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간단한 세포검사로 자궁경부암 진단 가능한데 비싼 사진 또 찍으라고요?
김수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0/01/31 09:00
[자궁경부 촬영 유효성 논란]
암 검사 때 추가 권유 많아
전문의들 "세포검사로 충분"
검사 기관 "교차 검증 필요"
30명이 60만장 판독… 진단 한계
요즘 산부인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자궁경부암 검진을 하러 가면 병원 측에서 자궁경부확대촬영검사(Cervicography)를 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자궁경부확대촬영검사가 정기 자궁경부암 검진 목적으로는 불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전문의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자궁경부확대촬영검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한 의료재단은 "자궁경부세포진검사는 오진율이 약 50%에 이르며, 자궁경부확대촬영검사를 추가로 하면 정확도가 98%까지 높아지기 때문에 교차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일부 전문의들의 주장은 조금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G대학병원 병리과 교수는 "국내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자궁경부세포진검사 정확도는 80~90%이며, 올해 새롭게 1000건이 넘는 자료를 기초로 SSCI급 저널에 발표된 논문을 살펴보면 자궁경부세포진검사의 민감도·정확도는 85~97%로 나타났다"라며 "50%는 외국 통계이며, 일반 검진 목적으로는 자궁경부세포진검사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S대학병원 산부인과의 한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이 교수는 "우리 대학병원에서는 검진 목적으로 자궁경부확대촬영검사를 하지 않는다"며 "인도 등 자궁경부세포진검사가 힘든 일부 지역에서 해당 검사를 대체할 목적으로 유용하게 쓸 수 있으나, 자궁경부세포진검사가 가능한데 굳이 사진 찍을 필요가 없고 선진국에서도 두 검사를 동시에 다 하는 경우가 잘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시행되는 자궁경부확대촬영검사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도 있다. 검사 이미지를 판독하는 국내 의료진은 30명 정도에 불과하다. 1년간 이들이 판독하는 이미지는 60만건 이상이다. K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30명이 1년 사이 60만건을 본다고 하면 얼마나 자세히, 정확하게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판독해주는 의사는 판독비용을 받고, 동네 산부인과는 검사비용을 추가로 받을 수 있는 구조라 업계에서 크게 문제삼지 않고 굳어진 관행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자궁경부확대촬영검사가 아예 필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G대학병원 병리과 교수는 "정기적인 검사에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지 자궁경부세포진검사 후 이상이 발견됐거나, 의사가 경부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거나, 환자가 원했을 때는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