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족부질환 명의연세건우병원 박의현 원장

 




발은 ‘제 2의 심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우리 몸에서 중요한 기관이다. 발은 걷는 동안 심장이 뿜어낸 피를 인체의 가장 밑바닥에서 펌프질 해 다시 심장으로 돌려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발 건강은 곧 전신 건강’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하이힐 등 발 건강에 좋지 않은 신발을 신는 사람이 늘고, 걷기·등산을 과도하게 하는 중장년층이 많아지면서 족부질환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족부질환인 무지외반증(엄지발가락 부위가 돌출되는 질환)으로 진료 또는 치료를 받은 환자가 2010년 4만6589명에서 2015년 5만6815명으로 21% 늘었다. 발목염좌(발목 인대가 손상되는 질환) 환자 역시 같은 기간 20% 늘었고, 족저근막염(발바닥에 있는 근막에 염증이 생긴 질환) 환자는 2.14배로 크게 늘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족부질환의 명의인 연세건우병원 박의현 원장을 만나 족부질환 증가 원인과 올바른 치료법에 대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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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현 원장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전공의를 마치고, 스위스 칸톤슈피탈 주립병원에서에서 족부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단일병원 기준 족부 전문의사가 가장 많은 연세건우병원의 병원장이다. 전문 분야는 중증 족부질환으로 꼽히는 발목 연골 손상(거골골연골병변)과 발목 관절염, 무지외반증 등이다. 특히 통증이 심한 무지외반증 수술에 교정절골술(엄지발가락 뼈에 실금을 낸 뒤 밀어넣고 고정하는 수술)을 도입해 통증을 크게 줄였다. 국내에서 양측무지외반증 동시 수술을 가장 활발하게 하고 있다. 이런 성과를 SCI 논문에 게재하고,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2015년 정형외과 분야에서 권위가 높은 미국스포츠학회지(AJSM) 논문 리뷰어로 위촉됐다.



Q. 대표적인 족부질환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A.
대표적인 족부질환은 족저근막염, 발목 염좌, 무지외반증입니다. 족저근막은 발뒤꿈치부터 발바닥 전체를 둘러싼 단단한 섬유막으로, 신체 활동 시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해서 발을 보호합니다. 운동을 심하게 하거나, 오래 걸으면 족저근막에 무리가 가서 염증과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 족저근막염입니다. 폐경 후 여성은 여성호르몬 감소로 발바닥의 지방층이 얇아지면서 족저근막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져 족저근막염이 쉽게 생깁니다. 발목염좌는 발목 인대가 손상되는 질환으로 흔히 발목이 접질렸을 때 발생합니다. 발목염좌는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반복적으로 손상을 받을 수 있고, 나중에는 발목 연골까지 손상이 될 수 있습니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방향으로 휘며 엄지발가락이 시작되는 지점의 뼈가 돌출되는 질환입니다. 하이힐 등 발볼이 좁은 신발을 신을 때 잘 생기기 때문에 여성이 남성보다 5~6배로 많습니다. 무지외반증은 발에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엄지 쪽 튀어나온 뼈 부분의 통증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엄지발가락을 바닥에 딛지 않고 걷게 되면서 2차적으로 다른 질환을 유발합니다. 나머지 발가락을 이용해 발의 바깥 면으로 걷다 보면 앞 발바닥에 굳은살과 통증이 생기고, 발목이 잘 삡니다. 또한 보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무릎 관절염, 허리디스크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

Q. 족부질환이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A.
건강을 위해 걷기·등산 인구가 늘고, 오래 사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발은 자신의 몸무게의 120%의 압력을 견뎌야 합니다. 많이 걸을수록 족부질환 발병 위험은 높아집니다. 그렇다고 걷기 등 운동을 안 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운동을 하면서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발이 건강해야 합니다. 최근 성인 3명 중 1명이 비만일 정도로 비만 인구가 많아진 것도 족부질환이 늘어난 원인입니다. 뚱뚱한 사람은 족저근막염이 잘 생기고, 살짝 삐끗해도 발목염좌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Q. 하이힐 등 신발이 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습니까?
A.
구두 굽이 3cm 이상인 하이힐을 신었을 때, 체중은 앞으로 쏠려 발바닥 전체가 아닌 발가락 부분으로 몰리게 됩니다. 발가락에 압력이 가해지면 발가락 신경이 부풀어 오르는 지간신경종을 겪을 수 있고, 하이힐을 신을 때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방향으로 꺾이는 무지외반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한번 변형된 발은 수술 외에 원상회복이 매우 어렵습니다. 하이힐은 발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허리가 앞쪽으로 휘어지는 자세로 있어 요통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하이힐을 신어야 한다면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 신는 것이 발에 크게 무리를 주지 않습니다. 힐의 길이도 여러 가지로 바꿔가며 신고, 또 발바닥 앞쪽에 푹신한 부위가 있는 신발을 신는 것이 좋습니다. 굽이 조금 높더라도 앞쪽이 넓은 것을 추천합니다.

Q. 족부질환은 오진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A.
족부는 무릎·어깨·척추와 달리 정형외과 분야에서 소외돼 있는 분야입니다. 의과대학에서 충분히 배우지 못하다보니, 족부질환을 정확하게 진단하거나 치료하지 못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일례로 발바닥 앞쪽이 아프면 ‘지간신경종’을 의심해야 하는데 족저근막염으로 진단을 하거나, 인공관절을 해야 할 정도로 발목 관절염이 심한데 인대 문제로 착각하고 인대 봉합술을 하는 경우가 흔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Q. 족부질환도 다른 척추 관절 질환처럼 수술 없이 치료하는 경우가 많나요?
A.
최근에는 환자들이 시술을 선호하고, 사보험 가입으로 시술비 부담이 줄어들면서 이를 병원에서 이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무분별하게 인대강화 등의 주사 치료를 하거나 필요 없이 조직 재생의 효과가 있는 체외충격파 치료(초음파를 보면서 밖에서 충격파를 쏘아 혈류량을 증가시켜 조직 재생을 돕는 치료)를 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수술을 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나쁜 환자에게 비수술 치료만 하다가 낫지 않아서 저에게 오는 환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수술이 필요할 때는 수술을 해야 합니다. 비수술 치료를 이것저것 하면서 시간을 끌다보면 경제적으로도 손해를 보고 병이 만성화될 뿐만 아니라 나중에 수술 결과가 더 나쁠 수 있습니다.

Q. 족부질환의 치료 원칙은 무엇입니까?
A.
저의 경우는, 수술해서 낫는 사람은 수술을 하게 하고, 수술을 안 해도 되는 사람은 비수술 치료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합니다. 국내에는 족부 전문 의사가 300~400명 정도 됩니다. 족부만 전문적으로 보면서 최소 1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의사에게 진단을 받을 것을 권합니다.

Q. 족저근막염, 발목염좌, 무지외반증은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요?
A.
족저근막염의 경우 진통제를 복용하거나 발바닥 마사지나 스트레칭을 하는 등 보존적 치료를 우선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래도 좋아지지 않으면 체외충격파 치료를 합니다. 3개월 정도 이런 치료를 해서 낫지 않으면 수술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과거에는 발바닥 크게 째고 수술을 했지만 요즘에는 발바닥 주변에 구멍을 두 개 뚫고 내시경으로 치료를 합니다. 발목 염좌는 1~2개월 깁스를 하고 손상된 인대가 낫지 않으면 MRI 등 정밀 검사를 받아 인대의 손상이나 파열 정도를 제대로 파악해야 합니다. 그 후 심한 파열이 확인되면 내시경을 이용해 인대 봉합술을 해야 합니다. 요즘에는 내시경으로 족부 수술이 가능해 환자 부담이 많이 줄었습니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휜 정도가 심하지 않은 초기에는 발바닥 염증을 없애고 무지외반증을 교정하는 보조기나 특수 깔창 등을 이용해 치료합니다. 이런 치료는 무지외반증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엄지발가락이 휜 정도가 심하면 수술 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수술은 일반적으로 뼈를 깎는 수술을 하지만 최근에는 엄지발가락 뼈에 실금을 낸 뒤, 살짝 돌려서 안쪽으로 밀어넣고 나사·핀으로 고정하는 교정절골술을 해 재발률과 통증을 줄이고 있습니다. 발은 신체에서 2% 남짓한 면적을 차지할 정도로 작은 조직이지만, 신경과 수십개 인대와 신경·혈관이 서로 얽혀있는 복잡한 구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경험이 많은 의사한테 정확한 진단을 치료를 받아야 하고, 수술도 가급적이면 절개가 작은 수술을 해야 결과가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