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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높은 잠복결핵 양성률보다 위험한 빅5병원의 대응

김진구 헬스조선 기자

21일 오전 이른바 빅5병원의 잠복결핵 양성률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기사가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의원(국민의당)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은 결과,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의 28%, 서울대병원 의료진의 21%,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의 14%가 잠복결핵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현재 검진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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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위 5개 병원 의료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잠복결핵 검진 추진 중간결과(2016년 12월말 기준)/자료=최도자 의원실(잠복결핵 관련 표)

후속 취재 결과, 높은 잠복결핵 양성률도 문제지만 5대 대학병원의 미흡한 결핵 감시 체계 역시 낙제점이었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6280명 중 1996명이 잠복결핵 검진을 받아 279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여전히 치료받지 않은 의료진이 다수 있는 상황이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양성 판정을 받은 의료진 가운데 고위험군(중환자실·응급실·신생아실·호흡기내과 등)은 치료를 시작했다”며 “다만 나머지 의료진 중 일부는 치료 우선순위에서 밀려 아직 치료를 시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잠복결핵 양성인 사람 중 실제 결핵으로 진행되는 경우는 10% 내외다. 결핵으로 진행될 경우 50%는 감염 후 1~2년 안에 발병하고, 나머지는 일생 중 면역력이 약해진 특정 시기(대부분 65세 이후)에 나타난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병원 자체 파악에서 현재 활동성 결핵으로 진단을 받은 의료진은 1~2명 수준으로, 결핵관리법에 따라 엄격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병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양성 판정을 받은 의료진에게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는 병원 내부 지침이 있지만, 실제 이들에 대한 추적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의료진 4458명 중 2100명이 검진을 받아 591명이 양성 판정을 받은 세브란스병원의 한 관계자는 “양성 판정을 받은 의료진은 모두 호흡기내과를 통해 진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몇 명이나 치료를 완료했는지, 몇 명이 치료를 더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파악할 수 없다”고 답했다.

서울대병원 역시 의료진 4446명 중 544명이 검진을 받아 114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해당 의료진에 대해 ‘치료를 받도록 권고한다’는 내부 지침이 있지만, 현재 몇 명이 치료를 완료했고, 몇 명이 치료를 진행 중인지에 대한 자료는 “공개하기 곤란하다”고 병원 관계자는 답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잠복결핵 검진 과정에서도 미진한 점이 발견됐다. 잠복결핵 검진이 전 의료진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활동성 결핵의 경우 전 직원이 매년 검진을 받고 있지만, 잠복결핵은 중환자실·응급실·신생아실 등에서 근무하는 의료진과 신입 직원이 검진 대상”이라며 “잠복결핵 검진 범위를 전 직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부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익명을 전제로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일반인의 잠복결핵 양성률이 30%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병원의 양성률은 이보다 낮으므로 큰 문제는 아니다”고 항변했다. 일반 국민 10명 중 3명이 잠복결핵 상태인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의료진의 경우 면역력이 현격히 떨어진 환자 다수를 관리한다는 점에서 더욱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잠복결핵에 대해 한국을 대표한다는 빅5병원의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 드러내는 해명이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이 몸속에 들어왔지만 결핵 질환으로 이어지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잠복결핵 상태에선 감염이 되지 않지만, 활동성 결핵으로 발전하면 감염률이 매우 높다. 어느 시점에 잠자던 결핵균이 활동을 할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잠복결핵 양성인 의료진이 당장 내일 발병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이와 관련 최도자 의원실 관계자는 “의료진의 경우 일반인보다 더 높은 주의 의무가 필요함에도 잠복결핵에 대한 인식이 낮다”며 “자료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일부 의료진의 경우 치료와 검진을 기피하는 것으로 실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적으로 잠복결핵 양성 판정을 받은 의료진을 추적·관리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라며 “현재 결핵관리법에서는 검진에서 잠복결핵 양성 판정을 받을 경우 치료를 받는 것은 해당 의료종사자의 선택에 맡기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진에 대한 잠복결핵 관리에 허점이 드러난 건 비단 어제오늘의 아니다. 지난해 7월에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가 결핵을 확진 받아 논란이 된 바 있지만 1년 2개월이  지난 현재,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확률은 여전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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