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드라마 '청춘기록' 박보검, 자궁경부암 예방접종한 이유는?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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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월화드라마 ‘청춘기록’에서 박보검(사혜준 역)이 자궁경부암 주사를 맞는 장면이 방송돼 화제다. /권수현 인스타그램

지난 15일 tvN 월화드라마 ‘청춘기록’에서 박보검(사혜준 역)이 자궁경부암 주사를 맞는 장면이 방송돼 화제다. 극 중 박보검의 친구인 권수현(김진우 역)은 여자친구 조유정(원해나 역)의 권유로 자궁경부암 주사를 맞기 위해 친구들과 산부인과에 방문한 것.

극 중 김진우는 "남자는 자궁도 없는데 자궁경부암 주사를 맞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지만 극중 김진우의 여자친구 역의 원해나는 자궁경부암 주사는 남자에게도 효과가 있고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결국 사혜준과 변우석까지 김진우의 손에 이끌려 남자 셋이 산부인과에 방문해 자궁경부암 주사를 맞는 장면이 방송됐다. 방송이 끝난 후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의 남성 접종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자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오르고, SNS  트렌드에도 ‘자궁경부암’이라는 상위 키워드로 올라갔다.

남성이 웬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
사실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으로 알려진 백신의 정식 명칭은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이다. HPV가 자궁경부암 발생의 주요한 원인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HPV 백신은 흔히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으로 불려왔다. 때문에 자궁경부암 백신은 남성도 접종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성경험의 유무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는 말로 접종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다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남성도 HPV 백신 접종 후 HPV 관련 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경험 여부에 관계없이 HPV 감염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전과는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HPV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항문이나 생식기 주위 감염을 유발한다. 암을 유발하는 고위험군과 생식기 사마귀 등을 일으키는 저위험군으로 나뉜다. 대표적인 고위험군으로는 HPV 16, 18, 52, 58형 등이 있고, 저위험군은 HPV 6형, 11형이 있다. 고위험군 HPV 감염과 관련 있는 암은 자궁경부암, 질암, 외음부암, 항문암 등이 있다. HPV에 감염되면 대부분은 자연 소실되지만, 지속적으로 감염됐을 때 여성의 경우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질암’ 등이 발생할 수 있고, 남녀 모두에서 ‘생식기 사마귀‘, ‘항문암‘등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때문에 남성들은 본인에게 질환의 위험성이 높아짐과 동시에 파트너에게도 바이러스를 감염 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HPV 예방 접종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HPV 감염으로 생기는 생식기 사마귀 10년 새 6배
최근 우리나라에서 HPV 감염으로 인한 질환 발생이 증가하고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생식기 사마귀는 10년새 6배나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생식기 사마귀 환자의 70%가 성생활이 활발한 '20-30대'라는 것이다. HPV 감염은 흔하며 성생활을 하는 20~30대의 감염 비율이 가장 높기 때문에 HPV 백신은 남성과 파트너 모두의 건강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정부에서도 HPV의 치명성을 인지하고, 지난 2016년부터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NIP)에 HPV 백신을 포함시켰다. NIP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꼭 필요한 예방접종 서비스를 가까운 지정 의료기관에서도 비용부담 없이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국가에서 예방접종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HPV 백신은 여자 청소년에게만 무료로 지원해주고 있다.  HPV가 남녀 모두에서 감염되고, 성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성매개 질환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남아에게도 무료 접종을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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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기 사마귀 연도별 신고현황/ 질병관리본부, 2018 감염병 감시연보

미국, 캐나다 등 남아까지 접종 확대
해외에서는 이미 HPV감염에 대해 남녀 모두에서 경각심을 가지고 중요한 보건 이슈로 대응하고 있다. HPV 백신을 NIP에 도입한 113개국 중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뉴질랜드 등 선진국을 포함한 40개국은 이미 여아뿐만 아니라 남아까지 접종 대상을 확대했다. 실제 한 연구에서는 남녀 모두 HPV 백신 예방 접종을 받으면 여성만 접종했을 때보다 HPV 감염률이 현저히 낮아지고, 남성에서 HPV 감염이 줄어들면 여성에게 나타나는 HPV 질환도 감소될 수 있다고 나타났다.

최근에는 암 예방을 넘어 20~30년 안에 암을 퇴치하겠다고 선언한 국가들도 있다. ‘첫 번째 자궁경부암 퇴치국’ 타이틀을 앞다퉈 가져가려는 호주와 캐나다다. 호주는 모델링 연구를 토대로 2034년에는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하는 인구가 10만명당 1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 2월, 캐나다에서도 향후 20년 안에 자궁경부암을 퇴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두 국가의 공통점은 HPV 백신 NIP 대상을 여아뿐만 아니라 남아까지 확대해 실시 중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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