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링거인겔하임·BMS·릴리 등의 글로벌 제약사에서 희망퇴직프로그램(ERP)을 올해도 가동했다. 독일계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 한국지사는 최근 희망퇴직프로그램 단행 계획을 공지했다. 대상은 순환기질환(CV)팀이다. 의학부, 마케팅, 영업사원 등 49명이 해당한다. 이 가운데 10명이 보직 전환이 결정됐다. 나머지 39명 가운데 조기퇴직을 희망하는 사람은 단 1명도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영업 직원은 약 80명 수준으로, 이 가운데 순환기팀이 45명이다. 희망퇴직프로그램이 단행되면 사실상 영업조직이 반토막난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노조원 80여명은 18일 서울역 사옥 앞에서 2시간가량 결의대회를 가졌다. 사측은 보직전환 규모를 당초 예정의 두 배 수준은 23명으로 늘리고, 조기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적절한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노조의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49명 전원의 보직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 측은 “구조조정이 아닌 희망퇴직프로그램으로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전에 어떠한 통보도 없이 결정된 부당해고”라며 “사측의 입장에 변화가 없을 경우 단체협약 위반으로 법적조치에 들어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의 경우 50일 전에 통보하도록 돼 있다. 사측은 이번 조치가 정리해고가 아닌 희망퇴직프로그램이므로 이 조항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사실상의 정리해고로 해석하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의 이 같은 조치는 고혈압치료제 ‘트윈스타’와 항응고제 ‘프라닥사’의 저조한 매출 실적과 관련이 깊다. 프라닥사는 2015년 이후 매출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프라닥사의 매출이 하락세로 접어들어 순환기 사업의 축소가 불가피하다”며 “한국에 앞서 싱가폴·말레이시아에서 올해 초 프라닥사에 대한 투자를 중단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영업 인력이 없어진 프라닥사의 영업은 보령제약이, 트윈스타의 영업은 기존대로 유한양행이 맡아서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