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

몰카 촬영·性的 학대할 때 성욕 느껴… 초기 치료해야 범죄 막는다

이현정 헬스조선 기자

성도착증
신경계 문제·왜곡된 性 인식 원인… 스스로 심각성 깨닫는 경우 적어
성욕 탓 일상생활 어려우면 의심… 성장기 반복적 음란물 노출 주의

최근 '성도착증' 관련 범죄 소식이 잇달아 보고되고 있다. 성도착증이란 성(性)적인 흥분을 위해 비정상적인 상상이나 행동을 하는 정신 질환의 한 종류다. 검찰이 일명 '어금니 아빠'로 불리는 범죄자 이영학을 대상으로 성도착증 검사를 했더니, 음란물 중독·가학적 성행위 중독·관음증(다른 사람의 신체·성행위 엿보기)· 소아성애증(사춘기 이전 어린이를 성적 대상으로 보는 것)·마찰 도착증(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것만으로 성욕이 생김) 등 대부분의 검사 항목에서 '높음' 판정을 받았다. 검찰은 이영학의 성도착증이 복합적이고, 심각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이번 범죄 역시 성도착증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문가들은 "성도착증을 변태적인 성향이 아닌 정신질환으로 보고 조기 발견과 치료를 적극적으로 해야 끔찍한 성범죄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성도착증은 어떤 정신 질환인지, 왜 범죄로 이어지는 것인지 알아봤다.




이미지

성도착증은 성적인 흥분을 위해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성장 과정에서 잘못된 성(性) 관념이 형성된 것이 주요 원인이다. / 김지아 헬스조선 기자

◇성장기에 음란물 많이 보거나 학대 당하면 위험

성도착증이 생기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유전적으로 충동을 억제하는 전두엽이나 성욕을 느끼는 신경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성도착증의 원인이 된다. 또한 성장기에 비정상적인 성행위를 하는 영상을 많이 접하거나, 학대 등으로 잘못된 성(性) 인식이 형성되고 자존감이 낮아지면 성도착증이 생길 수 있다.

이렇게 생긴 성도착증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된다. 단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명호 교수는 "초반에는 관음·노출 등을 일삼다가, 점차 더 큰 자극을 받기 위해 타인의 신체에 접촉하거나 가학적인 행동을 하는 식으로 변한다"며 "이후에는 소아성애증이 생기고 성폭력을 하는 등 더 중한 범죄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물품음란증(여성의 물건에 성적 자극을 느낌) ▲의상도착증(이성의 옷을 입고 성욕을 해소함) ▲성적가학증(성적 자극을 위해 상대방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이나 수치감을 가하는 것) 등 유형이 다양하다.

◇증상 더 심해지고 범죄 가능성 높아져

성도착증은 방치하면 증상이 더 심해지고,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초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학계에서는 ▲반복적인 성적 환상이나 욕구가 일상생활이나 대인 관계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비인간적 대상(영상물, 의류 등)이나 비정상적 대상(아동, 노인 등)에게 성적 욕구를 느끼는 경우 성도착증으로 진단한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중독정신과 김장래 전문의는 "특정 대상을 보며 생긴 성적 욕구를 다스리지 못 하고 만지는 등 직접적인 행동으로 풀어내면 병적인 상태로 봐야 한다"며 "환자 스스로 심각성을 깨닫고 병원을 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자신이 성도착증이라는 의심이 들어도 병원 진료 시 사회생활에 피해를 입을까봐 치료 받을 생각을 안 하는 것도 문제다.

김장래 전문의는 "성도착증으로 범죄를 저지른 후 자신의 행동이 잘못 됐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운이 나빠서 잡힌 것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범죄 행위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전문가 상담을 받는게 좋다"고 말했다. 다만, 성도착증 환자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 그 원인을 병 때문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임명호 교수는 "성도착적 환상이 있어도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 아는 성인이라면 충분히 욕구를 조절할 수 있다"며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도덕성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아청소년, 컴퓨터·스마트폰 사용 관리해야

성도착증을 예방하려면 성장기 이전에 올바른 성 가치관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성에 대한 인식이 생기는 미취학 연령일 때부터 성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음란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무조건 못 보게 하는 폐쇄적인 성교육 보다는 왜 음란물을 많이 보면 안 좋은지, 성욕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지 등을 알려주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성도착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청소년기에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음란물에 무분별하게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음란물에 자주 노출되다보면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되고,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 판단도 흐려진다. 음란물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컴퓨터는 거실에 두고, 스마트폰은 사용 시간을 정해두고 쓰도록 해야 한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는 "부모는 청소년 자녀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음란물에 노출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고, 사회적 제도도 마련돼야 한다"며 "만일 성도착증이 이미 진행됐다면 약물 치료로 욕구를 줄이고, 인지행동 치료로 인식을 개선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도착증 치료
약물로 충동 줄이고, 인지행동치료로 性 인식 개선   




이미지

심한 성도착증으로 일상생활이 어렵고, 스스로 욕구를 조절하기 힘들다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성도착증 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로 구분된다. 약물치료는 성욕이나 충동을 억제하는 약물 등을 주로 이용한다. 만일 성도착증이 심한 우울증이나 불안증에 의해 발생한 경우 해당 질환을 치료하는 항우울제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는 “일반적으로 성도착증은 성욕만 줄이면 해결된다고 생각하지만, 아동이나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도착증은 성욕보다 잘못된 정복욕이나 남성성에 대한 과시욕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근본적으로 왜곡된 성과 대인관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인지행동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지행동치료는 환자에게 성적 욕구를 유발하는 요인을 찾고, 증상이 나타나기 전 뒷골이 서늘하거나 얼굴이 붉어지는 등 전조증상을 파악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후 전조증상이 생겼을 때 성적 충동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는 행동을 가르쳐준다. 예를 들어, 관음증으로 몰래카메라를 촬영하는 사람이라면 욕구가 드는 순간 핸드폰을 끄거나 자리를 피하는 등의 훈련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ъ뒪議곗꽑 �쒕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