품으면서도 자신을 뽐낼 줄 모르는, 우직스럽게 조연으로 일관하는 된장국……. 된장국은 정말, 미역만큼이나 늘 옳다고 중얼거리며 코로나19로 잔잔한 연휴의 마지막 날을 환하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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