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간 질환 아닌데 황달 지속되면 '이 병' 의심해야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7/05/17 13:51
직장인 이모(36)씨는 최근 얼굴이 노랗게 변하고 자주 피곤했다. 증상이 없어지지 않아 간(肝)에 문제가 생긴 것을 의심,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간 기능은 정상이지만 '질베르 증후군'을 겪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간 기능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에 안심했지만, 처음 듣는 낮선 병을 진단받아 두렵기도 했다.
질베르 증후군은 간 기능에 문제가 없는 상태에서 혈액 속 '빌리루빈' 농도가 높아지는 질환이다. 보통 간 기능이 떨어지면 빌리루빈이 잘 분해되지 않으면서 몸에 쌓이고, 이것이 피부나 눈 등을 노랗게 만든다. 이것이 '황달'이다.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송명준 교수는 "질베르 증후군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단순 건강검진을 받거나 다른 증상으로 혈액 검사를 하다 '총 빌리루빈 수치가 높고, 황달이 있어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고 검사를 받아 병을 알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질베르 증후군을 앓는 사람은 전체의 7~8% 정도로 적지 않다.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많다. 대부분 무증상이지만 반복적인 황달과 무력감이 나타날 수 있다. 송 교수는 "간에서 비결합형 빌리루빈을 대사하는 데 관여하는 UGT1A1이라는 효소가 감소하는 것이 원인이고, 유전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진단을 위해서는 간 기능 검사를 포함한 혈액 검사, 간초음파 검사를 한다. 이 검사를 통해 바이러스 간염 등 다른 원인들을 배제한 후 질베르 증후군을 진단한다. 송 교수는 "혈액검사를 할 때 금식을 하고 진행하기 때문에 질베르 증후군을 가진 환자는 검사 시 황달이 유발되는 경우가 많다"며 "재검사 시에는 금식하지 않고 편안한 상태에서 검사해야 황달의 호전 유무를 알 수 있으며, 이렇게 해야 질베르 증후군을 확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질베르 증후군에 효과적인 약물치료는 없다. 증상에 대한 보존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과로나 금식 등을 피하면서 황달이 회복되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송명준 교수는 "질베르 증후군의 예후는 좋은 편이며, 간 질환으로 진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